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드로잉으로 자유를 사다 - 툴루즈 로트렉展

물랭루즈의 작은 거인
글 입력 2020.07.2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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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 로트렉에 대해

 

후기 인상주의 대표 화가이자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화가인 툴루즈 로트렉은 12세기부터 이어져내려오는 유명한 귀족 가문 출신이다. 백작의 작위를 가진 아버지와 서로 사촌 간이었던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그에게는 유전적인 결함이 있었다. 근친혼으로 인해 병약하였으며, 성장이 더뎠고 뼈가 약했던 것이다.

 

그는 14살 때 넘어져 좌우 허벅지 뼈가 차례로 부러진 뒤 키가 거의 자라지 않게 되었다. 결국 152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하반신이 과도하게 짧은 난쟁이 모습으로 평생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야 했다. 이런 장애로 그의 아버지처럼 승마와 사냥을 즐기던 귀족 생활을 누리지 못한 그에게 드로잉은 다리와 목소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크기변환]침대.png

침대에서(In bed)

 
 
지체 높은 부유한 귀족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나, 유전적 질병으로 기형적인 외모를 갖게 된 로트렉은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늘 배척당했다. 그런 그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곳은 몽마르트 뒷골목 사창가였으며,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일하던 매춘부들이었다.
 
작품 속 침대 위에 누워있는 두 사람은 연인으로 보인다. 자세히 보면 그림 속 연인은 둘 다 여자이며, 레즈비언으로 보인다. 그림 속 여성들의 짧은 머리는 이들의 사회적 신분을 나타낸다.
 
당시 그들 사이에서는 서로의 지친 육신을 보듬으며 정신적 위안을 얻는 레즈비언 관계가 유행처럼 번졌다. 도시화가 진행되던 파리는 극심한 경제적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 농촌에서 상경하는 여성들의 수는 급증했다. 그리고 많은 여성이 생계를 위해 개인 매춘부로 길가에 나서게 되었다.
 
로트렉은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불운한 삶을 대입했으며, 세기말 퇴폐적인 당대 사회 분위기를 작품안에 반영했다.



툴루즈 로트렉과 빈센트 반 고흐


 

I bought my feedom with my drawings

나는 내 드로잉으로 자유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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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와 툴루즈 로트렉은 친구이다.
 
둘에게는 여러모로 공통점이 있었다. 로트렉에게는 육체적 질병, 반 고흐에게는 정신적 질병이 있었다는 것과 둘 다 일본의 목판화 우키요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었다.
 
1899년, 로트렉은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었다. 하지만 3개월 후에 정신병원에서 나오게 되었는데, 이유는 의료진이 로트렉의 드로잉을 보고 회복 중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병원에서 나오게 된 그는 반 고흐에게 “드로잉으로 자유를 샀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기억에 남은 그의 작품 중

 

[크기변환]시나이.png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그의 작품은 <시나이 아래에서>였다.

 

로트렉은 프랑스 공화국의 총리 조르주 클레망소가 쓴 책 <시나이 산 아래에서>의 표지 삽화를 맡았다. 맡은 작품들은 유럽에 흩어져 있는 유태인 커뮤니티의 삶을 블랙 유머로 묘사하고 있는데, 처음 디자인한 표지와 일러스트는 당국에 의해 게재를 거부당했다.

 

위의 작품은 마지막에 채택된 로트렉의 삽화이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던 작품이 아니다. 내가 말했던 작품은 “당국에 의해 게재를 거부당한” 작품들 중 하나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당국에 게재를 거부당했던 작품이 모두 실렸다. 그중 기억에 남는 건 프랑스의 상징인 수탉이 왕관을 쓴 채 날개를 활짝 펴고 있던 작품이었다. 그 앞에는 수탉에게 한 손을 뻗은 여성이 나체로 엎드려 좌절하고 있었다. 수탉은 마치 고고함을 나타내듯 새하얬고, 그럴수록 여성은 점점 어둠에 잠식되어갔다. 말로 표현이 잘되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로트렉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술과 방탕한 생활에 건강이 지나치게 악화된 로트렉의 옆엔 그의 어머니뿐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그의 작품을 거쳤고, 어느 누군가는 자신이 유명해진 것이 로트렉이 그려준 덕이라 말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의 마지막을 지켜본 건 어머니뿐이었다.
 
그렇게 로트렉은 서른일곱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친구 반 고흐와 같은 나이였다. 비록 그의 마지막은 안타깝다 할 수 있지만, 그의 작품은 지금의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의 작품을 사람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게재 거부된 <시나이 아래에서>를 한 번 봤으면 좋겠다.

 

 




툴루즈 로트렉展
- Henri de Toulouse-Lautrec -


일자 : 2020.06.06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관: 메이드인뷰, 한솔BBK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김승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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