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사진으로 찾아가는 이야기 - 다음꽃검색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6.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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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근래 즐겨 사용하고 있는 앱 기능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내가 그동안 아트인사이트에 올린 글들은 대부분 책이나 영화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것은 말하자면 작가나 영화감독의 상상력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내가 보통 감상하는 영화는 오래 되어봤자 30~40년 전의 것이고 책도 100~200년 전의 것인데, 이들은 어쨌거나 작가 개인의 머릿속에서 조작된 이야기이다. 물론 그것은 더러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야기를 각색해 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거나 그것들은 작가 자신의 이름을 달고 나온 이야기이다. 작가 개인의 이야기가 그대로 중간 매개자 없이 감상자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다.

 

오늘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앱은 소위 ‘작품’이라고 불리는 이야기들의 반대편에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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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앱에 들어가보면 특수 검색 기능에 “꽃 검색”이라는 기능이 있다. 말 그대로 꽃의 사진을 찍으면 그 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기능이다. 꽃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런 검색 기능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꽃을 가까이 하며 지낸 일이 없었고, 오히려 길가에 꽃이 심겨져 있고 이름이 팻말에 써있다 하더라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치는 종류의 사람이다. 그런 내게 이 단순한 꽃 검색 기능이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었던 데에는 이 안에 담긴 이야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이 기능을 이용해서 꽃을 검색하면 자동으로 꽃에 대한 검색 결과가 등장하고 백과사전 요약 화면이 화면에 뜨는 경우도 있다. 이 꽃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많을수록 검색창에서 다양한 기본 정보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백과사전이 그렇듯이 학명, 크기, 서식지, 개화시기, 분류와 같은 과학적인 정보들이 등장하고, 운이 좋은 경우에는 꽃말까지 등장한다. 물론 꽃의 이름만 알려주고 세부적인 정보가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해당 꽃에 관한 정보가 해당 기능에 아직 등록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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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정보들이 뜨지 않다고 실망하게 되지는 않는다. 일단 사진 검색을 통해 꽃의 이름을 알게 되었으면, 알게 된 꽃의 이름을 통해 꽃에 대한 정보들을 스스로 검색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앞에 놓인 이 꽃의 이름을 내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름을 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름만 알면 그때부터 이 꽃에 얽힌 정보들을 내가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을 알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검색기능과 데이터베이스가 있더라도 이 대상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알 수 없다.

 

내가 주로 관심을 가지는 항목은 일차적으로 꽃의 이름이다. 이 앱을 통해 꽃을 검색하고 돌아다니면 생각보다 꽃의 이름이 창의적이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내가 길에서 찍은 꽃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름은 패랭이꽃과 매발톱꽃이다. 이러한 이름은 꽃의 생김새를 보고 붙여진 이름이다. 패랭이는 조선시대의 서민들이 쓰던 모자 패랭이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고, 매발톱꽃은 말 그대로 매의 발톱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사실 이들 꽃을 보면 그렇게 닮은 것 같지는 않다. 충분히 다른 사물에 빗대에서 볼 수 있을 것처럼 생겼다. 더 아름다운 사물들로 이름을 붙여주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할미꽃을 보아라. 충분히 예쁘게 생겼는데도 줄기가 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할미꽃이라 불리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꽃의 이름은, 예전에 사람들이 그 꽃을 기억하고자 하는 소망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어색하게 느껴질 뿐이지, 이 꽃들의 이름은 대상을 기억하기 위해 그 대상에 하나의 이야기를 덧씌운 것이다. “저 꽃은 서민들이 머리에 쓰던 패랭이를 닮았다고 해서 패랭이꽃이야.” “저 꽃은 끝이 휘어있는 게 매의 발톱 같아서 매발톱꽃이라고 불러.” 사람들은 그 대상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입혀주었고 그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이름으로 굳은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꽃의 이름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의식에 남아있는 가치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이름은 각각의 이야기이다. 꽃 수십 종류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수십 종류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셈이다.

 

백과사전의 모든 설명들은 꽃의 이름에 대한 부연설명이다. 이들의 이름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이 이름을 통해서 간직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인지의 단서들을 백과사전이 담고 있다. 이 꽃이 어디에서 많이 피는지, 언제 많이 피는지, 하는 정보들은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수백 년 전에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이 어떤 날씨 속에서, 어떤 척박한 지형 위에서 이 꽃을 발견하고 어떻게 이름을 붙이게 되었는지 더욱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꽃말이 있다. 내가 여러 꽃들을 검색해본 바에 의하면 꽃말의 기원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게 나와 있는 경우는 많이 없다. (물론 명확한 경우 역시 있다. 물망초 같은 경우가 꽃말과 이름이 명확하게 일치하는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아마 이름이 붙은 시점과 꽃말이 부여된 시점이 서로 달라서 그 사이에 명확한 연관이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 이름이 불리게 되고 나서 꽤 많은 시간이 지났고, 그 후에 꽃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생기면서 새로운 꽃말이 붙었을 터이다. 꽃말과 얽혀 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기 위해서는 이 꽃 검색 기능에 의존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검색하고 공부하여서 그 정보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좋다. 이 꽃에 붙어있는 꽃말을 있는 그대로 기억해주고, 지나다니며 그 꽃을 다시 발견했을 때 꽃말을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훨씬 가치 있는 하루가 될 수 있다.

 

*

 

물론 현대 도심에서는 일상적으로 꽃을 마주하기 어렵다. 그런데 꽃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는 우리 주변에 꽃이 보여도 그것에 대해 알려고 하질 않는다. 매일 일상적으로 왕복하는 길에 있는 모든 사물들은 일상적인 것으로 전락한다. 일상의 사물이 된 것들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오가는 길의 같은 자리에 매일 있기 때문에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될 뿐이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서울의 인도에는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길 양옆으로 생각보다 훨씬 많은 나무와 꽃들이 심겨져 있다.

 

이 앱을 깔고 꽃 검색 기능을 발견하게 된 이후로 일상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내가 다니는 길을 다시금 유심히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가 걷는 거리가 단순한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내가 새로 알아갈 대상이 있다는 점에서 거리를 왕복하는 시간들은 지겨운 시간이 아닌 것이 된다.

 

사진을 직접 찍어서 꽃에 대한 정보가 뜨기까지의 과정에는 다양한 감정이 든다. 내 눈 앞에는 꽃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길에서 잠시 멈춰서서 휴대폰 카메라를 꽃이 들이민다. 거리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꽃 사진을 찍는 나의 모습을 보고 유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 시선을 느끼면서도 나는 꽃의 사진을 찍고 이 순간이 아니었더라면 평생 몰랐을지도 모르는 한 대상의 이름과 그 속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보다 꽃의 이름은 다양하고, 어떻게 그런 이름을 붙일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창의적이다. 그 잠시의 시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이름을 알게 되고 다시 가던 길을 이어서 걷고 버스에 오르고 나서는, 그 이름에 대해 이런저런 검색을 하며 그 이름과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이해하게 된다. 꽃 검색 기능을 통해 이러한 시간들이 일상 속에 스며들게 된다. 미지의 대상을 나의 손으로 직접 파악해나가는 여정이다.

 

현대사회의 시간 속에서 정보는 경제성의 기준에 의해서 그 가치가 일률적으로 결정된다. 하루 동안의 한정된 시간 속에서 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고, 스스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별된 정보들 속에서 자신에게 유용한 것을 재빠르게 가져다 사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다. 매일 반복적인 출근길을 지나면 최적화된 사무실 구조 혹은 컨베이어 시스템의 한 자리에서 하루의 근무 시간을 채우고 다시 반복적인 퇴근길을 지난다. 그 일상 속에서 수많은 이름과 이야기들이 나를 스쳐지나간다.

 

주변에 관심을 가져보길 바란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 예전 그대로의 이름과 이야기를 품은 대상들이 곳곳에 놓여 있을 것이다.

 

 



[한승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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