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문장을 위한 책 [도서]

나의 문장을 위하여
글 입력 2020.07.25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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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 문장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문장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 듯 하다가도 글 속에서 -ㄹ 수 있다, -에 의한, -하는 데 있어와 같은 글자 친구들을 볼 때는 또 썼네, 계속 쓰네 하며 혀를 찬다. 동사는 모두 비슷비슷한 뜻이고 도무지 어휘의 다양성이라고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다. 이상이 내 글에 대한 자아 비판적인 시선이었다.


남이 내 문장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해주는 일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글이 아니라 문장을 평하는 일은 드물다. 이 글에서 소개할 책에 예시로 나오는 김훈 작가의 문장은 오랜 시간 숙고한 결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정도로 그의 문장은 깔끔하고 아름답다. 군더더기 없고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일은 작가라는 일을 업으로 삼을 정도로 글짓는 능력이 뛰어나야만 하는 것일까.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 물어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스스로 물어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은 사람들 대부분이 문장에 쓰인 어법, 어휘, 규칙을 민감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추론을 낳는다. 문장은 글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생각한다.

 

문장은 글의 기초이자 기반으로서, 문장의 구조가 깔끔해야 글 전체의 구조도 이해하기 쉽고 가독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쩌면 문장 교열 예찬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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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문장이나 교열과정을 예찬하지 않아도 무심한 듯 펼쳐 문장 교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 있다. 유유출판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이다.

 

이 책은 자신의 문장을 애정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평소 글을 쓸 때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적과 의와 같은 군더더기 말, 있다의 쓰임, 필요없는 부연설명의 역할을 하는 말, 방향을 나타내는 조사의 쓰임, 피동과 사동의 쓰임 등 헷갈리기 쉽고 무의식적으로 쓰기 쉬운 잘못된 표현을 제시한 후 고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도서에 선정되었다. 이 책의 구조는 독특하다. 사이사이 허구의 서사가 짧게 삽입되어 있어 문장을 고치는 과정은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짧은 이야기 여럿으로 구성된 하나의 서사가 문장을 교정 교열하는 작업과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흥미를 잃지 않게 하고 처음 책표지를 열 때 가졌던 호기심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앞표지와 뒷표지도 신선하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라는 문장이 책 앞표지에 커다랗게 박혀 있고 부제로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이 적혀 있어 스스로도 얼마든지 자신의 문장을 되살필 수 있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커다란 제목은 뒷표지에 있는 추천글과 상응한다. 추천글은 마치 제목의 질문에 응답하듯 문장을 스스로 고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앞, 뒷표지만 보더라도 책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언뜻 보고 지나치기 십상인 오류들은 쌓이고 쌓이면 이해도가 떨어지고 가독성마저 사라진 글이 된다. 최소한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문장 자가진단은 꼭 필요하다. 이 책이 자가진단의 길에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김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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