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현실에서 현실과 마주하다. -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글 입력 2020.07.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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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렐라인: 비밀의 문(2009)’이란 작품을 아는가.

 

어릴 적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봤던 그 작품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그 작품을 보고 검은색 가득 찬 눈동자를 보거나, 인형 눈이 단추 눈이면 무서워한다. 사람 눈도 마찬가지다.

 

눈이 큰 사람이 나를 쳐다보면 도망치고 싶어진다. 어린 시절의 공포는 순간으로 멈출 것 같았지만, 그 공포는 나를 잡아먹어 오늘날의 나를 만들었다. 여전히 큰 눈과 단추 눈 인형만 보면 두려움에 가득 차서 도망가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애니메이션과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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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이름을 픽사 감독들이 전부인 이유도 바로 위에서 말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는 그런 공포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공포에 갇혀 더 넓은 곳을 바라보지 못하는 내가 아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나는 나를 뛰어넘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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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도전은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전시회에 가는 것이었다.

 

코로나 19로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에 한계가 있고(상영하는 영화가 없음), 인터넷을 통해 보는 영화는 두려우면 화면을 꺼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전시회는 들어간 이상 끝을 향해 달려가야 하기에 두렵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눈을 크게 뜨고서 마주한 애니메이션은 이상하게 귀여움이 더욱 많이 보였다.

 

전시회 시작하자마자, 솔직한 심정으로 포기하고 싶었다. 애니메이션의 공포를 이겨내려면 쉬운 장르부터 시작했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하드코어의 작품을 보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으스스한 분위기와 어두운 공간 속 노란색 조명은 한 발자국을 떼는 것마저 두렵게 만들었다. 전시회의 시작, 전시회의 편지가 적혀있었다. 그저 편한 마음으로 즐겨달라는 그들의 말은 두려움을 느낀 내가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이들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보지 않고, 그저 으스스한 분위기란 이유로 회피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첫 전시의 장을 열었다. <블랙 드로잉>으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그림에 앞서 퀘이 형제의 소개가 간략하게 적혀있었다. 1947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이들은 필라델피아 예술대학교와 영국 왕립예술 학교를 거쳐 1979년 영국에 스튜디오를 설립했으며 지금까지 애니메이터로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도화지에 검은 연필로 칠해진 그림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그림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둡고 색으로 사회의 어두움을 담은 작품들은 사회적으로 환호 받지 못했고, 돈 없는 예술가로 살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예술을 그만두는 것이 아닌 더 나아가서 자신의 장르로 구축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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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Unnameable LIttle Broom

PhotographⓒRobert Barker, Cornell University

 

 

두 번째 전시장은 <침묵의 비명: 퍼핏 애니메이션>이다.

 

퀘이 형제를 가장 많이 알리며 퍼핏 애니메이션 속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이제는 3D 애니메이션도 나오는 현재이기에 왜 이런 식의 촬영을 했는가가란 의문을 제시하게 되었다. 전시회 옆에 상영되는 그들의 작품을 보면 왜 이들이 이 방법을 고집했는지는 쉽게 이해될 수 있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현실을 마주 보면서 서 있는 인물들은 퍼핏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계속해서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 무의식 속 어딘가에 있는 장면을 연출하여 현실의 우리를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현실이 아닌 것이 현실을 응시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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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전시장은 <‘경이의 방’: 도미토리움과 확대경>으로 진행된다. 도미토리움 속을 확대경을 통해서 바라본다. 본래의 눈을 넘어서 확대경으로 인형의 잔털까지 볼 수 있게 되어있다.

 

그동안 인간의 눈으로만 바라보았던 시선을 넘어서 새로운 시각으로 그 공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계속해서 퀘이 형제는 한 시선에서만 머물지 말고 새로운 시선으로도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네 번째 전시장은 <‘고요한 밤 시리즈’ : 다양한 실험들>은 퀘이 형제의 주특기인 퍼핏 애니메이션 말고도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의 재능을 보여준다. 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 장르에서만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광고, 방송 프로그램 타이틀, 연극 무대 디자인 등과 같은 다양한 작업에서 활동한 것을 알 수 있다.

 

계속해서 자신의 작품에서 더 넓은 세상, 새로운 시선을 바라보라고 외쳤던 감독인 만큼이나 새로운 장르에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에도 꺼림이 없었던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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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y Brothers Koninck Studios

 

 

“영화 속에서 실제로 흐르는 시간이 아니라 ‘정지된’ 시간 속에서 영화적 공간을 충분히 음미할 기회로, 시선을 천천히 옮기며 퍼핏과 데코의 물질적 형태를 온전히 관찰하고 탐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퀘이 형제의 영화를 보면 보기 힘든 앵글을 사용한다. 가감 없이 돌아가는 화면이라든지 혹은 360도 회전 등 애니메이션이란 장르를 떠나서 영화 전반으로 봐서도 흔히 사용하지 않는 앵글들이다. 그런 앵글들은 영화의 허점이 노출되며 영화의 연출 전반을 어렵게 만든다.

 

이 또한 퍼핏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었던 시도라고도 볼 수 있으나 카메라 회전으로 결국 연출자만이 힘들어지게 된다. 관객이 몽유병 속을 걸어 다니면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길 원했다는 감독인 만큼이나 새로운 앵글을 사용하여 관객이 그동안 보지 못한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한다.

 

애니메이션의 장르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완전히 눈에 대한 공포증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눈 속에 담긴 의미만큼이나 그 애니메이션에서 담고자 하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 그 방법을 이해할 기회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영화에서는 담을 수 없는 비현실의 공간까지도 담아낸다.

 

작품을 볼 때 늘 눈이 무서워 피했더 나이지만 이제는 그 눈만을 보고서 포기하는 것이 아닌 그 눈 외에 감독의 시선으로 담고자 하는 그 시각을 바라봐야 함을 깨닫는다.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 Quay Brothers: Welcome to the Dormitorium -


일자 : 2020.06.27 ~ 2020.10.04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2,000원
청소년 : 10,000원
어린이 : 8,000원

주최
전주영화제, 예술의전당
(주)아트블렌딩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박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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