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반전이 종료되었습니다. [사람]

글 입력 2020.06.2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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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절반이 지났다. 무엇을 하며 나는 이 6개월을 보냈을까? 생각보다 편하기도, 힘들기도 복잡했던 상반기. 지금 나에게 남은 왠지 모를 깊은 공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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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 차게 시작했던 2020년. 나는 대학 생활의 절반을 이미 보내고 후반기에 접어든 나이가 되었고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계획이 틀어졌지만, 그 와중에도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평화롭게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내고 나름 잘해나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치열하게 전공 공부에만 몰입하며 지냈다. 친구들과도 거의 만나지 않았고 정말 집에서만 열심히 내 생활을 보냈다.

 

작년 이맘때 즈음에는 한 달에 많게는 15번 정도 공연을 보면서 학교도 다니고 참 바쁘게도 다녔던 기억이 난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절대적으로 서울에서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았다. 힘들었기도 했지만 그만큼 더 내가 행복하고 정신적으로 가치들을 채워나가고 있다고 믿었기에 나름 잘살고 있다고 자부했다. 전공 공부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하는 게 너무나 행복했고 평가와 성적 그런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멋있는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지금은 코로나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자연스럽게 나의 공연, 전시 문화생활이 뚝 끊겼다. 그렇게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전공 공부였고 공부에 매달려보니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았고 그래도 이렇게 집중해서 무언가를 오랫동안 앉아서 진득하니 한 것이 오랜만이라 뿌듯하기도 하며 내 삶을 나름대로 잘 채워나가고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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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때가 왔는데 선뜻 손이 가는 것이 없다. 열정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번아웃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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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나는 어린아이가 되어버렸다. 내가 열심히 한 것에 대한 평가의 시간에 다다를수록 더욱더 그렇다. 남들의 평가에 이제는 신경 쓰지 않는 쿨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난 지금 굉장히 매달린다. 최근에는 좋은 기회가 눈앞에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난 최종 평가의 자리에서 너무나 떨었고 이상한 말을 주저리주저리 했다는 걸 내가 느낄 정도로 망쳐버리고 말았다. 좋은 기회도 결국 놓치고 말았고 남은 건 후회와 자책뿐이다.

 

종강하고 나서 아직도 성적에 목숨 달린 것처럼 떨고 있는 고등학생이 아직 나에게서 없어지지 않았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난 되게 멋있는 어른이 되어 내 감정은 내가 컨트롤하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 스스로 구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여러 문화생활을 하면서 내가 마음에 품을 수 있는 좋은 가치의 공간을 키우고 이를 내 삶에 직접 적용하면서 나를 행복하게끔, 웃을 수 있게끔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고 지금도 크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아직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내 감정 하나 제대로 조절 못 하고 남의 말 한마디, 평가 하나가 나에게는 낡은 오두막을 지나가려고 하는 폭풍으로 다가왔다. 오두막 속에 숨어있는 나는 그런 폭풍에 오두막이 쓰러지지 않도록 안간힘으로 버티는데 역부족이다. 나는 실패하고 말았다. 요즘 그런 감정들이 물밀 듯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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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마음을 어떻게 다짐해볼까, 이 기분은 언제 나아질까, 생각하다가 결국엔 내가 놓친 기회를 후회하고 내 의견조차 제대로 말 못 꺼내는 내 한심한 모습에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동안 내가 쌓아온 성장과 그 기록들은 단순한 겉치장에 불과했고 물거품으로 초라한 나로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어 한동안 집에서 자기 파괴적인 행동만 반복했다. 과정에 부족함이 없고 후회가 남지 않은 걸로 충분한데 평가와 결과로 힘들어하는 내가 어리석게만 느껴지고 이런 나의 모습을 지우고 싶기만 했다. 그런데 이런 부족한 나의 모습은 평생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결코 미워해서도 안 되는, 결국 나 자신이다.

 

그래서 요즘엔 이런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고민해본다. 아직 답을 찾진 못했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2020 전반전 끝이라는 것이다. 나에겐 이만큼의 후반전이 있다. 아직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고 지금 같은 슬럼프와 같은 감정들이 후폭풍으로 몰려오기도 할 것이지만 이 또한 내가 감당해내야 할 순간이고 지나가겠지 생각하며 전반전을 마무리해본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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