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질투가 힘이었던 그때의 나 : '나의 눈부신 친구' [도서]

글 입력 2020.06.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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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그런 친구가 있다. 별로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성적은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하고, 아무런 옷이나 걸쳐도 맵시 있게 보이고, 가만히 있어도 모든 사람의 시선을 독차지하는 친구. 언제나 한 걸음 앞서서 모든 것을 이루어내는 친구. 따라잡으려고 아무리 열심히 뒤쫓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친구. 추구해야 할 인생 목표에 언제나 기준이 되는 존재. 인생의 동반자이자 경쟁자이고 애정의 대상이자 증오의 대상이기도 한 그런 존재.”

 

- 옮긴이의 말 중

 

 

<나의 눈부신 친구>를 읽으며 어떻게 감상글을 시작하면 좋을까를 고민했다.

 

처음에는 나의 인생에도 소설 속 릴라같은 친구가 있었노라고 이야기해보려 했다. 그런데 옮긴이의 말이 나의 마음을 완전히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아 그대로 옮겨 보았다.

 

경쟁심과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 있던 10대의 나는 한 친구가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을 질투했다. 오로지 대입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 나름대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열등감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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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는 나폴리 변두리에서 성장하는 두 소녀가 주인공이다. 소설의 화자인 레누는 시청 수위의 딸로, 친구 릴라와 경쟁하며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자신을 옥죄는 고향과 가족에게서 벗어나는 꿈을 꾸는 소녀다.

 

레누도 내가 그랬듯 친구 릴라와 자신을 끝없이 비교하고, 자신이 그보다 못하다는 데서 오는 열등감으로 괴로워한다. 성적이 조금 좋아져서 따라잡을라치면 릴라는 공부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듯 이야기하고, 외모가 조금 예뻐졌다고 생각하면 릴라는 그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외모로 온 동네 남자들을 사로잡는다.

 

레누가 늘 부러워하고 가끔은 증오하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이 나폴리 변두리에서 벗어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친구 릴라는 구두장이의 딸로, 동네에서 소문난 말썽꾼이지만 뛰어난 성적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는 인물이다.

 

“단지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찾기 위해 균형을 깨뜨리기도 하는” 릴라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꼭 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처음에는 레누와 함께 학교에 다니며 뛰어난 성취를 이루지만, 여자아이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은 사치라는 가족들의 반대에 따라 구둣방에서 일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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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는 <작은 아씨들>과 같은 소설을 함께 쓰고, 인세로 부자가 되는 꿈을 꾸었던 릴라와 레누는 각자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우선 릴라는 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고 생업에 종사하게 된다. 아름다워진 외모로 수많은 남성의 관심을 받고, 원치 않는 상대와 매일 저녁 식사를 하기도 한다.

 

레누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고등학교에까지 들어가지만, 여전한 폭력과 차별을 견뎌야 한다. 두 인물은 나폴리에서 되풀이되는 폭력이 비정상적인 것임을 깨닫고, 자신들은 부모 세대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 애를 쓰지만 쉽게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레누가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완벽한 존재인 릴라는 소설의 후반부에서 놀라운 결정을 하며 순식간에 둘의 관계를 전복시킨다. 레누만이 릴라를 따라잡으려 했고 그에게 의지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릴라 역시도 레누에게 의지했음이 밝혀진다.

 

앞서 발췌한 옮긴이의 말에서 ‘누구에게나 그런 친구가 있다’는 말은 결국 일방적으로 질투하고 부러워하기만 하는 관계는 없다는 말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표지를 넘기고 나면, 우리는 책을 통해 이탈리아 나폴리로 떠나게 된다. <나의 눈부신 친구>가 드라마로 제작되어 국내에서는 왓챠플레이를 통해 개봉했는데, 개봉 시기에 맞춰 이 드라마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설명하는 영상이 있어 보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관광도시로 잘 알려진 나폴리는 사실 통일 이전 뿌리 깊은 봉건 왕조가 지배했던 남부의 도시고, 밀라노, 로마 등의 북부에 비해 근대화가 늦어져 치안이 좋지 않은 도시였다. 통일 이후로도 그들만의 사투리와 중세의 종교 의례를 고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뿌리 깊은 지역갈등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알지 못하더라도 소설 속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레누와 릴라라는 두 주인공이 현실적인 선택을 한 사람과 꿈을 위한 선택을 한 사람 모두를 상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해주지 않아 실현하지 못했던 꿈이 있는 사람, 현실에 발이 묶여 차악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 당장은 싫은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 꿈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가 흥미진진하게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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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벌어지는 나폴리 빈민가의 각종 사건과 두 인물의 관계를 따라가는 것도 즐겁지만, 아름다운 바닷가와 나폴리 시내의 풍경 묘사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표지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그래픽 노블을 읽는 듯 긴장 가득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선했다. 드라마 버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중 두 주인공의 유년기와 사춘기를 다루고 있다. 정확히 사춘기를 지나 청년기의 초입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나이기에, 앞으로 이 인물들이 펼쳐갈 세계가 더욱 궁금하다. 얼른 다음 편을 읽어보고 싶다.

 

 




나의 눈부신 친구
- My Brilliant Friend -


지은이 : 엘레나 페란테
 
옮긴이 : 김지우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이탈리아소설

규격
148*210mm, 반양장

쪽 수 : 456쪽

발행일
2016년 07월 07일

정가 : 14,500원

ISBN
978-89-356-6973-8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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