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술관의 벽이 느껴진다면 [시각예술]

걱정과 선입견은 보관소에 맡기자.
글 입력 2020.07.1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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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

 

 

고백하자면 나는 미술 전문가라고 불리고 싶은 사람인데, 사실 미술이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영 자주 있다. 오늘날의 미술이란 미술을 둘러싼 제도 내에서 이루어지는 정의만 존재할 뿐, 점점 더 영역이 확대되어 어디까지를 미술로 규정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미술관,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 미술일까? 그렇다면 상업 공간 속 그림들은 미술이 아닌가? 아름답게 디자인된 물건들은 미술인가? 작가로 공인된 사람의 작품이 미술인가? 수많은 질문들을 낳는 오늘날 미술은 다양한 매체로 표현된다. 회화, 영상, 사진, 오브제, 퍼포먼스 등 여러 매체를 넘나들고 장소마저 전통적인 미술관에서 벗어나 길거리, 공원과 같은 일상적인 장소가 되기도 한다.

 

종종 미술관을 자주 가지 않는 친구와 전시를 보러 가면 어찌할 줄 모르거나, 작품 앞에서 자신은 그림을 잘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한 친구는 내게 ‘미술관에는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해?’라고 물었다. 미술관이 낯설고 무언가 지켜야만 하는 규범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미술관의 기원이 귀족들만의 문화로 벽을 세우려 한 것에서 출발했으니 여전히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물론 미술계가 인정하는 작가들과 작품들은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이 개념은 대중과의 벽이 있어서 많은 것을 체득하지 않는 이상 완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모든 것을 아는 사람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두려워할 것이 없다.

 

유명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작품을 두고 배경지식을 알지 못해 난감해 하거나 급하게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그림을 ‘공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게 진정한 ‘감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작품을 볼 때 공허해지는 것을 느낀다. 예술이란 우리의 일상을 더 풍요롭고 나은 방향을 위해 돕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믿는데, 그게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부담감만은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술감상의 교육적 측면에 관심을 가지다 눈에 띄는 책을 발견했다. 최혜진의 <우리 각자의 미술관>, 부제가 무려 ‘지식 없이 즐기는 그림 감상 연습’이다. 미술 비전공자 에디터인 저자가 미술관을 다니며 들었던 의문과 경험을 풀어내고 독자들에게 이론 공부가 아닌 감상의 힌트를 건넨다. 그녀의 특별한 점은 책 속에 자신만의 미술관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독자로 하여금 ‘나를 개입시키면서 그림과 만나기’를 제안하는 미술관이다. 그 미술관에 입장하려면 규칙이 있다. 걱정과 선입견 보관소에 들린다.

 

 
“당신의 감성과 지성을 무겁게 누르는 주입된 정보나 어두운 기억을 여기에 맡겨주세요.”
 

 

그렇게 걱정과 선입견을 맡기고 미술관이 제시하는 길을 따라 ‘이야기 상상하기’, ‘기억 호출하기,’ ‘감정이입하기’, ‘닮은 꼴 찾기’, ‘의문 낚아채기’, ‘ 거부반응 응시하기’ 방을 거치다 보면 몰랐던 나를 만나기도 하고 그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터득하게 된다. 우리가 기존의 주입식 미술교육에서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을 얻었는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미술관을 직접 경험하는 생생함을 남겨두기 위해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고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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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도서가 출판되고 많은 독자들이 찾는 것을 보아 미술을 어려워하면서도 궁금해하고 향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체감한다. 동시에 나의 태도를 되돌아본다. 나는 미술을 아는 것일까? 전공자인 내가 비전공자보다 나은 감상을 한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감상의 질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인 듯하다. 모두 각자의 감상이 빛나는 미술관이기를 바란다.


 

무엇을 위해 미술 관련 책을 읽고, 미술관에 갈까? 대답은 쉽게 나왔습니다.

 

"감동하고 싶어서지"

 

감동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흔들리며, 흔들리기 때문에 중심을 새로이 잡아야 할 내면의 필요와 마주합니다. 예전과 다른 내적 질서를 가진 사람이 될 가능성의 문이 열리는 것이죠.

 

- p. 25

 

 

반복되는 일상 속 지루함을 느끼는 내가 항상 갈구하고 있는 것은 '감동'일지도 모르겠다. 감동받고 싶어서, 기존의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미술관에 가고 미술을 보고 듣고 느낀다.

 

예술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공허함을 느끼는 행위들이 결국 무엇을 위함인지 기억할 때, 처음으로 돌아갈 때, 답이 조금씩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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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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