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레트로의 과거와 현재, 같은 점과 다른 점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7.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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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들에게 가장 지겨우면서도 만만한 소재를 꼽으라면 레트로가 아닐까.

 

웬만한 사람들에게 더 이상 복고열풍은 신선하지도 재밌지도 않다. 패션, 음악, 드라마, 식품까지 종류를 막론한 이런 열풍에 대해 단순히 ‘과거를 회상한다’는 의미의 레트로로 설명할 수는 없다.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뉴트로’가 한 해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꼽았다. 이는 ‘뉴(New)+레트로(Retro)’의 합성어로, 과거의 산물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재해석한다는 의미이다. 즉 옛것을 반복하면서 향수를 느끼는 기성 세대가 아니라, 그것을 완전히 새롭고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들을 위한 문화현상이라는 것. 대체로 마케팅적인 의미에서의 레트로는 이런 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레트로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90년대 중반쯤 태어난 내 기억 속에도 레트로는 존재했다. 오토튠이 음악 시장을 잠식했던 2000년대 후반쯤, 컬러풀한 80년대의 룩을 맞춰 입고 티아라가 복고풍 음악으로 활동했다. 아이돌 열풍을 몰고 온 원더걸스의 ‘텔 미’ 역시 복고 컨셉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레트로라는 개념이 등장한 건 예상보다 훨씬 오래 전이다. 입생 로랑이 1971년 자신의 컬렉션에서 1940년대 패션을 재현시키면서 레트로 룩의 붐을 몰고 왔다. 더 옛날로 가볼 수도 있다. 1960년대 히피들의 보헤미안 룩 역시 모태는 민족의상에서 가져온 것이니만큼, 사실 완전히 새로운 발명이란 없다. 과거의 것에서 가져오고, 요즘의 감성을 한 스푼 더해서 만들어진 것이 또 다시 미래에 레트로로 소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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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 투더 퓨처》에서 80년대의 마티 맥플라이가 입고 나오는 패션 역시 2020년의 우리가 보기엔 완벽한 ‘레트로 룩’이다. 데님 재킷에 데님 진, 나이키 스니커즈, 스케이트 보드에 일렉트릭 기타까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청청패션’이라며 놀림받던 데님 믹스매치는 요즘 그렇게까지 보기 드문 룩도 아니다. 아마 80년대의 레트로가 다시 돌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가 오늘날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80년대의 풍경은 ‘현재’ 이고 작중에서 돌아가는 ‘과거’는 1950년대라는 점이다. 과연 그 시절 관객들에게도 50년대의 패션이 레트로로 받아들여지고 복고 열풍이 불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같지는 않았을 것 같다.

 

게다가 《백 투더 퓨처》에서는 50년대의 향수보다는 80년대(현재)의 스타일이 과거에 미치는 영향에 더 주목한다. 마티가 입고 있는 패딩조끼를 보고 ‘배에서 뛰어내렸느냐’라고 묻는다거나, 아이들이 조립하던 나무 상자를 스케이트보드처럼 활용하며 군중의 감탄을 끌어내는 장면 등이 그렇다. 오늘날의 명백한 레트로 작품들(《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은)이 과거를 비추고 조망하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뉴트로, 또는 레트로를 이야기하는 요즘 매체의 목소리는 대체로 반반인 것 같다. 한 쪽에서는 지나치게 남용되는 레트로 이미지가 식상하다고 비판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레트로가 주는 친숙함이 필연적인 것이라고 반박한다. 양쪽 다 일리 있는 의견이다. 툭하면 레트로를 들이미는 마케팅과 콘텐츠 업계는 새로운 걸 생산해낼 고민을 하기보다 유행에 편승해가려는 게으름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과거의 것을 물 위로 끌어올리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주는 신선한 감각도 그렇지만, 윗 세대와의 정서적 공감 면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지점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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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사실 레트로 붐을 막는다는 건 불가피하다. 이미 90년대 영국 록 씬에서는 60년대의 모드가 일종의 ‘뉴트로’처럼 소비된 바 있다. 그리고 2020년의 영국 인디 씬에서는 그런 90년대의 브릿팝 록스타들을 카피하면서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조금씩 첨가한다. 비록 가끔은 과하다 싶게 과거의 것을 그대로 베끼기만 하는 창작자들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그건 언제나 그랬다.

 

레트로의 본질은 어쨌거나 과거를 돌이켜보는 데에 있다. 신세대에게 복고가 신선한 패션 아이템으로만 소비되고 있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당장 수 년 전부터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오고 있는 일본의 시티 팝이나, 미국의 베이퍼웨이브 같은 음악 장르만 해도 마찬가지다. 특히 시티 팝의 경우, 80년대의 버블경제를 겪어본 적 없는 젊은 세대들이 “왠지 있지도 않은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다”는 류의 댓글을 달고는 한다.

 

이런 건 분명히 흥미로운 현상이다. 겪어본 세대가 과거를 회상할 때의 낭만과, 겪어보지 못한 세대가 없는 과거를 상상해 내는 낭만은 다른 종류의 것일까? 양쪽을 동시에 경험한 사람이 있을 수 없기에 더더욱 알쏭달쏭하다. 아무리 많이 소비되고 흔해져도, 계속 변주되어 가며 레트로가 꾸역꾸역 그 모습을 드러내는 건 이런 알쏭달쏭함이 주는 매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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