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간이 나에게 무한정 주어져있다면, 내가 시간을 멈출 수 있다면 [사람]

시간이 잡을 새도 없이 빨리 간다.
글 입력 2020.06.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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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일분 일초가 급한 시험기간의 내가 반쯤 정신을 내려놓은 채 시간이 제발 멈추길 바라며 쓰는 글이다.

 

...

 

대학교에 와서는 놀 수 있을 줄 알았다. 대학교 때는 매일 놀며 인생을 배우면 그게 다야, 라는 생각으로 고등학교 때 미친 척 하고 공부했다.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지긋지긋한 공부와 싸우면서도 다른 친구들에게 내색하지 않았던 단 하나의 이유, 대학 가면 다 내려놓고 놀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학교에 입학한 지 1개월이 지났을 때부터 어른들의 말은 굉장히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을 했고 어느새 고등학교 때와 다름없이 입에 삼각김밥을 물고 한 손에는 암기 공책과 피피티 프린트 그리고 다른 손에는 필기도구를 들고 급하게 뛰어 다니는 나를 발견했다.

 

 
"삼각김밥은 고등학교 이후로 절대 안 먹을거야!"
 

 

시간이 없어 밥을 거르고 집에 들어갈 때 겨우 삼각김밥 하나를 억지로 입에 욱여넣던 고등학교의 내가 나 자신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시험기간 때 다를 바 없이 살고 있고 취업이라는 큰 문에 또다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래의 글은 대학교 일학년 때 동아리방에서 힘들어 반쯤 울며 쓴 시이다. 이 이유에는 첫 번째 고등학교 때는 정해진 공부였지만 대학교 공부는 차원이 달랐고 폭넓게 공부해야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슬픔, 다음은 대학교 때는 다 노는 거야, 라고 나에게 공부를 할 표면적 이유만을 만들어 제시했던 어른들에 대한 화남 그리고 답답함이었다.

 

 


 

 

나에게만 멈추어 버린 시간,

하나, 둘, 셋.

 

김정현

 

제일 그리우면서도 미운 그이는 시간.

잡으려 해도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데

그 모습이 마치 개울가에 앉아 물을 떠올렸을 때의 느낌과 같아 허망하다.

그 생명력 자체를 건져 올리는 게 쉬운 일은 분명히 아니었고

나는 그때 너무나도 어리석었다.

손목의 시계를 보면 1분 1초가 정말이지 빠른데

째깍째깍 정직함 밖에 모르는 시계, ‘나는 안 갈란다’ 하며 능청 부릴 줄도 모르는 그 시계가 미워져

돌아서서 남몰래 눈물을 훔친다.

발악, 발악을 해 보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초침을 돌리는 일

돌릴 때의 내 심정은 매우 절박하고 외로웠다.

나는 사실 잘 정돈되어 보이는 이 세상을 역행하는 죄를 짓는 것 같아 두려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마음도 몰랐던 내 속사정을 손은 알았나, 내 손끝의 미세한 떨림이 지금도 생생한 것을 보면.

 

--:--

 

 

늦추어진 (아니, 정 시간으로 생각하기로 했으니)

놀랄 만치 정확한 시간을 보니 짜릿한 쾌감이 심장의 어느 한 혈관에서 솟구쳐 오르는데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의 센시티브한 움직임..

잃어버린 일기장 열쇠를 되찾았을 때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나도, 도로 찾은 것이다.

시간 하나 시간 둘 시간 셋... 이상 무.

 

온전한 정신에 대해 의심하며 설렘에 취해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몸으로 길거리를 헤맬 때 즈음,

나는 이 희열을 서둘러 다른 이들과도 나누어야만 했으므로,

저마다 하나쯤 있는 시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의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지금이 몇 시죠, 몇 시인가요’ 했다.

의아하게 쳐다보며 친절하게도 시간을 알려준 그들의 시계는 그러나 아직 그대로다.

속으로

아직도 지금의 상황을 모르는구나,

에이 트렌드를 몰라도 한참 모르네...

좀 느리게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그들의 미련함에 눈치를 준다.

 

문득, 교수님의 말씀 하나가 떠오른다.

트렌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

내 시계가 맞든 다른 이들의 시계가 맞든지 간에

나의 시계만 다른 것을 보니 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나 보다, 그런가 보다...

 

쓸쓸한 하루..도 지나간다.

 

 

 

오늘도 이렇게 시간을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도 나는 외친다.

 

"시간아 제발 좀 멈춰라."

 

 

[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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