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깝고도 먼 그대 -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관계에 짓눌리지 않고 미묘하게 가벼워지는 방법
글 입력 2020.07.1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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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저자 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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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지 작가의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은 우리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을 ‘타인’으로 인식함으로써 각각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기존의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과 상호 간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잘게 나눈 챕터를 가볍고 빠른 호흡으로 전개하는데, 이때 본인 혹은 주변인의 사례를 들거나 다양한 인용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박차를 가한다. 또한, 중간중간 속을 긁는 듯한 표현은 읽는 이의 공감을 유발한다. 이 모든 요소가 결합하여 그 만의 독서 분위기를 형성시켜주는데, 그것이 마치 친한 친구가 내 앞에 앉아 편하게 툭툭 이야기를 주고받는 느낌이었다.

 

 

 

자기 보호적 분리형 사고: 인간관계 새롭게 보기


 

2년 전, 한 회사의 인턴으로 짧게 근무를 한 적이 있다. 나로서는 9시에서 6시까지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첫 사회생활이었다. 그때 인간관계에서 적잖이 혼란을 겪은 것이 있는데, 바로 사람들의 ‘이중성’이었다. 주로 ‘어떻게 저 사람과 친하게 말을 주고받지?’와 같은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그렇게 흉을 보다가도 막상 당사자와는 농담 따먹기까지 하는 여유는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참 못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의 가면이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현재, 다시 사무실에 출근한 지 4개월째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산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더는 그것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분리’의 관점으로 상황을 인식하게 되면서 그것이 그들이 단순히 ‘못돼서’가 아니라 ‘자기보호’를 위해서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어떤 사람의 한 부분이 유달리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을 이어가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굳이 억지로 좋은 티를 내지 않아도 됐고, 따라서 내 감정을 크게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내가 할 필요가 없는 그 행동을 ‘위선’이라고 쉽게 이름 붙였다.

 

그러나 인생의 상당한 시간을 매일 같이 부대끼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마치 선고를 받은 듯, 현실은 한 사람을 온전히 싫어하게 되는 순간 내가 겪을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명확히 예측했고 철저히 ‘자기 보호적 분리형 사고’를 가동했다.

 

그렇게 본능적으로 사람을 분리하는 법을 익혔다. 나와 안 맞는 부분은 안 맞는 것이고 이에 대해 불만을 느끼더라도, 서로 어느 정도 맞출 수 있거나 괜찮은 부분은 그것대로 기꺼이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도 가면을 쓰고 벗는 것, 상황과 사람에 따라 가면을 바꾸는 것에까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을 내 식대로 터득하기 시작했달까.

 

 

 

‘나’ 표현법: 올바르게 감정을 배설하는 법


 

가장 공감을 일으킨 부분은 감정을 스스로 푸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저자는 책에서 ‘감정 배설 로봇’의 사례를 들며, 이 로봇을 때리고 내동댕이치며 찌르는 순간 감정의 배설이 이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인형을 찾진 않을 것이며 그때부터 감정 배설의 대상은 가까운 사람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나마 내가 찾은 가장 어른스러운 방법은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다. 자신의 말과 기분을 정확한 단어로 표현함으로써 우리의 감정은 상당 부분 해소된다. 완전히는 아니어도, 많이 개운해진다.”


- p.64

 

 

저자의 이 말에 나는 매우 공감할 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내가 믿어 의심치 않으며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주로 화가 나서 어찌할 줄은 모르겠고 머릿속에 수백 개의 문장이 그저 떠돌기만 하는 답답한 상태에서 핸드폰이든 노트북이든 아무것이나 잡아 들고 써 내려간다.

 

자신에게 계속해서 질의응답을 하는 것이다. ‘나는 왜 지금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 ‘그 사람의 그 말 때문인가?’, ‘그렇다면 그가 만약 이렇게 말했더라면 나는 이렇게까진 화나지 않았을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던 수많은 문장은 글자로 표기되어 내 두 눈으로 읽을 수 있게 가시화되고, 문제의 상황과 나 자신의 상태가 줄지어 묘사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완전히 벌거벗은 상태로 실오라기 하나의 거짓 없이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부정하고 싶고 부끄럽게 느끼는 것을 그대로 포함해야 하며 자신이 되고 싶은 이상과 실제 상태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정신없이 써 내려가다 보면, 물 밀듯이 닥치던 내 안의 물음은 점점 바닥을 보이고, 어떻게든 생각이 구조화된다. 순식간에 몇 페이지를 넘어간 글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면, 내 안에 이렇게 많은 의문과 생각이 있는데 혼란하고 화가 나지 않으면 이상했을 거라는 생각까지 든다.

 

이 방법의 효과는 단 몇 분이라도 자신을 솔직하게 대면하고 이를 정의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도록 냉정하게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굳이 하고 싶지 않으니 피하면 그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날 미칠 듯이 괴롭히는 그 감정의 눈을 정확히 바라보고 파헤쳤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 같은 경험의 축적은 상황으로부터 한 발자국 물러나 전체적인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그뿐만 아니라, 내게 파동을 일으킨 큰 사건 하나하나를 나름대로 갈무리 지으면서 다음에 겪을 감정의 파란에도 덜 동요하게 된다.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느꼈던 불안과 답답함이 ‘나’라는 사람을 알게 되면서 조금이나마 해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전처럼 막막하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 지나친 자책이나 자기방어로 빠질 위험도 줄어든다.

 

저자가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의 마음뿐이다. 그리고 애써도 영영 알 수 없는 것은, 상대의 마음이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안에 기준을 두고 이유를 찾는 것이다. 외부의 기준은 너무나 불안정하다. 제대로 알 수도 없기 때문에 여기에 기준을 두기 시작하는 순간 극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물론 ‘나’라는 사람이 불변의 존재는 아니다. 매 순간 나도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내 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 변화의 양상도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내면은 적어도 그 순간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된다. 이 창구는 제대로 이용하지도 않은 채 ‘왜 저 사람은 날 싫어하지?’, ‘내가 뭘 잘못했지?’ 식으로 이어가다간 스스로 출구 없는 생채기만 무수히 남길 뿐이다.

 

객관적으로 자신과 상황을 바라보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을 통해 불편한 마음이 바르게 해소되어서 엄한 곳으로 튀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더불어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간다는 것만큼 큰 장점도 없기에 여러모로 공유하고 싶은 방법이다. 책에 쓰인 몇 줄에 나도 모르게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 순간이었다.

 

*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은 결국 ‘분리하는 눈’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가족, 친구, 연인, 지인, 직장동료를 낯익은 ‘타인’으로 정의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받은 상처가 사실 그렇게 상처받을 게 아니었음을 깨닫고 태연하게 생각할 수 있을 때,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결국, 나와 타인의 관계에서든 특정 상황 속에서의 나 자신에게든 이 ‘분리하는 눈’은 내가 받는 상처와 혼란을 줄이고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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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서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에 지친 너에게

 

 

<책 소개>
 
관계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을 낯익은 타인이라고 생각하고 난 뒤부터

 
우리는 일상에서 무수하게 사랑을 하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는다. 상처는 관계의 깊이와는 관계가 없다. 날카로운 무심함으로 마음 한구석을 깊게 베어버리는 것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낯익은 인연이다.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이 던진 한마디는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가까운 사람이 던진 한마디는 '나를 알면서 왜'라는 생각을 하며 곱씹고 또 곱씹는다. 상처는 내 편이라 생각했던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받는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딸로, 10년이 넘는 시간을 기자로 살아온 저자는 다양한 사람과 집단을 만났다. 두 가지 형태의 가족(선택할 수 없는 가족과 오로지 내 선택으로 이뤄진 가족)부터 일로 만난 가벼운 인연과 기꺼이 애정을 준 동료들까지 수많은 관계 맺음을 통해 크고 작은 가슴앓이 하며 관계에 대해 고민했다.
 
이 책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은 가족, 친구, 지인, 직장 선후배 등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서로 마음 덜 다치고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그들을 왜 '낯익은 타인'으로 대접하는 것이 마땅한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출판사 서평>
 
가족, 친구, 지인…
나를 둘러싼 낯익은 타인들
"우리에게는 연결되지 않을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선까지 할 건지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가 할 일이다. 내 인생의 선은 내가 긋는 것이다. 내 인생 전체를 그곳에 모조리 전시할 필요는 없다. 원할 때는 잠시 연결되지 않아도 된다.
 
- 본문 中

 


울창하게 우거진 숲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찬찬히 살펴보니 빼곡해 보이는 나무들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라고 있다. 적당한 거리는 풍부한 햇살과 빗물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관계를 잘 맺는다는 것은 나와 상대의 공간을 인정하면서 일정한 거리를 지켜주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끈끈한 관계야말로 '진짜'라고 생각하면서 숱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견뎌야 했다. 그러나 살아오면서 직면한 위기의 순간마다 그 관계의 민낯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늘 나를 지켜주는 가족부터 한때는 내 인생의 전부였던 친구, 그리고 너무나 사랑하는 배우자나 연인까지. 이 책의 저자는 나를 가장 사랑해주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들과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 '관계 속 거리 두기'를 제안하다.
 
거리 두기의 핵심은 가족, 타인, 지인 역시 타인이라 정의 내리는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걸 받아들이면 복잡했던 것들이 심플해지고, 나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니 바라는 것이 훨씬 적어졌다고 한다. 그 어떤 존재든 낯익은 타인으로 대한다면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속 시끄러운 일들은 사라질 것이다.
 
이 책은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로 담아냈다. 사랑하고 상처받는 관계이지만, 저자는 결코 그들과의 관계를 놓아버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적당한 거리를 지키라고 말할 뿐이다.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존중과 배려가 가장 중요함을 말한다.
 
저자가 담담하게 전달하는 경험담을 통해 우리는 마음 창고 속에 품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잊고 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얼굴이 붉어지거나 문득 어떤 이의 소식이 궁금해질 수도 있다. '타인'이라는 단어로 익숙한 관계를 재구성하는 과정은 결국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을 통해 관계 속 복잡하게 뒤엉킨 감정들이 가라앉고 조금은 홀가분해지는 시간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 가장 낯익은 타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

지은이 : 정민지
출판사 : 빌리버튼
분야
에세이
규격
120*200
쪽 수 : 244쪽
발행일
2020년 06월 10일
정가 : 13,500원
ISBN
979-11-88545-85-8 (03810)

 



 

 
저자 소개


정민지
 
날마다 산문을 쓰고 가끔 글쓰기 강의를 한다. 가장 오래 한 일은 사람들과 어울려서 실없이 논 것이다. 둥글고 순한 모든 것들을 좋아하고, 쉽게 절연絶緣하지 않으려 애쓰며 산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십 년 넘게 방송사와 종합일간지에서 기자로 일했다.
 
어쩌다 보니 저널리즘에 발을 담갔지만 앞으로는 일상을 글로 풀어내면서 평범함의 위엄을 발견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싶다. 책 페이지를 넘기는 독자에게 "이건 나잖아!"라는 날을 듣는 게 작가로서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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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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