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LP판과 사찰음식 [문화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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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여년 전부터 LP판이라고도 불리는 레코드판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음악을 귀와 머리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몸을 쓰는 수고를 기꺼이 한다. 즉, 음반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무엇을 고를지 고민한다.
선택된 음반은 틀어서 음악을 듣고, 음악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다음 음악으로 넘겨지는 것이 아니라 가서 직접 뒤집는 일까지 해야 한다. 이렇게 손끝의 움직임으로 음악 듣기는 감각적이고 흥미로운 경험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사찰요리에 관심이 갖게 되었다. 이 또한 LP판으로 음악 듣는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경험이 된다.
사찰요리는 배고픔을 없애기 위해 먹는 인스턴트 음식과 다르다. 요리를 끝내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 재료를 고민하고 고르고, 각 재료를 섞고, 볶고, 찌는 모든 과정을 차근차근 음미한다. 그래서 모든 재료가 몸에 좋고 자연에서 나온 재료일 수밖에 없다.
나물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양념도 웬만하면 다 자연에서 나오거나 집에서 만든 조청 혹은 집간장이다.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인위적인 색소와 향은 지양하기 때문에 기본 재료조차 직접 만들어야 하는 '귀찮은 일'을 해야 한다. 먹을 때도 배 채우기 위해서 먹지 않고, 음식의 맛과 향을 만끽하면서 천천히 먹는다. 그리고 이 재료가 내 입속으로 들어오기까지 거쳐간 태양빛, 바람, 농부, 등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음악 듣기와 요리하기 자체가 감각적인 경험이 되는 것이야 말로 현재, 이 순간을 충실히 사는 모습인 것 같다. 이 순간에 집중해라, 과거와 미래에 지나친 후회와 걱정은 하지 마라, 이런 뻔한 말들은 누구나 쉽게 말한다. 그러나 실천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LP판으로 음악 들을 때나 사찰음식을 요리할 때만큼은 내 동작과 감각 하나하나 경험할 수 있다. 평소에는 어렵더라도 이때만큼은 현재에 충실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보면, 다른 활동할 때에도 매 순간 몰입하고 감사할 수 있는 습관이 형성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은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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