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 자신을 지키는 법 -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글 입력 2020.07.1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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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은 인간은 없다. 누구든 마음에 외로움을 간직하고, 혹은 숨기고 살아간다. 외롭다고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마음 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그 외로움은 알고 보면 모든 관계의 바탕이자 동기다.

 

외로움은 갈증과 같아서 기저에 잠재된 욕구를 끌어올린다. 목이 마를수록 시원한 물 한잔이 떠오르듯, 삶의 긴 여정을 걸어나가다 보면 내 외로움을 해소해 줄 관계가 그립다. 사람과 사람이 친밀해지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또 의존하는 마음은 커진다. 그리고 서로를 잘 안다고 여기는 소중한 관계일수록 더 많은 것을 바란다. 그만큼 상대방을 믿기 때문에. 하지만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때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 입기를 반복한다.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모든 관계가 그렇다.

 

그렇다고 관계를 비관적으로 여겨 모든걸 포기하고 지내란 뜻이 아니다. 나만큼 날 잘 아는 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외로움이 불러일으킨 갈증에 나와 꼭 같은 누군가를 바라지만 그런 이는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하면 될 뿐이다.

 

이처럼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기쁨을 얻고 때로 성장하기도 하지만, 건강한 일상을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책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은 내 편이라 생각했던 가까운 사람들을 낯익은 타인으로 정의하는 법, 누군가와 연결되지 않을 시간을 지키는 법을 알려준다.

 

보통 끈끈하게 얽히고 설킨 관계일수록 튼튼하게 다져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다양한 삶의 풍파 속에 그 관계의 뿌리가 온전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뿌리 내릴 최소한의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 논하는 '거리 두기'는 내 마음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내치는 행위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사랑하는 이들을 더 건강하고 오랫동안, 단단하게 사랑하기 위해 '거리 두기'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책은 우리가 왜 다를 수밖에 없는지, 왜 적정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무엇보다 작가 스스로가 관계에서 상처입고 그로 인해 배웠던 많은 깨달음을 살갑게 전한다. 작가는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친구, 연인에 이어 직장 동료 등 개인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에 대해 고찰한다.

 

 

타인에게 에너지를 몰아 쓰면 정작 나를 위한 에너지는 빠르게 고갈된다. 부모 자식 사이도 예외가 없다. 부모도 자식을 키울 때 모든 에너지를 육아에 쏟아부으면 반드시 무너지는 순간이 온다. 자식도 부모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양보하면 기대하는 것이 생기고 그 기대는 대부분 충족되지 못한다. 그런 실망과 배신감은 상대에 대한 공격성으로 발현되기 쉽다. 봇물 터지듯 우르르 몰려오는 감정들 앞에서 그동안의 관계는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 '가족, 가장 낯익은 타인' 파트 중

 

 

이 거리 두기는 외외로 무관심이 아닌 따스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관계에서 한 발짝 떨어져 '나'와 같다 여겼던 이들이 '타인'임을 인정하고 난 후, 가장 중요하게 뒤따라야 할 건 자신과 다른 수많은 타인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다.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존중하고 아껴주며 사랑하기가 수월해진다. 물론 그 전에 나 자신이 바로 설 수 있음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책의 마지막 챕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당신의 연대'다. 짧거나 길고 혹은 두껍거나 얇은 수많은 관계의 실타래 속에서 현명하게 함께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곱씹는다.

 

그 어떤 맛도 색도 형태도 보이지 않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작가는 꽤 분명한 태도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어나간다. 사람으로 인해 살아가기도 하고, 혹은 사람으로 인해 죽어가기도 하는 이 아이러니한 관계의 장 속에서 살아가는 모두에게 굉장히 매혹적으로 다가올 이야기다. 한 문장, 한 장씩 넘겨가는 것만으로 내 안의 감정이 저도 모르게 차분히 정리되는 것을 느낀다.

 

물론 늘 그렇듯 이론보다 실전이 중요하다. 관계에서 거리를 두기 위해선 온전한 내 모습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것부터가 참 어렵더라. 그런데 놀랍게도 타인과 거리두는 법에 있어서 만큼은 작가가 독자의 마음을 모두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에필로그의 제목은 '가장 낯익은 타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였다.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 가장 낯익은 타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


지은이 : 정민지

출판사 : 빌리버튼

분야
에세이

규격
120*200

쪽 수 : 244쪽

발행일
2020년 06월 10일

정가 : 13,500원

ISBN
979-11-88545-85-8 (03810)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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