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고양이를 두 번 다신 키우지 않을 것이다 [동물]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펫로스 증후군
글 입력 2020.08.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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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나의 불완전성을 비판하지 않는 조건 없는 사랑의 대상이다. 내 사랑을 모두 드러낼 수 있고 그들도 계산할 필요가 없는 큰 애정을 준다.

 

2018년 8월 14일 처음 가정 묘를 분양받았다. 부모님의 지인이 키우시는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물과 함께 살게 되었다. 동물이 오래 살려면 이름을 음식 이름으로 지어주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우리 집 고양이는 도토리라는 이름으로 2년째 함께 살고 있다.

 

 

 

고양이를 분양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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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를 데리고 오기 전, 인터넷과 책들로 고양이의 습성과 언어를 배우고 여러 용품을 사며 준비했다. 검은 고양이 토리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생하다. 몸짓은 아주 작았고 호기심이 가득한 눈이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식탁 의자 밑에 몸을 숨겼다. 그러다 몇 분 뒤에는 소파로 왔고 몇 시간 뒤에는 내 몸과 포개져서 낮잠을 잤다. 그리고 태어나자마자 피부병을 앓았다. 어린 몸에 털은 듬성듬성 빠져있었고 곧바로 병원에 다니기 바빴다.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지자마자 옆에서 지켜보는 아픔도 동시에 왔다. 다행히도 비교적 빨리 완치가 되었고 지금은 빼곡한 털에 부드러운 윤기도 흐른다.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변화하게 된 것이 많다. 우선 고양이에 대한 잘못된 정보이다. 보통 딱 떠오르는 것은 도도함, 외로움을 타지 않음 등이다. 하지만 단연코 고양이들은 그렇지않다. 조용한 학대를 받는 동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토리도 외로움을 많이 타고 도어락소리가 들리면 자다가도 현관으로 달려 나와서 야옹야옹 운다. 잠은 항상 사람 옆에서 붙어서 같이 자고 졸려도 혼자 방에 가서 자지 않는다.

 

성격은 활발해서 하루에 최소 1~2시간은 사냥놀이를 해야 한다. 이때 쓰이는 놀잇거리에 꽤 까다로워서 장난감은 종류별로 있어야 한다. 입맛도 까다로워서 사료와 간식을 고르는 것에 많은 시간이 들기도 한다. 더하여 토리 덕분에 길고양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밥을 챙겨주는 것 또한 일상이 되었다.

가족들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도 모두 바뀌었다. 일단 집안에는 켓타워, 해먹, 숨숨집, 스크레쳐들로 꾸며져 있고 부가적인 사료, 화장실, 장난감들로 꽉 차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몇 박 며칠 여행은 거의 포기하게 된 것이다.

 

고양이는 철저한 영역동물이라 낯선 곳에 가면 굉장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여행지에 데려갈 수도 호텔에 맡길 수도 없다. 그렇다고 집에 혼자 두면 외로움을 많이 타고 화장실과 사료, 물통을 갈아 줄 수도 없다. 그리고 토리는 배달원의 옷차림과 헬멧을 무서워해서 음식을 시키면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이렇듯 생명에 책임을 지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행복과

동시에 사소한 포기도 뒤따른다.

 

 

 

반려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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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원래 한 달에 한 번씩 자신이 삼킨 털을 토한다. 이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건강상태이다. 하지만 몇 달 전, 일주일에 2~3번 토를 한 적이 있다. 걱정돼서 병원에 데려갔다. 가는 길부터가 고역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병원에 다녀서인지 중성화 이후 병원에 대한 트라우마가 크다. 눈치가 빨라서 집에서 데리고 나가면 기억을 하고 몸을 떨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나도 울었다. 설명해줄수도 없으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다행히 의사 선생님은 큰 병은 아니라서 주사한대 만 맞고 경과를 지켜보면 된다고 하셨다. 그 주사는 하필 병원에서 제일 아픈 주사였고 토리의 비명이 들렸다. 너무 무서워서인지 오줌도 지렸고 몸을 계속 떨었다.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인데 그렇게 오래 오열하기도 처음이었다. 내 가족이 아픈데 위로가 못 되어주는 그때의 아린 마음은 여전히 나를 콕콕 찌른다.

 

 

이날 이후로 나는 반려견 혹은 반려묘 등 반려동물과 함께 살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 일상생활 중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원래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반려묘가 아플 때 이 정도로 마음이 아플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정말 전혀 알지 못했다.

 


 

펫로스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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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회사에서 한 직원의 반려동물이 죽었다는 이유로 반차를 쓰자 갑론을박으로 논쟁거리가 되었던 적이 있다. 사실 자신이 쓸 수 있는 휴가를 어떤 사유로 쓰던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댓글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2000년대 초부터 반려동물 기르기 붐이 일어났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노년기를 접하지 못한 주인들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2012년 기준 1,000만 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어서 이제는 이런 오지랖은 이슈가 되지 않는다. 사실 애완동물이 죽었다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 우선 죽음이라는 그 자체에서 오는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Pourquoilesgensont-ils la memetetequeleurchien)》의 저자 세르주치코티(Serge Ciccotti)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주인은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 혹은 자녀를 잃었을 때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증세가 심하면 트라우마로 자리 잡기도 하며 상실감과 죄책감이 동반된다. 이것은 보통 2-3개월 후면 낫지만 1년 이상 지속하기도 한다.

 

언젠가 먼 미래에 무지개다리로 보내줄 시간일 때, 내 일상생활이 가능할지에 대한 물음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 그들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섣부르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행복한 일만 있을 순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에 관한 관심은 늘어나지만 죽음에 대한 교육은 부족하므로, 대처방안에 대해 미리 숙지하는것이 도움될 것이며 꼭 필요하다.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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