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경제, 역사 제도에 대한 단상 - 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본 문화의 단상
글 입력 2020.06.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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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경제학자의 통찰력이 엿보이는 칼럼집이다.

 

십수 년 동안 신문과 잡지 등에 짧은 글을 기고하였던 저자는 일회적으로 소모되지 않는 글을 쓰겠노라 다짐하며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글을 쓰고 이것을 모아서 단행본을 만들자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는데 그렇게 탄생한 책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이다.

 

오랜 시간 동안 써 내려갔지만 주제 하나하나가 시간을 타지 않는 것이기에 지금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히는 주제들로 구성되어있어 눈길을 끈다.


 

혼인 연령에 대한 역사적 연구는 재미있는 대답을 제공한다. 우선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는 셰익스피어가 허구를 창출한 쪽에 가깝다. 영국 인구사의 권위자인 앤서니 리글리Anthony Wrigley와 로저 스코필드Roger Schofield의 연구에 따르면,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반 영국의 초혼 평균연령은 남자가 28~29세였고 여자가 26세였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실제 배경인 이탈리아의 경우 정확한 혼인 연령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영국보다 크게 낮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매우 다르다. 경북대학교 박희진 박사가 수집한 행장, 묘비 자료에 따르면 조선 후기 사대부들의 평균초혼연령은 남자와 여자 모두 16세가량이었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들의 초혼 연령 역시 사대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달리 춘향전의 연령 설정은 문학적 허구라기보다는 당시의 생활에 가까웠던 셈이다.

 

- 제1부 삶과 죽음, p.23

 

 

책은 총 7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1부에서는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하여 출산과 사망, 그리고 인구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간다. 그중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흥부의 역설’로 흥부가 가난할 수밖에 없었던 본질적인 이유를 객관적인 시선과 시대상에 맞게 풀어나간 점이 신선했다.

 

그 외에도 조선 시대 양반 여성의 출산율과 양반과 왕들의 평균수명에 대한 분석에 대한 글 또한 저자는 단순히 글로만 풀어나간 게 아닌 통계학적 자료를 통해 신빙성과 이해력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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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시기인데, 이 기간 동안에는 평균 신장이 정체 혹은 감소하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가장 많은 연구가 축적된 것은 미국의 경우이다. 군인들의 평균 신장 추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산업화가 본격화되는 1830년경부터 1880년대까지 평균 신장이 약 3cm가량 감소하고,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1800년대 초반 수준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양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가 진행 중인데, 1차적으로는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생활환경의 악화가 주범으로 지목된다.

 

- 제2부 빈곤과 풍요, p.60

 

 

2부에서는 ‘빈곤과 풍요’를 주제로 하여 가난한 환경 혹은 부유한 환경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한 사회 구성원들의 평균 신장은 그 사회의 소득수준이 상당 부분 결정한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들과 함께 알아볼 수 있었고, 해방 이후 한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은 한강의 기적이 아닌 교과서적인 과정을 밟아 왔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절로 끄덕여졌다. 기적이 아닌 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위해 추진했고 노력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재난으로 인한 충격의 장기적 영향에 대한 이상의 연구들은 충격으로부터의 회복이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에서 매우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사회가 되면서 기술이 발달하고, 자본과 인력의 지역 간 이동이 쉬워지면서 물적 파괴의 회복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의료기술은 인간의 신체나 정신에 남겨진 상처를 완전하게 치료할 만큼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영향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듯하다. 이러한 결과들은 외생적 충격이 왔을 때 이것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선을 다해 서 예방을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책적 함의도 크다.

 

- 제3부 재난과 경기 침체,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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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에서는 ‘재난과 경기 침체’를 주제로 하며 재난, 노예무역, 세계 경제침체, 대공황, 마이너스 은행 금리를 경제학자 시선으로 풀어나갔다.

 

현재 시국이 시국인 만큼 3부가 유독 크게 와 닿았는데 재난으로 인한 충격의 장기적 영향에 대한 이상의 연구들은 충격으로부터의 회복이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에서 매우 다르다는 것을 보고 만약 코로나 19가 몇 년 안에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의 흔적은 지금 시대의 사람들이 평생 가지고 가야 할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리는 현재 유례없는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게 되었다.

    

 

동문 간 뒤 봐주기에 대한 가장 강력한 통제 수단은 시장 메커니즘이다. 어떤 개인 기업에서 능력 있는 사람 대신 능력이 떨어지는 친한 사람을 선택한다면, 그 기업은 낮은 성과로 인해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응징을 받게 된다.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공직사회, 나아가 국가 권력이 동문들 간의 친분을 우선으로 삼아 운영된다면 국제 사회에서 해당 국가는 퇴보하게 된다. 기업의 경우는 선택에 대한 피해를 기업 소유자 본인이 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국가의 경우는 동문들 간 나아가 직장 선후배 간 자기 사람 챙기기가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

 

- 제4부 시장이라는 불가사의, p.156

 

 

이후에도 4부에서는 ‘시장이라는 불가사의’를 주제로 스크린 독점과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의 경제학, 그리고 동문효과와 담뱃세 논쟁을 다뤘고 5부에서는 ‘시장과 제도’를 주제로 하였는데 특히 애덤 스미스를 재해석한 부분이 흥미롭다.

 

6부에서는 ‘재산권과 사법’을 주제로 분쟁, 소송, 경제성장, 우리나라 법령에 규정된 형벌의 범위와 수준에 대해 논하며 7부에서는 교육, 대학, 연구를 주제로 교수직에 있는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의 교육실태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주제 하나하나가 개별적인 독립성을 가지고 있어 눈에 띄는 페이지를 펴놓고 그 주제부터 읽어도 좋으나 시론적이지 않도록 주제를 고려하여 묶었기에 앞 뒤 주제를 함께 읽으면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더욱더 쉽게 구성되어 있다.

 

해당 도서는 경제사와 법경제학이 어떤 학문인지 궁금한 독자, 이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연구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풍경일지 엿보기를 바라는 독자들의 지적호기심을 채워 주고,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생각의 보폭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

지은이 김두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대학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 UC Davis, 한국개발연구원 KDI을 거쳐 현재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시아역사경제학회Asian Historical Economics Society 회장을 역임하고, 아시아법경제학저널 Asian Journal of Law and Economics 부편집장, 한국법경제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경제성장과 사법정책』 『한국경제사의 재해석』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보이는 손The Visible Hand』이 있다. 이 밖에도 경제사와 법경제학 관련 논문들을 국내외 학술지에 다수 게재했으며 다양한 관련 정책 연구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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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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