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바뀐 MBTI 유형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쓰는 글 [사람]

글 입력 2020.06.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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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면?


 

크고 작은 유행거리들은 언제나 우리의 선택을 줄지어 기다린다. 그리고 선택받은 유행들 중 대부분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맥이 끊기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긴 시간 동안 인기를 끄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MBTI 성격유형검사일 것이다. MBTI란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융의 심리유형론을 기반으로 고안한 성격 유형 검사 도구이다. 자세한 유형 분류 기준은 다음과 같다.

  

 

"MBTI는 다음과 같은 4가지 분류 기준에 따른 결과에 의해 수검자를 16가지 심리 유형 중에 하나로 분류한다.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외향-내향(E-I) 지표, 정보 수집을 포함한 인식의 기능을 나타내는 감각-직관(S-N) 지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 내리는 사고-감정(T-F) 지표, 인식 기능과 판단 기능이 실생활에서 적용되어 나타난 생활 양식을 보여 주는 판단-인식(J-P) 지표이다. MBTI는 이 4가지 선호 지표가 조합된 양식을 통해 16가지 성격 유형을 설명하여, 성격적 특성과 행동의 관계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MBTI [Myers-Briggs Type Indicator] (심리학용어사전, 2014. 4.)

 

 
그리고 내가 MBTI 성격유형검사를 처음으로 접했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진로탐구 시간에 선생님은 우리에게 진로적성검사나 성격검사 등을 하게 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된 나의 성격유형은 ENTP로 ‘발명가형’, '변론가형'이었다. 모든 유형들이 그렇듯이 장단점이 있었지만 박학다식하고 창의적이라는 장점은 비교적 너그럽지 못하다는 단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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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TI 성격유형검사 방법 중 가장 잘 알려진 '16 Personalities'

 

 

그리고 3년이 흐른 뒤 대학 동기들 사이에서 MBTI 성격유형검사가 소소하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내 유형을 알고 있었지만 성격유형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검사를 해 봤다. 그런데 그 결과는 나의 유형이라고 믿고 있었던 ENTP에서 두 가지 지표가 바뀐 ESFP였다. 결과지에는 쾌활하고 사교성이 좋지만 계획적이지 못하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이 유형은 ‘연예인형’으로 불리는데, 평소 장기자랑조차 나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황당한 결과였다.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 하나로 내 성격이 단정 지어졌다는 것이 의아하기는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때 MBTI 성격유형 검사의 유행이 끊겨 버렸다면 내 성격유형에 대한 고민이 연장되지 않았겠지만 우리는 공교롭게도 2020년의 첫 단추를 코로나 19와 함께 끼우게 됐다. 난데없이 집 안에 갇혀 버린 사람들 사이에서는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단발성 취미생활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이번 겨울에 주방에서 커피와 물, 설탕을 미친 듯이 저어 봤을 것이고, 온갖 종류의 심리 테스트를 해봤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MBTI 성격유형검사는 수많은 파생 컨텐츠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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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SNS를 떠돌았던 'MBTI 유형별 빵 봉투 묶는 방법'

 

 

그 컨텐츠들은 16가지의 성격유형별로 특정 상황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정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내가 처음으로 접했던 것은 위 그림으로, 식빵을 먹은 뒤 남은 봉투를 어떻게 묶는지를 유형별로 설명하고 있다. 얼핏 보면 어릴 적 접했던 근거 없는 심리테스트처럼 보이지만 신기하게도 정확했다. 이 사소한 행동마저 나의 성향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로웠다.

 

그러나 그 이후로 우후죽순 생겨난 컨텐츠들 속에서 ESFP은 내가 부정하고 싶은 모습들로 그려지는 경우가 잦았다. 주로 성실하지 못하고 놀거리를 찾아다니며, 가볍고 진지하지 못한 모습으로 표현되곤 했다. ESFP을 설명하는 긴 내용은 ‘파티광’이라는 단어를 통해 피상적으로 압축됐다. 그리고 이것이 달갑지 않았던 이유는 나 스스로 내 모습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이유는, 내 성격에 대해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나의 실제 성향과 내가 목표하는 이상형 사이의 괴리가 너무나 커서 나의 모난 구석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MBTI 성격유형검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고 학계에서 공인된 방식이 아니니 재미용, 참고용으로만 즐기라고 말한다. 이 말은 사실이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온라인 MBTI 검사지의 질문은 어색한 번역투로 작성되어 있고,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내면을 16가지 선택지로만 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그 결과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서였을까. 웃고 넘어가면 될 ‘MBTI별로 00할 때 반응’과 같은 컨텐츠를 괜스레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리고 나아가 나의 바뀐 성격유형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MBTI 유형의 변화가 곧 내 성향의 변화일까?


 

문득 내 검사 결과가 변화한 데에는 주변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의 목표을 세워 생활해야 했던 고등학생 때와는 달리 대학생이 된 나에게는 완벽하게 자율적인 삶이 주어졌다. 동시에 새롭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계획적인 성향은 약화되고 동시에 사교적인 성향은 강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변화가 진정한 나의 성향 변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나를 이루는 여러 가지 요소 중 몇 가지가 약해지거나 강해졌을 뿐이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환경과 기회는 내가 품고 있는 성향을 드러나게 할 수도, 숨겨 버릴 수도 있다. 의도치 않은 장점이 발견되기도 하고 내가 몰랐던 단점을 일깨우기도 한다. 이때 몰랐던 장점을 알게 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던 단점을 맞닥뜨리는 것이다. 따라서 MBTI 성격유형이 내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면 그 계기를 고민해 보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선을 예리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상황에 휘둘려 나의 좋지 않은 측면과 마주한 이상, 같은 과정을 반복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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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Personalities에서 제공하는 ESFP형에 대한 설명 중 일부

 

 

내가 부정하고 싶었던 ESFP의 특징은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사실 나의 근본적인 태도 속에 숨겨져 있었다. 나는 결과지에 써있는 것처럼 아무데서나 노래하고 춤추지는 않지만 신나는 음악과 노래방을 좋아하고, 파티를 벌이지는 않지만 친구들에게 만나자는 말을 먼저 꺼낸다. ESFP의 장점처럼 방금 만난 사람일지라도 나에게 우호적이라면 함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ESFP형의 단점처럼 계획을 지키는 일이 거의 없고 일을 잘 마무리하기는 하지만 그 과정이 완벽하지 못하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더 똑똑해지고 싶고, 부지런하고 싶고 믿음직하고 싶다. 그래서 해야 할 것들이 몰려오면 불안감을 느끼고 어떻게든 성실히 끝마치려고 했지만 종종 사소한 것을 빠뜨리기도 했고 계획을 무시하기도 했다. 이렇듯 '성향'이라는 것은 꽤나 선천적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몸을 이끌고자 할 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충돌하며 나의 근본적인 성향을 부정하는 사고 방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상황이 나의 여러 특징들을 강하게 하기도 하고 약하게 하기도 했던 만큼, 이제부터는 외부적 요인이 아닌 나의 노력으로 나의 기준을 충족하고 싶다. 물론 나의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은 MBTI 성격유형검사를 하기 전부터 당연히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MBTI 성격유형검사 결과 속에서 일목요연한 텍스트로 정리된 내 성격의 장단점은 나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었을지라도 나름대로의 자극이 됐다.

 

이 글을 쓰면서 검사를 다시 해 보고 결과지를 다시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해 본 김에 내일부터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계획을 써 봐야겠다. 1. 알람 1개만 맞추기. 2. 뭔가를 할 때에는 40분 이상 집중할 것. 3. 아침에는 스케줄러, 저녁에는 일기 쓰기. 4. 새로운 일정이 생기면 잊지 않도록 잘 기록해 둘 것. 이 글을 읽는 이 중에 나와 같은 ESFP형이 있다면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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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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