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함께 성장하는 사랑과 우정 사이 - 나의 눈부신 친구

갈망하는 힘과 함께 성장하는 우리들.
글 입력 2020.06.2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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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사라진 릴라로 시작한다. 릴라는 자신이 이제껏 남겼던 모든 흔적은 남김없이 지우고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던 양 사라진다. 그리고 사라진 릴라를 바라보는 주인공, 레누가 있다. 레누라고 불리는 엘레나 그레코는 릴라와 있었던 일들을 회상한다. 이제 소설은 레누의 시점으로, 그들의 사랑과 우정을 만남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파헤쳐나간다.



나의 눈부신 친구 자켓 이미지.jpg

 

 
“내겐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없다. 우리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가득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매일매일 별의별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인생이 특별하게 기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다.” -40p
 

 

1950년대 나폴리, 레누와 릴라는 그곳에서 자랐다. 소리 지르는 어른들과 야만적인 폭력이 가득한 곳에서 자랐다. 학교에서 레누는 모범생에 가까웠고, 릴라는 말썽꾸러기였다. 깡마른 릴라는 눈을 가늘게 뜨며 어른들에게 도전하고 학교에서 장난을 일삼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비범한 면이 있었다. 릴라는 학교에서 칭찬받고 좋은 성적을 받는 레누와 비등하게, 아니 어쩌면 더 뛰어나게 공부를 잘했다. 레누는 그런 릴라에게 끌린다. 그리고 그들은 폭력 속에서 친구가 된다. 두려움 앞에 함께 서며 친구가 된다.

 

학교에서 뛰어난 두각을 보이는 레누와 릴라. 레누는 중학교에 진학하지만 릴라는 계속해서 학업을 이어나가지 않고 아빠를 도와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레누는 릴라와 함께 공부한다. 잠시 성적이 주춤하던 순간도 있었지만 릴라와 함께 공부하며 중학교에 가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한다. 릴라는 틈틈이 책을 읽으면서도 신발 제조에 집중한다. 세상에 신발이 전부인 것처럼, 자신이 만들고 싶은 신발을 디자인하고 후에 공장을 세워 부자가 되겠다고 굳게 마음먹으며 자신의 일에 완전히 몰두한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흐르고 레누는 올리비에르 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지로 고등학교까지 진학하게 된다.

 

사춘기가 지나가며 아이들은 점차 성인의 모습이 되어간다. 그리고 릴라는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아이가 된다. 깡마르고 어딘가 악에 받쳐있는 듯했던 유년 시절의 릴라보다는 어딘가 특별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가 된다. 릴라는 마을의 여러 청년에게 구애를 받는다.

 

레누는 그런 릴라를 보며 위축된다. 릴라가 자유롭게 춤추고 자기 일에 몰두하며 하루가 다르게 아름다워지는 동안, 자신은 여드름이 나고, 눈이 나빠져 안경을 쓰고, 책상에 앉아 공부에 진을 빼고 있었다. 하지만 레누는 고등학교에서도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촉망받는 학생임을 유지하고, 릴라는 동네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 속에서 일찍 결혼하게 된다.

 

 
"빛나는 광채를 내뿜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 동네의 빈곤을 정면으로 강타하는 것 같았다." -351p
 

 

 

갈망하는 힘


 

릴라는 레누가 계속해서 가닿고 싶은 존재다. 어쩌면 레누가 가지고 싶어 하는 것들을 모두 이미 가지고 있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사랑하며 질투하는 친구 사이를 긴장감 있게 다루고 있다. 그 과정이 한 마을을 통째로 가져다 놓는 식의 상세한 묘사가 덧대어져 소설 속의 세계로 독자를 완전히 인도한다.

 

존재만으로 눈길을 끌고 빛이 나는 릴라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계속해서 노력하는 레누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다음 이야기를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 역시 주인공 레누의 이미지다. 레누는 릴라를 정말로 사랑하지만, 계속해서 열등감을 느낀다. 릴라와 같은 비범한 어떤 것, 이 동네와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아우라를 갈망한다.

 

 
“동네의 범주를 벗어난 외부 세계의 사물과 사람, 풍경과 책에 쓰인 사상을 대하면서도 릴라를 일종의 정신적인 지지대이자 자극제로 간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의미한다.” -246p
 

 

비록 릴라가 초등학교 이후로 진학을 계속하진 않았지만, 레누와 릴라는 함께 공부한다. 그리고 레누는 릴라와의 관계로 계속해서 성장한다. 작문의 글을 쓰는 것은 레누 자신이지만, 그 주제를 발전시킨 것은 릴라와의 대화에서였다. 레누는 이 부분에서 릴라에 대한 사랑과 갈등을 느낀다. 순수한 자신의 재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까.

 

하지만 레누는 성장한다. 시간이 지나고, 고등학교에도 우수한 성적으로 진학한다. 더는 책을 읽지 않는 릴라를 두고 레누는 자신의 공부를 계속해가며 전진한다. 릴라에게 공부의 도움을 얻고, 함께 성장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혼자서도 성장하는 기점을 맞이한 것처럼 보인다.

 

이스키아 섬에서 릴라의 편지를 두고두고 읽는 장면이 좋았다. 레누는 릴라의 간결하고 힘 있는 편지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 편지를 계속해서 읽는다. 여기서 레누가 릴라를 따라하는 것을 넘어 그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했다고 느꼈다. 릴라에게서 편지를 받았던 여름방학 이후 레누의 작문 실력은 더 늘었고, 선생님들의 칭찬도 끊이지 않았다.

 

레누는 학교에서 정말 뛰어난 학생이었다. 하지만 레누의 동네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이 아이들과 함께 자랐고, 이들의 행동은 내게도 자연스러웠다. 그들의 거친 언어는 내 것이기도 했다.” -426p
 

 

릴라의 결혼식. 피로연 장소로 향하는 레누는 시끄럽게 떠드는 죽마고우 사이에서 생각한다. 불량하고 시끄러운 그들 사이에서 레누는 혼란스러워한다. 레누는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다니고, 아는 것도 많지만 동네 사람들은 레누의 뛰어남을 잘 알지 못한다. 이제 레누가 받아오는 10점 만점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러면서 레누는 더욱 니노에게 끌린다. “우리 동네에 감염되지 않고 들어왔다 나가는 법”을 알고 있는 니노는 레누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릴라의 결혼 역시 레누의 혼란스러움을 가중하는 것 중 하나다. 레누는 릴라의 결혼은 그들 사이를 가로막게 되는 커다란 물체처럼 인식하고 있다. 리나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둘은 전혀 만날 일이 없는 사이인 것처럼, 절대 예전과 같은 사이로 돌아갈 수 없을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릴라는 레누의 공부를 지원해주겠다는 말을 한다. 레누의 공부는 릴라가 이루지 못한 또 다른 꿈이었다. 이야기는 오로지 레누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릴라를 향한 레누의 사랑을 중점으로 서술되지만, 사실은 릴라 역시 레누를 사랑했다. 그들은 서로를 지탱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나폴리 4부작 1권은 긴장감을 주면서 끝난다. 그 긴장감은 릴라와 관련된 것이지만, 나는 여전히 레누가 더 궁금해서 다음 권을 읽고 싶다. 자신의 능력과 나고 자란 동네 사이의 간격을 인식한 레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어릴 때부터 항상 이런 식이었어. 모두들 릴라는 못된 아이고 나는 착한 아이라고 생각했어.” -377p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둘은 서로를 북돋우며 성장했다. 4권까지 이어지며 그들의 노년기까지 이어지는 이야기 전체가 궁금하다. 이 리뷰에서는 오직 레누와 릴라에게만 집중했다. 하지만 중심 두 인물뿐만 아니라, 이 이야기에서는 정말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그들의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으며, 계속해서 등장해 이야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 많은 인물 역시 나중에 어떤 국면을 맞이하며 살아가게 될지 궁금하다.

 

 

[진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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