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선하고 독특한 무대 언어 - 연극 '팜(Farm)' [공연]

글 입력 2020.06.1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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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재조합으로 태어난 오렌지는 평생 남을 위한 땅(Farm) 역할을 한다.


공연을 보기 전엔 막연히 완벽한 존재인 오렌지가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공연에서 만난 오렌지의 삶은 생각보다 더 안타까웠다. 자신의 몸에 여러 존재들의 장기를 붙였다 떼어내며,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이기도 하는, 그런 삶이었다.


다른 사람의 신체를 접합해도 부작용을 잘 일으키지 않는 오렌지는 팜 중에서도 훌륭한 팜이다. 그는 신체적으로 건강한 걸 넘어서서 다른 이들보다 3배 정도 성장도 빠르다. 공연의 초반에 오렌지는 자기가 신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한 순간도 자기 자신일 수 없는 삶... 오렌지는 고독해보인다. 이 극의 주인공은 오렌지가 아닌 것만 같다. 정신 없이 흘러가는 주변인들의 이야기 속에서 오렌지는 혼자다.

 

 

 

단 한 순간이라도 자기 자신이고 싶었던 아이


 

[꾸미기][크기변환]팜 공연 사진  (2).jpg

 

 

오렌지는 말한다. 단 한 순간이라도 자기 자신이고 싶다고. 오렌지는 성욕도 없고, 자신만의 바람도 없다. 있다 해도 그것들을 이루면서 살기 쉽지 않은 존재일 것이다.

 

극 중에서 오렌지는 감정 표현도 잘 하지 않는다. 그저 초연한 웃음을 지어보일 뿐이다.

 

오렌지는 욕망 뿐만 아니라 자기 존재에 대한 인식도 확실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자기 자신이 마치 실험체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

 

주변인들은 오렌지의 입장에서 오렌지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건 얼마나 큰 고독일까. 사실 오렌지는 그저 아이일 뿐인데.

 

 

 

신선하고 충격적인 연극



살면서 이런 극은 처음 본다. 끊임 없이 무언가 행동하는 배우들, 정리되지 않은 장면의 배열, 엽기적인 대사들. 그 외 수많은 낯선 요소들이 잔뜩 들어가 있는 연극.


연극을 '관람'한다기보다는 그저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무슨 내용이지? 저건 무슨 행동이지?


하나하나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는데,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저 두 시간 동안 이 연극이 주는 신선한 충격을 한껏 받아들였다.


화려하면서도 조잡한 의상들, 스크린에 띄워지는 영어 자막, 그리고 배우들의 움직임을 모두 보기 위해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눈이 움직이는 만큼이나 머릿속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 같았다.


굉장히 신선하고, 어딘가 충격적인 연극. 그게 내가 '팜(Farm)'을 보며 얻은 인상이다.

 

 


여러 무대 언어의 혼재


 

[꾸미기][크기변환]팜 공연 사진  (16).jpg

 

 

배우들은 한국어로 말을 한다. 스크린에는 영어와 일본어 자막이 띄워진다. 그리고 배우들은 끊임없는 움직임을 통해 무언가를 전한다. 가끔은 일본어 노래가 나온다.


그것들은 번역을 위한 자막, 움직임을 위한 움직임이 아닌 느낌이었다. 그 자체로 하나의 무대 언어로서 기능하며 주제와 메세지에 대한 의미를 담은 것 같았다.


일상의 행동을 분절하여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움직임. 그 움직임은 세밀하고, 부산스럽고, 차곡차곡 쌓인다. 배우들은 정말 말 그대로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것이 대사의 전달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점이 신기했다.


이러한 비일상적인 무대 언어는 '팜(Farm)'만의 특이성을 확보하도록 해준 것 같다.


*


'실험적인 연극을 보고 싶다.'라고 늘 생각했었는데, 막상 정말 실험적인 연극을 보고 나니 새로우면서도 복잡한 감정이 든다.


분명 내가 보던 연극들과는 다른, 그래서 특별했던 연극. 아니, 이걸 연극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치 새로운 하나의 공연 장르인 것 같았다.


그래도 수많은 감정 중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은 것은, 이토록 새로운 공연을 만나서 굉장히 흥미로웠다는 감정이다. 


실험적인 공연들을 더 많이 보고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뜻깊었던 경험이다.

 

 

팜 포스터.jpg

 

 

 

송진희.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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