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편안하면서도 불편한 이들과의 관계란 -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도서]

온전히 편안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기에
글 입력 2020.07.0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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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에서 긴장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긴장감은 어떤 사람에게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즐거움의 필수적인 요소로 생각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왜 인연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지 다시금 깨닫게 하는 요소가 된다.

 

후자의 성격에 가까운 나로서는 처음 만난 누군가와 웃고, 담소를 나누고,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가 한 말, 또 내가 한 말과 행동을 곱씹으며 무의식적으로 되새기곤 한다. 이렇게 의미 없는 불편한 물음표들을 머릿속에서 그리는 것에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나는 그때마다 몇몇 얼굴들을 떠올리며 그리움을 품는 것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나와 관계를 맺어온, 충분히 마음을 나누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그러나 이렇게 그리움과 애틋함의 대상으로 내 마음에 머무는 이들은 때로는 만난 지 얼마 안 된 타인이라는 존재가 주는 긴장과 불편함 그 이상의 이질감을 안겨주는 존재로 내 눈앞에 다시 자리한다.

 

평소에 그들과의 관계에서 편안했던 정도의 이질감을 느끼는 것을 넘어서 상처를 받게 될 때면 완전한 타인으로부터 받는 것보다 더없이 쓰라린다. 그런 과정을 몇 번 거치다 보면 체념과 비슷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특별한 관계도 가까운 만큼 잘 알면서도 모르는 것이 많은, 더 쉽게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이제는 가족과 오랜 친구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 안정기로 접어드는 듯해도 여전히 내게 불편함과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순간들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곱씹을 수밖에 없는 이 오랜 인연들이 주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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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단어를 되뇌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재구성될 수 있었다. 상대가 누구든,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걸 받아들이면 복잡했던 것들이 심플해졌다. 불필요하게 꼬여있는 것들이 스르르 풀리기도 했다. 나와 네가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그렇게 되니 무엇보다도, 바라는 것이 훨씬 적어졌다. 감정을 덜어내니 덜 서운해지고, 전보다 덜 집착하게 되었다.

 

- 7쪽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의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소중하게 여긴 인연들이 주는 상처에 가슴앓이 했던 순간들을 지나 이전보다 마음에 편안함을 얻게 된 계기를 위와 같이 소개한다.

 

상대가 누구이건 간에 모두 나와는 다른 사람임을, 즉 타인이라는 것을 인정하자는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나와 누군가의 관계에서의 평온함을 얻은 동시에 스스로의 마음에도 위안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은 이런 저자의 깨달음을 토대로 삶에 더없이 낯익은 이들도 결국 타인임을, 이 타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타인, 부모와 관계에서 에피소드들은 가장 사랑을 주고받는, 주고받아야 할 관계에서 발생하는 무미건조함, 짜증과 죄책감을 오가는 감정에 대해서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의지하며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픈 친구 사이에서도 무심코 던져진 말 때문에, 때로는 정성을 담아 건넸던 조언에도 마음에 응어리를 품기도 한다. 성숙한 관계의 연장일 거라 여긴 직장인으로서의 생활 속에서도 한 공간에서 함께 해야 하는 구성원이 주는 스트레스도, SNS에 자신을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가까우면서 먼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모두의 마음속 분명히 자리한 이러한 고민에 대해 저자는 자신과 주변의 무겁지 않은 소소한 이야기를 소개하며 그 해결책도 함께 조언한다.

 

내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가까운 이들과 내게 너무나도 나쁜 사람인 이들, 내 눈에 담기는 모습이 그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관계에 대해 배우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과정으로 나아가는 것. 그렇게 교훈과 반성을 얻는 과정이 우리를 성숙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메시지를 저자는 담담하면서도 따스하게 독자에게 말한다.

 

 

살아가는 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있다. 타인에 의해 받은 숱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과거에 멱살이 잡혀 끌려가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혼자 되뇌며 일어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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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까지 읽고 책을 덮기 전, 각 부의 소제목을 다시 돌아본다.

 

우리는 다릅니다

내 맘 같은 친구는 없다

그 질문은 그 사람에게 받을 답이 아니다

당연하다는 생각은 틀렸다

 

가까운 이들을 나인 것처럼 대하는 것은 옷을 입으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과 같다. 나의 생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나의 기준에서 당연함을 요구하지 않고 관계를 재정립하면 그 이후는 마지막 5부의 소제목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당신의 연대“를 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낯선 사람을 마주하는 듯 바라보아야 하는 이들 중에는 나 자신도 포함해야 한다.
 
타인을 보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이런 나의 가까이에 있어주는 이들을 그렇게 나는 다시금 마주한다. 나의 기준 안에서 특별하고 온전하게 머무르는 이들이 아닌, 여전히 나와 다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존재임을 인정한다. 그렇게 타인과의, 나 자신과의 관계를 향한 홀가분한 발걸음을 내디뎌본다.
 

 

나 자신을 타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란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타인’이라는 가벼운 이름표를 달아줘서 앞으로 더 홀가분하게 살고 싶은 바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노력하는 것만큼 나 자신에게도 공평하게 너그럽게 대하고 싶다. 내가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란 걸 잊지 말고, 남들과 전혀 다를 바 없고, 그저 ‘적당히 괜찮은’ 사람 정도만 돼도 괜찮다고.

 

-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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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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