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름의 또 다른 매력, 비 [문화 전반]

비 오는 날을 즐기는 방법
글 입력 2020.07.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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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절반이 조금 지나 어느덧 여름이 되었다. 지난 반년은 정말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했고, 그 혼란 속에서 이제야 겨우 적응이 된 것 같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바뀌어버린 일상생활 속에서 누리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지난 2년은 군인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올해 봄을 특히 기다려왔다.

 
그토록 다시 하고 싶었던 캠퍼스 생활, 활짝 핀 꽃들과 포근한 날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꽃구경, 5월 황금연휴 때 해외여행을 계획하며 느꼈던 설렘, 긴 겨울이 끝나 봄이 되면 관중들을 맞이하던 야구장에 가는 것도 모두 할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에, 그 누구도 새로운 시작을 하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 여름이 되었다.
 
그동안 누렸던 일상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여름도 마찬가지이다. 무더운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사람들은 해수욕장, 워터파크, 계곡, 수상레저(흔히 말하는 빠지) 등 물놀이를 즐기러 떠난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영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린 현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름의 또 다른 매력, 비 오는 날을 즐기는 방법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나는 비 오는 날을 굉장히 좋아한다. 비 오는 날의 습한 공기, 어두운 하늘, 음침한 창밖의 풍경, 귀를 간지럽히는 빗소리도 너무 좋다. 물론 햇빛 쨍쨍한 여름 날씨에 물놀이를 가는 것도 좋아하지만, 나만의 사색을 할 수 있는 여름의 비 오는 날도 좋아한다.
 
아무런 약속도 없고 할 일도 없어 모처럼 알람 소리가 아닌 내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면, 분명 해가 중천에 떠 있어야 할 시간인데 방 안이 어두울 때가 있다. 그리고 창문 넘어 들리는 빗소리까지, 비 오는 날을 즐기기 완벽한 조건이다.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피를 마신다. 물론 평소에도 커피를 즐겨 마시지만, 비 오는 날은 조금 다르다. 뜨거운 여름날에는 보통 아이스 커피를 마시지,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비 오는 날은 뜨거운 커피를 마시기에 부담이 없다.
 
멍하니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잠에서 깬 뒤, 본격적으로 비 오는 날을 즐기기 시작한다. 우중충한 아침이 사람에 따라 불쾌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불쾌함을 있는 그대로 즐기기 위해 ‘비’에 관련된 음악을 찾아 듣는 시간을 가진다.
 
 
 

'비'를 주제로 한 음악


 
‘비’를 주제로 한 음악은 정말 많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은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와 폴킴의 ‘비’라는 곡이다. 두 곡은 각각 17년, 16년 여름에 발매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비가 오는 날씨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듣는 곡이다.
 
그동안 ‘비’라는 소재가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로 많이 쓰였지만, 이 두 곡의 흥행은 ‘비 오는 날에는 이별 음악’이라는 대중들의 감상 공식이 확립된 중요한 계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위의 두 곡이 나의 감정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잔잔한 비 같은 곡이라면, 강렬한 감정을 일깨워주는 폭풍우 같은 곡도 있다. 소개할 두 곡 모두 이승철이 부른 곡이다. 그룹 ‘부활’의 보컬로서 불렀던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솔로 전향 후 발매한, 여러 가수들의 커버로 더욱 유명해진 ‘서쪽 하늘’이다.
 
비 오는 날과 록 음악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강렬하지만 차가운 사운드 자체만으로도 비 오는 날씨를 잘 표현한 것 같다고 느낀다. 이 멜랑꼴리한 음악과 가사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노래에 감정을 이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이승철의 '비' 시리즈.
폭풍우 치는 듯한 감성에 더해진
그의 미성은 환상적이다.
 
 
이외에도 에픽하이와 윤하의 ‘우산’, 럼블피쉬의 ‘비와 당신’, 태연의 ‘Rain’ 등 많은 곡이 있다. 물론 이 곡들은 비 오는 날씨와 상관없이 충분히 좋은 곡들이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듣는 곡이다. 하지만 비 오는 날씨에 감상하며 내면의 감정에 집중하다 보면, 평소 들었을 때 들리지 않았던 것도 들을 수 있다.
 
 
 

'비'를 주제로 한 영화


 
밖에 나가 활동적인 일을 하기엔 망설여지는 날씨. 그렇다고 특별한 약속도 없다면 집에만 있기엔 해가 질 때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그럴 땐 영화를 본다. 물론 비 오는 날에 감상하면 좋은 작품을 찾아서 감상한다.
 
가장 최근 비 오는 날에 감상했던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다. 최근 ‘기생충’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 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인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과 영화의 모티브였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밝혀져 이 영화는 꼭 한번 심도 있게 감상하고 싶었다.
 
 
 
 
영화 속 범행이 비 오는 날에 이루어졌다는 점과 영화 속 명장면이 비와 함께 탄생했다는 점 등은 당시 범행 현장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피해자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마음속에 더 깊게 느끼게 해준다. 다시 한 번 사건 피해자분들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를 표한다.
 
다음 비 오는 날에 감상하고 싶은 영화는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이다. 나에겐 이 영화의 OST인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으로 더 잘 알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속 비 오는 날의 ‘우산’이 주는 의미에 대해, 처음부터 영화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그 의미를 느껴보고 싶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복잡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 같은데, 빨리 감상하고 싶은 작품이다.
 
 
 
 
영화를 본 후에는 우산을 챙겨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한다. ‘비’라는 매개체를 통해 영화 속 인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각 등장인물의 관점에서 영화 속 사건들을 바라보고, 영화를 통해 주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비 오는 거리를 걸으며 행해지는 이러한 적극적 소통은 그 영화에 대한 여운을 좀 더 오래 간직할 수 있게 해준다.

마치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여름의 두 가지 얼굴


 
여름에는 두 가지의 얼굴이 존재한다. 강렬한 태양 아래 뜨거운 열정의 여름과, 흐린 하늘 아래 비 오는 날의 여름. 비가 오는 날이면 어두운 분위기와 습하고 찝찝한 날씨 때문에 나른하고 우울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감정이 절대 좋은 감정은 아니지만, 이러한 감정을 마음 가는 대로 느낀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다시 떠오르는 맑은 하늘을 맞이할 수 있다.
 
이번 여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야외활동을 하기 조심스러운 요즘, 밖에 비가 온다면 ‘비’와 관련된 문화예술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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