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퀘이 형제 :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展

무의식의 세계
글 입력 2020.07.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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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무의식

저 어딘가로 초대합니다."


 

포스터에서부터 느껴지는 강렬하고, 어딘가 뒤틀린 듯 하고 께름칙한 느낌이 첫인상을 깊게 남겼다.

 

어두운 배경 속 인형들은 하나같이 눈이 없어 어디를 보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흔히 아는 예쁘거나 멋진 구관인형과 전혀 다른 으스스한 외형도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다.

 

인형들의 외형에서 현실과 다른 이질감을 느끼는 동시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호기심이 생긴다. 전혀 밝지 않은 색과 분위기 임에도 눈길이 가고, 전시회를 가야겠다는 결심 마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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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y Brothers Koninck Studios

 

 

팀 버튼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이 두 사람의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TV에서도 종종 방영을 해준 적이 있기도 하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은 한때 인기리에 극장에서 상영되었었다. 두 감독 모두 빛보다는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의 표면이 아닌 내면을 파고든다. 그런 두 감독이 주목하고 인정한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이 바로 퀘이 형제이다.

 

전시 입구에서부터 스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저 문 안으로 들어가며 친구에게 농담삼아 “두 명이 들어가서 한 명만 나오는 문일지도 몰라.” 한 마디를 던졌다. 전시장의 커튼을 시작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둠에 가깝다. 어두컴컴한 조명, 으스스한 노래, 빨간 카펫, 숨 죽이며 돌아다니는 사람들.

 

밝은 낮보다도 밤, 그보다 더욱 깊은 새벽이면 종종 자신의 내면으로 깊게 들어가게 된다. 밝은 때에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나의 깊은 내면보다도 그 순간에 집중하고 즐거움에 현혹된다.

 

그러다 밤이나 새벽이 되면 홀로 어두운 방에 눕거나 앉아 문득문득 내면의 습하고 질척이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우울이라는 단어로 설명되기도 하고, 자책이나 죄책이라는 단어로도 설명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시간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외면할 수 없는 나의 깊은 감정을 이해하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나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퀘이 형제의 전시는 두루뭉술한 무의식을 여러 형태로 만들어 보여준다. 그렇기에 불쾌한 감정이 들고 보는 것들마다 불편하다는 느낌이 강렬했다. ‘도미토리움’으로 구분 된 방과 방마다 무의식을 표현한 영상, 조형물, 그림, 포스터가 그런 것들을 하나씩 보여주고 있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초현실적 그로테스크 아트 워크들을 볼때마다 당장 여기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조금 더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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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y Brothers Koninck Studios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답게 3개의 도미토리움에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3개의 영상은 대사는 없지만 강렬한 비주얼에 시선을 빼앗겼다. 아름다워서 강렬하기 보다는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모습에 오히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대체 저기에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3개의 애니메이션은 각각마다 색다른 자극을 준다. 불안감, 불안전한 형태에서 느껴지는 불편함, 급작스럽게 변하는 장면들, 섬뜩한 등장과 잔혹한 변형. 아름답다고 결코 할 수 없는 분위기와 조형물 임에도 어느새 그 어둡고 끈적거리는 무의식을 표현한 작품에 오감이 날카롭게 날이 섰다.

 

전시라고 하면 보통은 유화나 수채화, 만화 같이 유쾌하거나 즐거운 것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밝음이나 유쾌함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전시 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매력에 사로잡혀 전시장을 나갈 수가 없었다.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퀘이 형제의 조형물 드로잉, 그리고 이후에 다양한 실험으로 만들어진 스톱모션, 실사, 컴퓨터 그래픽을 혼합한 작품들 모두가 일관성 있는 그들만의 느낌으로 무의식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무의식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런 식의 마주섬도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피하기만 할 수 없는 순간이나 감정 앞에 서서 제대로 바라보는 순간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무의식이 있다는 걸 인지하는 사람은 많을테지만, 이걸 작품들로 만들어 내보일 수 있는 능력에 절로 감탄이 터질 것이다.

 

다만 전반적인 분위기부터 시작해 그로테스크 함을 (고어적인 표현이나 분위기 자체만으로 압박감이 심하기에) 표면에 그대로 내보이고 있어, 이런 것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무의식을 마주하려다 오히려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 외에 이런 분위기를 평소에 좋아하거나, 무의식을 마주하는 기회를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여타 다른 전시들과 전혀 다른 성향에 더욱 깊은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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