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지개 시리즈의 시작점 [시각예술]

2020 대구예술발전소 기획전시 <각각의 색>을 통해
글 입력 2020.07.22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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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활 속에서 색이란, 절대 떼어낼 수 없는 존재다.

 

색에 여러 이미지를 주입하고, 상징을 부여하고 편견을 생산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 색은 활자나 말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멈춰!”라는 한 마디보다 빨간색의 신호등이 횡단 도로 앞에 멈춰 설 수 있는 영향력을 보이기도 하니까.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색을 이용하는 경우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색은 이 사회에 깊숙이 자기도 모르게 파고들어 당연한 것이라 간주한다.

 

색은 파고들수록 흥미롭다. 색에 대한 오해는 그게 익숙한 나머지 오해였는지도 모를 오해를 낳는다. 가령 진부한 예시를 들자면 이렇다. 어렸을 적, 나는 파랑보다는 분홍이 좋았다.

 

파랑은 왕자님 색깔이고 분홍은 공주님 색깔이라고 여겼다. 나는 여자고 공주님이니까 공주님의 색깔만 고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파란색 옷을 들이밀면 입기 싫다고 떼를 썼다. 지금 돌이켜보면 유치한 발상이었는데, 그 시절에는 그랬다. 아무도 그게 틀렸다고 얘기해주지 않았으니까.

 

색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중에 ‘개성’이라고 해석되는 경우를 살펴보겠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질을 자신만의 색이 있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런 ‘각각의 색’으로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색을 다양하게 표현한 여러 여성 작가들이 선보인 전시가 있다. 2020 대구예술발전소 기획전시 <각각의 색>이다.

 

<각각의 색>을 통해 무지개 시리즈의 시작점을 찍어보려고 한다.

 

 

제목 없음.png

 

 

뜬금없이 튀어나온 무지개 시리즈에 대해 설명부터 하겠다.

 

색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 색의 역사와 상징성을 비롯한 그 색과 함께 떠오르는 예술작품을 소개하고 그 예술작품의 주제를 색과 연관 지어 기획한 나의 시리즈다.

 

흔히들 무지개라고 하면 일곱 가지 색깔을 떠올린다. 빨주노초파남보 공식처럼 외우는 무지개 색깔이 일곱 개라고 정립하기 전에는 고대 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색의 종류가 여섯 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러 학자의 의견을 거쳐 프리즘을 통과한 스펙트럼의 일곱 색깔을 무지개라고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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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Repetition-Trace of meditation(반복-사유의 흔적)

 

 

색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다. 색은 분위기를 주도하고 행동을 유도하고 감정을 폭발시키게 만들기도 한다.

 

단 두 가지 색감만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 자리에 머물러 사유하게 만드는 작품이 있다. 유주희 작가의 Repetition-Trace of meditation(반복-사유의 흔적)을 보고 있으면 제목의 영향에 따라 나도 사유의 소용돌이로 빨려들 것만 같다.

 

반복적이고 복합하게 얽혀있는 회화에서 혼란과 불안의 감정을 느낀다. 뭔가 내포하고 있는 바가, 힘주어 말하고 있는 바가 아주 크게 휘몰아칠 것 같은 색들의 향연이다. 작가는 색에 대해 말한다.

 

색이라는 수단을 통해 충돌하고 진동하는 여러 이미지를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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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선금, 재생된 권위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이 호기심을 유발한다. 전시실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사이즈의 무게감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나전칠기의 기법을 연상케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풍부한 색감의 요소를 이루고 있는 건 폐포장지였다. 작가는 대량생산과 소비문화에서 파생되는 폐포장지를 재료로 사용하여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투영시켰다. 의자를 감싸고 있는 색들의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색은 비판적 의식을 고무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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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주, Cherish the Time_Space (시간을 머금다)

 

 

희미하고 미묘하다. 곧 지우개로 지워질 것만 같은 색들이 뭉쳐있다. 자신의 본성을 감추고 아무것도 얘기해주지 않고 입을 꾹 다문 듯한 신비로움도 있다.

 

뚜렷하지 않은 색의 이미지는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나조차도 미궁 속으로 빠뜨린다. 그런데도 단단하게 쌓여있는 색의 유기체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가 된다. 작가는 점점 더 견고해지고 온전한 유기체의 거듭된 진화를 통해 자기를 성찰한다. 덩달아 나 또한 성찰한다.

 

색이라는, 시각예술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수단을 통해 그들의 예술세계에 잠시나마 발을 담갔다. 색은 예술가가 자신의 취향과 예술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표현이며, 관람자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작가와의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눈을 떴을 때 직감적으로 보이는 게 색이라, 우리는 이 색에 대해 간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공기나 물처럼 어디든 둘러보면 보이는 시각적인 존재라 덜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색이 어떻게 우리의 사회와 일상에 스며들어 시나브로 변화시키는지는, 다음 무지개 시리즈에서 계속된다.

 

 

 

에디터 이지윤.jpg

 

 

[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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