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현대인에게 익숙한 언어를 낯선 언어와 혼합하기, 마임극 - '잠깐만'

글 입력 2020.07.1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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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공연 사진 (3).jpg

 

 

 

1. 낯선 언어, 마임


 

마임은 참 독특한 언어다.

 

음색, 텍스트가 아닌 원초적으로 타고난 몸으로 표현하는 마임은 독특함을 넘어 낯설기까지하다. 점점 더 세상은 공간을 생략하고, 사라진 공간 속에 우리의 몸도 많은 부분 생략되곤 한다.

 

우린 아주 어린 시절에 물체를 입에 넣음으로써 세상과 소통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몸을 사용한 예술이라는 것은 유아적인 성격을 띈다. 원초적 언어로 다시 탐색한다는 것은 일견 우습고 유쾌해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결코 단순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체적인 형태로 이루어진 것들을 넘어선 움직임은 지금까지 없었던 방법으로 지상을 표현한다.

 

그들의 언어는 원초적 도구인 몸 안에서 이루어지며, 결코 그 몸 밖을 나가지 않는다. <있다, 없다>를 비롯해 마임을 처음 감상했을 때, 나는 일련의 과정에서 어떤 숭고함 마저 느꼈다. 무언 무색의 언는 마임은 몸을 멈추고, 빠르거나 느리게 움직임으로써 표현된다. 언어가 쓸려나간 후에 남는 것은 무엇이 남는가? 오늘 소개할 마임극 <잠깐만>은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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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잠깐만"이라는 선언 뒤에 열릴 새로운 무대


 

2020년 7월 29일 (수) - 8월 2일(일) 짧다면 짧은 기간 무대에 오르는 마임극 <잠깐만>은 대한민국 최정상 마임이스트 고재경이 연출, 출연한 작품이다. <잠깐만>은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신나는 예술여행' 선정 및 '안산 국제 거리극 축제', '영호남 연극제' 등 국내 유수 축제에 초대되어 그 가능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잠깐만>은 열정은 가득하지만 늘 실수투성이인 단장과 가끔 투정은 부리지만 작품을 위해서라면 몸을 아끼지 않는 단원들로 이루어진 길거리 유랑극단의 여정을 다룬 넌버벌 마임 극이다.

 

본 작품에서 '모네', '뭉크', '고흐' 등 유명 화가의 작품들과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짐노페디', '운명' 등과 같은 곡으로 구성되어있는 <잠깐만>은 고전이 가진 힘을 적극 활용한다. 자칫 생소할 수 있는 '마임'이라는 장르에 대한 경계심을 대중적이고 친숙한 그림과 음악을 통해 한순간에 풀어버린다. 이후 관객들은 자연스레 공연에 빠져들게 된다. 비교적 익숙한 예술의 언어를 다른 언어와 혼합하는 실험은 분명 독특한 의미를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 중 하나는, 본 작품이 관객참여로 이루어지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예를들어모네의 '양산을 쓴 여인' 장면에서는 여인의 스카프를 휘날리게 만드는 바람을 관객이 담당한다. 고재경 마임이스트의 '잠깐만요' 한 마디에 무대로 불려 나온 관객은 열심히 부채질을 함으로써 그림을 완성시킨다. 뭉크의 '절규' 장면을 표현할 때에는 관객이 나무 액자 틀 안에 얼굴을 넣고 표정 연기를 진행한다. 이처럼 <잠깐만>은 관객을 직접 무대 위로 초대하여 명화 속 이야기를 타인의 이야기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시킬 수 있게끔 한다.

 

이러한 관객 참여 유도는 지난 공연 당시, "관객이 예술에 대하여 올바른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게끔 만들고, 차후 미래 문화예술 발전에도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설명을 듣지 않고도 그림이 지닌 여러 의미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었다."와 같은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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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몸의 환희로 기억된 고재경의 연출


 

흔히들 마임을 떠올릴 때 '클라운(Clown)마임' 쉽게 말해 코미디 요소가 가득한, 광대가 연상되는 마임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잠깐만> 역시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있긴 하지만 마냥 우스꽝스러운 공연은 아니다. 앞서 기술했듯, 마임은 가벼 명화를 활용하는 방식 역시 단순한 재현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품을 그린 예술가의 삶부터 그림이 그려진 시대적 배경까지 깊은 고찰을 통해 발견한 것들을 배우의 몸으로 새로이 조명한다.

 

이를테면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을 표현할 때 그림에서 두드러지는 세 여인뿐만 아니라 말을 탄 사내 역시 등장시킨다. 원작 속 원경에 보이는 그는 상류층을 상징하며, 노동하는 세 여인과는 대조되는 인물이다. 관객들은 이 인물을 통해 무심코 지나쳤던 원작을 다시 한번 자세히 살피게 된다. 이처럼 <잠깐만>은 작품과 작가에 대한 탄탄한 사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연이다.

 

연출 겸 마임이스트 고재경은 국내 최고의 마임이스트로, 공연 이력 역시 화려하다. <고재경의 마임콘서트>, <꿈속의 요정>, <광장 사람 그리고 풍경>, <카툰 마임 쑈>, <움직이는 그림>, <비의 선물>, <유홍영, 고재경의 두 도둑 이야기>, <정크, 클라운> 등 다양한 작품이 있으며 2018년에는 '김상열 연극상'을 수상했다.

 

마임 아티스트 고재경은 이전 <있다, 없다>에서 만나본 적 있다. 당시 고재경은 <여정>이라는 이름의 작품에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노랗게 빛나는 삶의 희망과 행복에 대해서 표현했다. 노란 꽃을 향해서 웃고, 우산을 씌워주고 삶을 다시 재단장하는 몸짓은 마음이 저릿할 정도로 우리와 닮아 있었다.

 

당시에 내가 바라본 고재경 마임이스트의 육체와 움직임은 충분히 인상깊었고, 그가 표현하려는 몸의 언어엔 뭐라 말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몸의 언어가 표현하는 삶에 대한 순수한 환희에 이어, 이 예술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인가' 라는 궁금증이 이 작품을 감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재경 마임이스트가 선언한 '잠깐' 뒤에는 어떤 실험이 이어질까?

 

 

*
 

잠깐만

- 웃음을 자아내는 그림이야기 -

 

 

일자 : 2020.07.29 ~ 2020.08.02

 

시간

평일 8시

주말 5시

 

장소 : 알과핵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20,000원

 

제작

마임공작소 판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관람연령

만 6세 이상

 

공연시간

55분

 



 

마임공작소 판

 

 

마임공작소 판은 마임이란 장르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연형식과 소통하고자 결성된 단체입니다. 다양한 활동영역의 예술가들이 마임을 탐구하고 대중적이면서 독립적인 작품으로서의 마임레퍼토리를 개발하여 관객에게 다가가고자하며 그에 맞는 작품 활동 및 각종 마임 및 공연예술축제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습니다.

 

 



 

[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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