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학으로 하는 재즈, 토니 모리슨 [사람]

과거를 직면할 용기에 대하여
글 입력 2020.06.2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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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모리슨 <재즈>

 

 

토니 모리슨을 처음 알게 된 건 재즈 때문이다. 그의 소설 『재즈』가 아닌 음악 장르인 재즈 관련 서적을 찾다가 발견했다. 이 소설이 내가 찾는 재즈(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맞는지 책을 훑어보면서 그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재즈』에서는 재즈의 특징적 요소인 즉흥연주와 소설이라는 텍스트의 서로 다른 성질을 “인종적 소속감과 정체성”에 투과해 이야기한다. 토니 모리슨은 저항의 의미와 인종적 정체성을 지닌 재즈에도 적지 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흑인이라는 인종적 기반에 맺혀있는 요소들, 이를테면 노예제와 인종주의, 재즈 등을 톺아본다. 그것들은 자연스럽게 토니 모리슨이 고민하는 세상이 되고, 세상에 말을 거는 입이 된다.

 

단편 「레시터티프」에서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등장하지 않는다. 토니 모리슨은 ‘나타남’ 앞에 한가지 장막을 씌운다. 바로 등장인물의 인종을 알려주지 않는 것. 우리는 그의 묘사에서 인물들의 인종을 유추할 뿐이다. 이 유추에는 우리가 보편성이라고 믿는 어설픈 일반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식의 추론은 우리의 고정관념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스스로 실감케 한다. 토니 모리슨은 소설을 통해 코드와 고착화된 시선에 대해 말한다.


  
“과거를 새롭게 되살리는 것은 현재의 인식과 감정을 동인으로 그 과거의 현재적 의미를 찾는 작업” _ 김미현,「토니 모리슨의 현재성」
 

 

세상을 떠난 토니 모리슨이 남겨 둔 것은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인종주의와 소수자의 고통이 아직 과거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지각이자 고통의 경과를 과거에서 끄집어 올린 현재성에 대한 잠재다. 여기서 현재성은 과거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태도이자 집단과 개인의 역사를 직면하여 바로 설 수 있는 정직함이다. 우리가 살아온 만큼의, 혹은 그 이상의 과거를 지속적으로 마주하는 일은 필히 통증과 불편함이 따라오는 일이겠지만 이 과정이 우리가 지금을 사는 존재로서 현재성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바라봐야 한다.

 

『빌러비드』에서 토니 모리슨은 “이름도 없기에 잊혔다고도 할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무명의 사람들을 서사로 불러내 기억되지 않은 과거에 대해 발화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윤리적 성찰과 고통스러운 애도의 과정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현재성의 발현이자 새로운 현실을 창조케 하는 발로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토니 모리슨은 여전히 새로운 리얼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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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 Morrison. 1931 ~ 2019


 

*본문 속 인용은 김미현「토니 모리슨의 현재성」,『창작과비평』2019년 겨울호에서 비롯했다.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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