[Review] 채움보다 텅 빔. 출판저널 518호 [도서]

글 입력 2020.07.30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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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임란트 도서관, 제목.JPG

 

 


의도적인 잉여공간, 에임란트 도서관



네덜란드 중부에 위치한 아메르스포르트 시에서는 신도시 개발 사업 중 하나인, 거대한 복합 문화센터 ‘에임 하우스(Eemhuis)’를 세우게 된다. 미술관, 아카이브, 도서관, 예술학교가 있으며, 재미있는 계단식 구조로 눈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높은 공간. 즉, 잉여공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텅 빈 공간을 의도적으로 배치함’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멍 때림을 의도적으로 기획해 놓은, 계산된 낭비 공간’으로서 역할을 한다.

 

꼼꼼하게 공간 활용을 잘하고, 구석구석 뭔가를 채워 넣은 것보단 텅 빈 내부, 책을 쌓아 만든 의자, 높디높은 천장은 ‘키보다 위쪽으로 기능 없이 비어 있는 공간이 많을수록 창의력이 증폭된다’는 연구 결과와 함께, 우리에게 생각할 여유와 공간, 창의성과 사유를 선물한다. 책장에 어여쁘게 꽂힌 책보다 더 많이 쌓인 텅 빔을 고른 에임란트 도서관은, 멍 때림을 품격 있게, 별것 아닌 텅 빈 공간에서 쓸모없음을 제대로 누려보라고 말한다.

 

삶에도 쉼표가 필요하듯, 뇌 역시 멍 때림으로 사색의 시간을 찾는다. 지식과 교양의 함양을 위해 꽉꽉 눌러 채워져 있어야 할 도서관이, 드넓은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역할을 한다라. 당황스럽기도 하겠지만, 자연스럽게 멍 때리는 시간과 공간에 노출함으로써 ‘비움과 정리’ 역시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다익선(많으면 많을수록 좋다)이라지만, 한 번쯤은 생각의 분리수거와 배출도 필요하다.

 

정리하고, 비워냄은 깔끔함과 편안함, 그리고 이후에 들어올 생각과 물건을 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다. 에임란트 도서관의 텅 빔은 그런 역할을 자처하는 것은 아닐까. 필요한 물건이라고 여긴 물건과 필요한 생각이기에 했던 수많은 생각은 내 책장과 선반에 어지럽게 자리하고 있다. 물건 위의 먼지보다는 비워져 있는 곳에 켜켜이 쌓인 먼지가 더 닦아내기 쉽다. 한 번 쉬어가자, 비워내자, 청소하자, 멍 때리자. 좋은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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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발견, 코로나 19


 

금방 잠재워질 것 같던 코로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여러 행사가 취소되고, 비대면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없고, 학생들은 책을 읽는 강제성이 사라짐에 따라 도서와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사람들의 행동반경이 좁아지고, 당연하게 생각한 것에 새삼 감사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사회적 거리가 강제화되면서 우리가 일상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자연이란 무엇인가 등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 본문 中

 

 

모든 위기와 어려움에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공존한다고 한다. 당장의 현실적인 소득 문제와 불편함과 달리, 얼마 전 본 영상에서는 생태계의 변화와 자연 친화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야생동물들의 자유로움, 대기 질의 향상, 맑은 하늘과 뷰를 선사하는 지구의 자생능력에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지구도 잠시 쉬어가는 건가 보다.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도와주는 거네.’ 등의 댓글을 보면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일상의 소중함, 삶의 만족, 소득 수준의 유지, 교통수단, 휴식 등. 국내 안팎으로 존재감을 내비치는 코로나 19는 반성과 깨달음, 생각의 폭을 넓혔다. 지구도, 자연도, 우리의 삶과 생각도 변화에 따라, 미처 계획하지 못했던, 그리고 대비하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라는 텅 빈 공간에 새로이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모든 것은 끝나고, 머지않아 정상화될 것이다(그러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번의 쉼과 깨달음, 비워짐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다. 더 좋은 방향과 발돋움이었다고, 훗날 그렇게 기억되길.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대사에 동감하며 공감한다.


 

본래 별 게 아닌 게

제일 소중한 거에요

 

 

출판저널 518호 평면표지.jpg

 


출판저널 518호
- 2020년 7+8호 -


출간 : 책문화네트워크(주)

분야
문예/교양지

규격
182*257mm

쪽 수 : 224쪽

발행일
2020년 07월 10일

정가 : 24,000원

ISSN
1227-1802

 



[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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