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채웠던 그때 그 여름의 노래 [음악]

글 입력 2020.07.2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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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를 아주 재미있게 보는 중이다.

 

비와 이효리, 유재석과 광희까지 함께 모여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기억도 나지 않는 90년대의 향수에 젖어 덩달아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물론 난 듀스의 노래가 유행했던 세대는 아니지만 그때의 많은 사람들이 여름 노래로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꼽고, 그들을 그리워하는 걸 보면 공감이 되면서도 신기하다.

 

작가 김애란의 에세이집 <잊기 좋은 이름>에서도 듀스의 ‘여름 안에서’와 관련된 일화가 나온다. 작가가 중학생일 때, 학교에선 청소시간마다 전 교실에 일종의 ‘노동요’인 유행가를 틀어주었다고 한다.

 

어느날 평소 좋아하던 남자아이가 청소시간에 다가와 슬쩍 키를 비교해보고 자기가 더 크다며 좋아했고, 나른하고 평화로운 댄스 가요가 흘러나왔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날 마침 듀스의 ‘여름 안에서’가 교내에 울려퍼졌고, 아직도 그 노래를 들으면 이마에 좁쌀 여드름이 잔뜩 난 사춘기 소녀인 자신과 이따금 뒤에 다가와 제 키를 재어보고 좋아하던, 한 남자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다같이 한 시대를 공유하는 노래엔 꽤 큰 힘이 있다. 그 노래를 틀자마자 그 시기의 각자 다른 추억이 펼쳐지는 걸 보면 노래가 주는 그때의 감성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여름은 언제나 찾아오듯이, 내게 강렬하게 자리잡은 순간들임과 동시에 나의 여름의 기억을 들려줄 노래, 그때의 나를 가득 채웠던 그 여름의 노래들을 틀어보려고 한다.

 

 

 

나의 여름, 가장 푸르던 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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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던’ by 아이유

 

여름밤에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산책할 땐 꼭 이 노래를 듣는다. 고등학생 때 석식을 먹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기에 조금 남은 시간, 난 친구들과 종종 산책을 했다.

 

어느날 기분이 울적해 혼자 있고 싶은 날엔 혼자 산책을 하며 이 노래를 들었다. 훗날 이 날이 두고두고 생각날 거란 노래의 가사처럼, 정말 이 날들이 나중에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하루가 될까 고민하기도 했다.

 

대학생 때는 동기와 함께 학교 캠퍼스를 산책하며 이 노래를 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여름밤의 노래라고 소개하면서 말이다. 그땐 고등학교 운동장을 돌고 있었던 내가 어느새 대학교 캠퍼스를 누비고 있으니 스스로에게 기특했다. 그때의 고민들은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가벼운 것이었는데,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렇다면 지금의 고민도 나중엔 웃어넘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함께였던 밤이었다.

 

 

 

친구라는 이름, 함께라서 소중했던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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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ye summer’ by F(x)


남녀공학이 아니라 여고를 나왔는데도, 이 노래만 들으면 마치 내가 고등학교에서 풋풋한 첫사랑을 했던 것 같다. 이른바 ‘기억조작’ 노래다. ‘기억해 복도에서 떠들다 같이 혼나던 우리 둘’ ‘축제 마지막 날 너의 노래도’같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세밀한 가사 덕분이다.

 

그땐 뜨거웠지만 지금은 다소 식어 약간의 온기만 남아있는 과거의 여름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래서 노을이 질 때쯤 들으면 가장 그 분위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뜨거웠던 태양이 저무는 모습을 보며 뜨거웠던 열정으로 가득찼던 10대의 나와 어느새 그에 비해 다소 식은 현재의 나를 동시에 만나곤 한다.

 

치기 어렸고, 한없이 순수했고, 뜨거웠던 청소년 시절의 여름, 나와 그 시절을 함께 해준 친구에게 보내는 사랑과 우정의 편지다.

 

 

 

넌 내 모든 거야 내 여름이고 내 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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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by 검정치마

 

너는 내 모든 것이라는 진중한 말을 이렇게 담담하게 부를 수 있을까. 방 안에 누워 아무 대화도 없이 그저 빗소리만 듣고 있어도 편안한 사랑이 느껴질 수 있을까.

 

그러다 생각난 어떤 이야기 하나에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을까. 비 오는 여름날 방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듣기 딱인 노래다. 좋아서 질릴까봐 아껴들을 정도로 애정하는 곡이기도 하다.

 

팬심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노래가 아닌데도 이 노래만큼은 예외다. 비 오는 날엔 슬프고 우울한 노래만 듣는다는 편견을 깨준 곡이다. 비 오는 날에 빗소리를 함께 들으며 담담하게, 그렇지만 진심으로 이 여름만큼 널 사랑한다고 하는 고백을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이 울컥한다.

 

가사도 몇 줄 없고 전주와 간주도 여러 번 반복되는데, 아직도 전주 한 마디만 들어도 자동으로 감성이 충족된다.

 

 

 

소중했던 사람, 찬란하게 반짝이던 눈동자, 사랑했던 날들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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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안녕’ by 토이

 

여름은 또 어떤 계절인가. 가장 뜨거운 만큼 가장 신나는 계절이다. 그래서 여름엔 청량하고 밝은 노래가 가장 많이 나오기 마련이다.

 

위의 세 곡과는 달리 마지막 노래는 모두 함께 따라부를 수 있는, 일명 ‘떼창 노래’다. 개인적으로 토이의 담백한 감성과 멜로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중 ‘뜨거운 안녕’이란 노래는 가히 여름에 걸맞는 곡이라고 자부한다.

 

여름과 ‘안녕’이라는 안부 인사가 이렇게나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가사만 보면 슬픈 이별 노래인데, 청량한 비트와 멜로디가 더해져 오히려 다 털어내고 새로 시작하는 듯한 후련한 느낌을 준다. 사랑했던 사람을 뜨거운 여름처럼 뜨겁게 보내주는 모습이 아름답다.

 

나도 언젠가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묘한 기대감으로 이 노래를 들으며, 올해의 여름도 잘 떠나보낼 수 있게 미리 연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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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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