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혹시 고양이 좋아하시나요? [동물]

링컨이 너를 만나기 전과 후
글 입력 2020.07.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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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벌써 반이 지나갔다. 올 한 해 나에게 가장 큰 변화라면 (아직 반이나 남았음에도) 당연 결혼 생활일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이전 생활과 가장 달라진 점은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내 인생에 동물을 키우게 될 줄이야. 그것도 고양이를.

 

사실 살아 움직이면 모든 동물들은 나에게 (새끼는 귀엽기는 한데) 멀리서만 지켜보고 싶은 무서운 존재이기만 했다. 어릴 적 동네에서 커다란 개가 나에게 무섭게 돌진했던 이미지가 너무도 선명하게 트라우마처럼 남겨진 이후로 친구네 작은 강아지 한 번 만져본 적이 없다. 게다가 고양이는 이제껏 길고양이 빼고는 만나본 적도 없다.

 

간혹 아파트 단지에 자주 출몰하는 길고양이를 만나면 아무리 피곤해도 발걸음을 돌려 괜히 먼 길로 돌아서 걸어오곤 했는데 성큼 사람에게 다가오는 녀석의 째려보는 듯한 레이저 눈빛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어쩌다 고양이를 집에 들이기로 결정했다.

 

결정하기 전 한달 넘게 고민을 하면서 주변에 많은 의견을 물었는데 그제서야 꽤 많은 친구들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냉정해 보이기만 했던 이모부가 길고양이를 두 마리 주어와 벌써 10년째 키우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고, 다른 가족이 버리고 간 고양이들을 키우고 있는 친구네 가족 이야기도 의외였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외로움과 우울한 마음이 사라지면서 마음의 평온을 얻었다는 언니부터 집에서 키우지는 않지만 동네 고양이들 밥 주려고 사료를 사는 언니까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양이의 매력이 궁금해지긴 했다.

 

 

발튀스 고야이.jpg

 

올랭피아.jpg

 

클라크부부와 고양이 퍼시의 초상.png

 

 

고양이를 키울까 말까 고민을 하다 보니 그림 속에서도 고양이가 더욱 잘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 쭉 걸어 둔 명화 엽서 속에 이제서야 고양이들이 보인다.

 

인상적이었던 발튀스의 그림에서 고양이는 소녀의 묘한 느낌 배로 증가시킨다. 마네의 올랭피아에서도 배경에 잘 눈에 띄지 않던 검은 고양이가 갑자기 선명히 보인다.

 

찾아 보다 보니 올랭피아의 원 제목이 고양이와 함께한 비너스였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아마 이 시절에는 고양이가 도발적이고 천박한 이미지였던 듯싶다.

 

그리고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에서도 고양이가 등장한다. <클라크 부부와 고양이 퍼시의 초상>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얌전히 무릎위에 앉아 딴 곳을 보고 앉아있다. 이제서야 그 뒷모습에서마저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

 

 

링컨이1.jpg

 

링컨이2.jpg

 

 

걱정되었던 시간들과는 다르게 함께 지내고 있는 지금 녀석 덕분에 집에 있는 시간들이 너무나 평온하고 행복하기만 하다. 내가 낮잠을 잘 못 자는 편이었는데 링컨이가 세상 편하게 쭉 뻗고 자는 모습을 보면 나도 따라 잠을 푹 자곤 한다. 부른다고 오지는 않지만 나를 졸졸 뒤 따라다니는 링컨이 생각에 집을 오래 비우면 마음이 불편 해진다. 지금도 골골골 하며 내 노트북 옆에 딱 붙어 있다. 애교쟁이가 따로 없다.

 

그리고 이전에는 보지 않았던 동물과 관련된 카툰, 움짤, 방송을 챙겨보고 고양이 아이템도 사고 만들고 하다 보니 이전의 세계관보다 내 시야가 훨씬 넓어진 것을 스스로 느낀다.

 

가족이라는 의미도 훨씬 넓어졌고, 동물과 함께 하는 삶에서 이제는 길고양이에게서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연민, 미안함,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을 마주하기도 했다. 또한 전에는 사실 관심이 없던 동물 학대에 대한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책임이라는 단어 뒤에는 당연히 작은 불편함도 존재한다.

 

나 역시 비염으로 고생하는 일이 늘었고 이제껏 하지 않았던 집안일에 더불어 청소를 두 배로 해야 하는 등 더 부지런해져야 하지만 이 또한 내가 선택한 일이라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키우면서 점점 더 확신하는데 어린 아이들과 말 못하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은 정말 천벌을 받을 것이라 강하게 믿는다.

 

 

고양이 르누아르.jpg

 

 

마지막으로 르누아르의 고양이를 안고 있는 줄리 마네를 소개하고 싶다. 그림 속 그녀가 안고 있는 고양이는 소녀의 미소 이상으로 정말인지 너무나 사랑스럽다. 전혀 안 좋아할 거 같은 우리 아빠도 링컨이를 예뻐 하는 걸 보면 역시 키워보고 경험해봐야 아는 거 같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랑스러움을 알았으면!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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