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단 하나의 곡이라도 -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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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모두 잠든 시간 나는 그 음악을 듣는다.
결코 잠들 수 없는 밤이다!"
- 최정동
국판 | 반양장 | 352쪽 | 값 19,000원
클래식, 개인의 플레이 리스트
어릴 적에는 클래식을 많이 들었었는데, 지금에선 집중을 하거나 머리를 비우기 위해서 잠깐 필요할 때만 클래식을 듣곤 한다. 예전부터 느껴왔던 클래식에 대한 생각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느낌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클래식’ 에세이라는 말에 클래식에 대한 감상을 모아둔 것으로 생각했다. 책을 펼쳐보니 다른 음악 관련 도서와 차이가 있다.
'클래식'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 틀을 넓히고 다양화했다는 점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클래식'은 "서양의 전통적 작곡 기법이나 연주법에 의한 음악으로 흔히 대중음악에 상대되는 말"로 쓰인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서양 전통 클래식으로 음악 듣기를 시작했지만 점차 그 범위를 넓혀 이제는 국악, 재즈, 가요, 팝 등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클래식' 목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바흐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정통 클래식 작곡가들은 물론이고, 몇 백 년 후 '제2의 베토벤'으로 불릴 현대 작곡가와 지휘자, 연주자까지 망라하고 있다. 「화양연화」 「붉은 돼지」등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미스터 션샤인」의 OST로 쓰인 뉴에이지, 샹송, 올드 팝도 함께한다. 또한, 이 도서는 평론도 아닌 음악을 곁든 ‘에세이’이기 때문에 작가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서 음악을 풀어놓았기 때문에 말랑말랑하고 자연스러운 읽기가 가능하다.
쉽고 재미있는 음악 에세이답게, 음악의 딱딱한 설명보다는 음악에 얽힌 작가의 경험과 감정을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한다. 음악가와 곡에 얽힌 이야기는 물론이고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겨 있다. 우리 가곡 「명태」,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연주곡을 소개할 때는 개인적 추억담도 꺼내놓았다. 그렇기에 음악을 잘 몰라도, 듣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글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QR코드를 찍어 스마트폰에서도 가볍게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음악을 배경삼아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자.
책은 희망, 열정, 사랑, 우정 4개의 테마를 바탕으로 각각에 알맞은 음악들로 분류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종류의 글은 아니기에 자신이 원하는 테마를 먼저 읽는 것도 책을 읽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며, 목차에서 끌리는 제목 또는 곡을 먼저 살펴보는 것도 추천한다.
클래식, 고전적인 작품의 세계로
이 책은 고전적이다. 책의 대부분이 클래식이지만, 모든 것이 클래식이 아니다. 작가가 모은 LP판을 소개하는가 하면, 김광석, 송창식, 산울림 등 7080시대의 뮤지션을 위주로 소개한다. LP판, 7080시대의 뮤지션 등이 익숙하지 않지만, 최근 다시 LP판이 인기가 많아졌고, 레트로 음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도 조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작가는 ‘LP는 가청 주파수 음역대만을 담은 CD보다 자연스럽고 풍성한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더 음악적’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오랜 시간 공들여 관리하며 들어온 불후의 명반을 소개한다.
직접 찍은 커버 사진을 모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음악다방을 드나들며 LP로 음악을 들었던 7080세대는 그 시절 추억에 젖어들 수 있고, 옛 음악이 궁금한 젊은 독자들은 레트로 감성에 빠져들게 된다. 모든 세대가 언제 들어도 좋을 음악을 듣다 보면 행복감에 미소 짓게 될 것이다.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라는 제목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고전적인 클래식의 대명사라 불리는 ‘베토벤’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클래식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책의 큰 주제이기도 하다. 또한, ‘베토벤이 없어도 괜찮아’라는 한 챕터와도 연관이 있다.
피아니스트 디누 리파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저자는 ‘베토벤이 없어도 괜찮아’는 제목을 달았다. 천재 피아니스트 ‘디누 리파티’가 일직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곡을 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그는 모차르트, 쇼팽, 슈만까지 연주에 그치고, 끝내 베토벤을 연주하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났다.
베토벤을 연주하지 못했더라도 그의 삶은 다른 곡들로 채워졌으니, 그것만으로도 연주가로서 의미가 있다. 그런 그를 기억해주는 많은 애호가들이 있으니 그의 의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챕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평소에도 좋아했던 음악이고, 그의 영성이 음악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사실, 책을 다 읽었어도 많은 음악이 담겨 있기에 모두를 기억할 수 없다. 단 하나의 곡이라도 기억에 남는다면 그것으로도 이 책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책은 말하고 있다. ‘반드시’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오지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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