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르겠는데, 신선해. 팜Farm [공연]

글 입력 2020.06.1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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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공연 사진(5).jpg

 

 

잘 모르겠다. 공연을 보는 내내 난 그렇게 생각했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도 그랬고, 지금 이 리뷰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연극, 팜. 난 잘 모르겠다.

 

이게 뭐지, 의상은 왜 이러지, 흩뿌려진 인형들은 뭐지, 오렌지의 부모님은 왜 저렇게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언성 높여 싸우지, 이 효과음은 뭐지, 배우들 뒤로 있는 스크린 속 대화들은 뭐지, 대체 말하고 싶은 게 뭐지. 몇 번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디선가 던져져 내 앞에 세워진, 무대 위의 지방이 인형만 보기를 수십 번.

 

내가 느낀 감정은 두 가지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새로운/처음 보는 장르다. (통상 내가 생각해오던 ‘연극’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극 같았다는 말이다.) 또 하나, 잘은 모르겠지만, 끊임없는 배우들의 몸의 언어가 기가 막힌다.

 

 

 

처음 보는 장르


 

따라가기 벅찼다. 도대체가 내가 생각한 연극이랑은 달랐다. 배우의 표정도, 대사도, 생김새도, 옷차림도, 무대 위 배우의 행동과 뒤에 있는 스크린의 자막, 그리고 인형들까지도.

 

연극의 연장선인가 아닌가 생각하게 하던, 마이크를 집어 들고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 등. 큰 옷 안에 들어가 뾰로롱 소리를 내며 의식을 치르는 것 같은 것도, 포스트잇을 오렌지의 몸에 가득 붙였다가도 대화를 하면서 떼어내고 정리하는 장면도.

 

뭐라 형용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그저 내 어휘력과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하는 편이 마음이 훨씬 더 편하다고 느낄 만큼, 연극 <팜>의 모든 것들은 내게 초면이었다. 그저 넋 놓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장면만을 눈으로 쫓을 뿐밖에. 그저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가진 오렌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다.


 

 

분절의 움직임


 

프리뷰를 작성할 당시, 나는 로봇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했다. 소리로 표현하자면 ‘우둑우둑’ 같은 느낌말이다.

 

하지만, 연극에서의 이 ‘만화적 미장센’은 ‘쓱-삭 쓱-삭’의 느낌을 두 배속한 반복적인 움직임이었다. 행동과 함께 대사를 빠르게 연기한 배우들이 대단해 보였다. 물체의 겉면을 닦는 것 같기도 하고, 손으로 툭툭 치거나 날개 모양으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기상천외하다. “몸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정서가 연극을 구성하는 중요한 한 요소”라는 관객들의 말처럼 극의 모든 부분에 이 기상천외한 언어의 몸짓이 녹아있다. 배우들의 대사(말)를 행동으로 묘사하자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빠른 대화와 함께, 혹은 분절의 움직임만으로 채워지는 안무와 연출은 연극의 신비함을 배로 높여준다. 극의 후반부에는, 오렌지가 오래도록 바란 평안을 얻으며 죽음을 맞이하기 전, 마담과 마주 보고 팔을 좌우로 흔드는 장면이 있다. 뒤에 크게 비치는 서로의 겹쳐진 그림자와 극의 절정에 달하는 것을 표현한 그 움직임은, 대사 없이도 주인공이 세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음을 표현한다.

 

 

팜 공연 사진(9).jpg

 

 

무지 신선하고 새로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작가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스스로 실망을 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함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야 하는 건가 하면서 결국엔 그냥, 연극 <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히려 이 연극을 틀 안에 가둬버리고 싶지 않았다고나 할까.

 

신선한 충격과 머리에 물음표를 가득 채우는 연출이 매력적인 극이었다. 난 이런 극을 처음 본다. 앞으로 이런 극을 또 볼 수 있을까. 이 새로운 충격만으로도, 연극 <팜>과 함께 하는 시간은 아깝지 않을 것이다.

 

 

*

팜 Farm
- 2020 극단 프로젝트 내친김에 -


일자 : 2020.06.05 ~ 2020.06.14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프로젝트 내친김에

 

협력

페스티벌 도쿄 (FESTIVAL/TOKYO)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극단 프로젝트 내친김에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2014년 결성된 젊은 연극인 집단입니다.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자 모인 배우, 연출, 작가, 스텝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무대언어를 찾고자 합니다.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진실하고 집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보고 싶은 모든 작업자들과 함께 합니다.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연극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강렬한 체험의 순간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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