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회 그리고 살아감. 고기잡이 배 [공연]

글 입력 2020.06.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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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 BY!”



고기잡이배에서 투승과 양승 시, 선원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해 외치는 말이라고 한다. 작가나 감독이 출연자들에게 하는 말과 같다.


극의 시작과 함께 관객 역시 한배를 탄 사람들임을 확인시킨다. ‘고기잡이배’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곧 우리 사회의 모습이며 우리들은 그 사회를 사는 출연자이자 배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에서의 주인공이라 하는데, 사회에서는 어떨까.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내 위주로 세상이 돌아갈까.

 

이 모진 세상을 사는, 독자들에게 외친다. ‘STAND BY!’


 

 



 

이들에게는 지구의 70%를 차지한다는 넓디넓은 바다에 비해, 어처구니없이 낡고 작은 어선에, 이미 초과 인원을 태우고 불법조업을 일삼는 배 따위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돈'이었다.

 


돈, 이 얼마나 영롱한가. 돈, 죽으면 가지고 가지도 못할 거 살아있을 땐 되도록 많이 갖고 싶다. 돈에 울고 돈에 웃는다. 돈 때문에 사람이 살고 돈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 선원들은 병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집 짓고 살기 위해 어선에 탔다.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결국 시작과 끝은 ‘돈’을 위해서이다.


돈, 돈 거리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수산물 시장을 거쳐, 누군가의 침이 묻고, 지갑을 거쳐, 땅바닥을 거쳐, 은행을 거쳐, 또다시 누군가의 지갑에, 집에, 돼지 저금통에, 봉투 안에. 그 더러움을 가득 거친 그 직사각형 종이에 경악할 것도 같지만, 웬걸. 그 돈,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돈, 돈 거리는 게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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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유토피아를 생각하게 될 때면, 돈이 전부는 아니야 하며 버럭 할 수는 있겠다. 그렇다. 돈이 ‘전부’, ‘다’는 아니지만, 주위의 대부분은 따지고 보면 다 돈이다. 집도 휴지통도 머리끈도 빗도 옷도 휴지도 숟가락도 마스크도. 돈은 죽을 때까지 ‘필요’한 존재이자 사회의 대부분을 이룬다.


어떻게 사람보다 돈을 더 가치 있게 여길 수 있지. 극의 소개에 담긴 문구를 처음 볼 때는 황당했지만, 생각해보니 어떤 뜻인지 납득은 간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우선순위 첫 번째로 필요한 게 ‘돈’이라면? 선장, 선원들 등. 각자 돈을 생각하는 그들의 생각은 딱히 이상할 게 없다. 아니, 그들의 잘못일까 돈의 잘못일까.


함부로 정답을 내지를 수 없음에 반짝이는 커서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노래



과거엔 농사를 지을 때나 공동의 일을 할 때, 노동요를 불렀다고 한다. 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배에서 모두가 함께 노동요를 부른다. 참치를 잡는다는 그 한 가지의 공통된 목표에 한 발자국 다가가기 위한 그들의 노래가 활기차면서도 어쩐지 스산하다. 그들의 속마음을 감추기 위해 목청 높여 부르는 것만 같다.

 

고기잡이 배를 탄 이들이 어쩌면 한패 같기도 한 느낌이 든다. 사회가 이런 것일까, 각자의 사연 따라 이기적으로 행동하면서도 겉으로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선장의 마음에 들기 위해,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선원이 노래를 부른다. 어깨를 주무르고 그를 웃게 하기 위해 온갖 재롱을 피운다. 장기자랑이 생각났다. 누구를 위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신입생 장기자랑을 했고, 어떤 무언가를 위해 상사를 즐겁게 한다.

 

손님을 만족시키기 위해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는 꼴인지 사회생활이라는 괴상한 논리 중 하나라고 봐야 하는 건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고개가 절로 숙어진다. 아니, 신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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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감



극의 후반부에는 행복과 인생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한마디씩 던진다. 비관적으로, 꽤 긍정적으로, 담담하게, 응어리 맺힌 듯이. 생각은 다양하다. 답은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저마다의 각기 다른 의견들이다.


조선족 선원 중 한 사람의 대사가 생각난다. “내 몸이 반은 중국인, 반은 한국인이 아니라 본래 한국인 태생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씁쓸하다.


'Keeping Me Alive'라는 곡을 개사한 밴드 음악으로 극은 막을 내린다. 뱃일하는 사람들의, 바다를 담은 본인들의 인생을 담은 노래이자, 세상을 ‘살아내 가는’ 우리 모두의 감정이 담긴 노래인 것만 같다.


 

떠도는 자들의 비밀을 알려줄게

날 일으키는 힘 가고 싶은 곳 출렁이는 길 그곳으로 가자

하늘에서 불이 떨어지는 우리의 여름 바다에 두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사람들의 노래

 

태양 아래서도 그림자 하나 만들 수 없는 죄인 그건 바로나

난 다만 다시 별이 되어 떨어져 바다 그 바다

다시 태어나 태양 아래서도 그림자 하나 만들 수 없는 죄인 그건 바로나

난 다만 다시 별이 되어 떨어져 바다 그 바다

영원히 살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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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잡이 배
2020 한국문화예술위윈회
올해의 레파토리 선정작품


일자 : 2020.06.05 ~ 2020.06.28

시간
화, 수, 목, 금 오후 8시
토, 일 오후 4시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티켓가격

R석 40,000원

S석 30,000원

 

제작

극단 드림시어터컴퍼니

LP STORY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만 18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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