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독립출판물 제작자 민민우(MINMINU)

자신만의 개성과 수작업의 매력을 한껏 담아낸 그의 독립출판물
글 입력 2020.06.2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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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기원>

 

 

작년 가을 무렵, 소규모 독립출판물 및 창작물 마켓 '소소 시장'에서 민민우님의 책을 만난 적이 있다.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표지와 다채로운 색감이 눈을 사로잡았다. 민우님의 부스에서 특히 눈에 들어온 건 진(Zine;잡지(Magazine)를 어원으로 한 단어로, 제작부터 출판까지 모두 자비로 이루어지는 1인 출판물) 형식의 책이었는데, 한 손에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의 시집이었다.

 

민우님의 책 몇 권을 구매한 후 집에 돌아와 찬찬히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수작업의 정성이 담긴 실 제본도 매력적이었고, 전반적으로 키치한 분위기가 좋았다. 책 속에 담긴 시는 담백하지만 짙은 여운을 남겼다. 그를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2017년 <실컷 녹아내려라 짠내나는 모든 것들아>라는 첫 시집을 시작으로 <기원>, <나는 토끼가 아니다>, <인공폭포>, <식물원> 등 여러 개성 넘치는 독립출판물을 제작해 오신 민민우님. 여름이 오는 무렵, 그를 어느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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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동안 많은 독립출판물을 제작해 오셨어요. 독립출판물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독립출판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부터 책을 혼자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중학교 시절에도 동화나 만화를 공책에 그려 친구들에게 보여주곤 했는데, '이것들을 출판사 없이 혼자 책으로 만들어 판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러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독립출판을 알게 되었고, 학교 근처에 있던 독립서점 <유어 마인드>를 찾아갔어요.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개성이 담긴 출판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더라고요.

 

그 뒤로 독립출판물의 매력에 빠져 친구들과 독립서점을 다니며 여러 책을 구매해서 읽었어요. 독립서점 ‘다시서점’을 운영하시는 김경현 작가님의 <시집살이>라는 시집도 구매했었는데, 이 책을 정말 좋아해서 가방에 자주 들고 다니며 읽곤 했어요. 그 책을 읽으면서 저도 제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과적으로 제 첫 시집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어요.

 

 

Q. 현재 1인 출판사 <쌔끈 남고딩>(HHSB press)을 운영하시고 계시는데요, 발칙한 이름이 귀엽게 느껴져요. 이름에 담긴 뜻이나 의미가 있나요?

 

저는 저와 제 작업물이 ‘펑크’(punk)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펑크의 컨셉과 아이디어를 출판사 이름에 담고 싶었어요. 사실 ‘쌔끈 남고딩 출판사'라는 이름에는 아무 의미도 없어요. 대표적인 펑크 밴드 '섹스 피스톨즈'가 별 의미 없이 밴드 이름을 만든 것처럼요. 시처럼 출판사 이름에도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기도 했어요. 어떤 독자분께서는 제 출판사 이름에서 '돌아갈 수 없는 과거로의 회귀 염원'이 느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Q. 민우님의 독립출판물 <나는 토끼가 아니다>, <식물원>, <인공폭포>의 경우 재봉틀을 사용하여 실로 제본한 진(Zine)형식의 책인데요, 시와 그림이 결합되어 있어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진 형식으로 책을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제 아이디어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드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DIY 정신을 지향하기 때문에 진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책의 디자인과 인쇄, 제본까지 스스로 해서 수작업이 지닌 매력을 책에 담고 싶었거든요. 독립출판 시장에도 진 형식의 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진은 앞으로도 계속 만들고 싶고, 진이 쌔끈남고딩 출판사의 정체성이 되었으면 해요. 취미처럼 시작한 일이지만, 언젠가는 이게 제 직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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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인공폭포>

 

 

Q. 민우님의 시 일부는 한글과 영어로 동시에 쓰여 있는데요, 시를 영어버전으로도 쓰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언어의 차이 때문에 같은 의미를 전달하기 어려울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글로벌 시대잖아요. 더 많은 사람이 제 책을 읽을 수 있길 원했어요. 저는 영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최근에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국어로 사고할 때와 영어로 사고할 때 두 언어가 지닌 특성 때문에, 제가 문장을 만드는 방식과 사용하는 단어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즉 언어는 사고의 방식이라는 걸 실감했어요. 그래서 영어로 시를 쓰면 분명 한글로 시를 쓸 때와는 다른 시들이 쓰일 거라고 생각했고, 서툰 영어 실력이 오히려 시를 더 자유롭게 만들어 줄 것 같았어요.

 

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래 의미와 뜻이 달라지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단어가 떠오르기도 해요. 본격적으로 영어로 시를 쓰기 시작한 건 책 <기원>을 만들 때부터인데, 그 책엔 한글 시 20개와 같은 내용의 영어 시 20개가 수록되어 있어요. 한국어로 먼저 쓴 시도 있고 영어로 먼저 쓴 시도 있어요.

 

저는 그 책에서 번역기를 사용하는 걸 시를 짓는 과정의 일부분으로 사용하여 시에 우연이라는 성질이 개입하도록 했어요. 번역기는 가끔 엉뚱한 결과를 내놓으니까요. 결과적으로 같은 내용을 공유하는 두 개의 시들은 어느 한 쪽이 원본이거나 번역본이라고 할 수 없는 시가 되었어요. 가끔은 틀린 번역이나 문법이 있어도 그냥 내버려 두기도 해요. 재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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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나는 토끼가 아니다>

 

 

Q. 영어는 어떻게 배우셨나요?

 

언어 교환 앱 ‘미프(MEEFF)’로 영어를 배웠어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더라고요. 처음에는 번역기를 많이 사용했었는데,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법구조를 익히게 되었어요. 덕분에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났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많이 넓어졌어요.

 

 

Q. 민우님의 시에선 삶과 시간, 죽음, 우주 등의 주제가 자주 등장해요. 재치 있으면서도 짙은 여운을 남기는 담백한 시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민우님에게 ‘시’는 어떤 존재인가요?

 

삶, 시간, 죽음, 우주는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것들이에요. 우리는 모두 우주에 살고 있고, 삶이란 건 시간이 있기에 흘러가고, 삶을 완성하는 건 죽음이에요. 제가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주제들로 시를 쓰고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 자주 생각하는 것들이기도 하고요.

 

시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매체이자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시는 제게 정말 편해요. 그림을 그릴 때처럼 종이와 물감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시공간의 제약도 없으니까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핸드폰 메모장 앱에 간단히 적어요. 가장 좋아하는 독립출판 시집은 앞서 말씀드렸던 김경현 작가님의 <시집살이>와 정현주 작가님의 <수상소감>이에요.

 

 

브랜드 <에어비앤비>홍보 영상

'Leo's First Day in Korea'

 

 

Q. 민우님이 제작하신 영상(Leo’s First Day in Korea, Minu vision 시리즈)과 그래픽 작업물은 다채로운 색감과 귀엽고 키치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에요.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작업 스타일이 있으신가요?

 

디자인은 정말 어려워요. 항상 많은 고민을 하지만, 제가 가장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다면 남들과 조금은 달라야 한다는 거예요. 언젠가부터 다양한 색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색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고, 사람마다 색을 보고 느끼는 감정도 모두 달라요. 어떤 색을 함께 조합하느냐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이 매번 달라진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저는 검은색과 무채색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디자인작업뿐만 아니라 옷은 파란색, 신발은 보라색, 양말은 초록색을 신는 등 일상에서도 다채로운 색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Q. 좋아하거나 동경하는 아티스트가 있으신가요?

 

저는 대중문화를 동경하는 사람이라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정말 많아요. 최근에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즐겨보고 있고, 오렌지 캬라멜의 노래를 들으며 영감을 얻기도 해요.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꼽자면 레이디 가가를 꼽고 싶고, 한국 아티스트 중에선 낸시랭을 가장 좋아해요. 국내외를 넘나들며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퍼트리고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시는 모습이 멋있어요.

 

 

Q. 하자 공방에서 여러 워크숍을 진행하셨는데요, 자신의 작업 방식을 공유하는 경험이 민우님께 어떤 의미였을지 궁금해요.

 

저도 많이 배우며 함께 성장했던 시간이었어요. 제가 만든 컨셉과 아이디어에 사람들이 동화되어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시 쓰기 워크숍에서는 제가 평소 시를 쓸 때 사용하는 방법을 적용했는데, 그럼에도 각자 만든 결과물들이 정말 달라서 신기했어요. 참여해 주신 수강생분들도 재밌다고 말해 주셔서 정말 기쁘고 뿌듯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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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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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 <인공폭포>

 

 

Q. 어떤 순간으로부터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는 일상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어요. 일상이 시와 굉장히 닮아있다고 느끼거든요. 시의 행이 반복되고 단어와 문장이 반복되듯 우리의 삶도 반복의 연속이에요. 매일 비슷한 일과가 반복되는 건 시의 운율을 닮았죠. 분이 모여 시간이 되고, 시간이 흘러 하루가 흐르죠. 지구가 태양을 계속 돌듯 세상 모든 건 다 반복의 연속이에요. 하지만 하루하루가 매일 반복된다고 해서 매 순간이 똑같은 건 아니에요. 시에서 행이 바뀌고 내용이 달라지듯이 삶에는 여러 변수가 있고, 가끔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니까요.

 

더불어 영화는 영감을 얻기 가장 좋은 매체인 것 같아요. 영화엔 감독의 오랜 생각과 아이디어가 2시간짜리 영상으로 압축되어 있고, 우리는 그저 가만히 앉아 편하게 보면 돼요. 영화를 볼 때면 마치 감독이 새로운 아이디어의 씨앗을 숟가락으로 떠서 제게 먹여주는 느낌이 들어요.

 

 

Q.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우리 사회에선 창의력이 신성시되고 있는 것 같아요. 창의적인 건 아무나 할 수 없고, 예술가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누구나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강박에 갇히면 오히려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걸 방해받기 때문에, 저는 의도적으로 나만의 규칙을 만들어요. 시를 쓸 때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게 쓴다거나, 번역기를 사용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장과 단어의 조합을 만들어 보는 것처럼요.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결과물이 나와요. 이와 관련해서는 책 <예술가처럼 자아를 확장하는 법>을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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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좋아하는, 혹은 자주 방문하는 독립서점이 있나요?

 

음, 최근에 제 책들을 입고한 <다시 서점>과 <커넥티드 북스토어>, <문보우 북스>, <파라그래프>를 좋아한다고 대답할게요. (웃음)

 

 

Q. 10년 뒤 민우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앞으로 어떤 창작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들을 주면서 무언가를 계속 꾸준히 만드는 창작자가 되고 싶어요. 많은 작업물이 모이고 모이면 자연스럽게 저만의 이야기와 서사가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인간적인 측면에서 대답한다면, 정직하고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베푼 친절은 언젠간 저에게 모두 돌아온다고 믿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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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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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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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경민
    • 재미있는 인터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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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하
    • 홍경민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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