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의 인간과 함께라면 행복한 강아지 - 환상의 마로나

글 입력 2020.06.0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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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깜비"와 5년째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아무리 귀엽고 재밌어 보일지라도 강아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라면 쳐다도 보지 않곤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아지가 나오는 영화라면 인간의 등장도 필연적일 텐데,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에서 분명 갈등이 생길 것이고,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순간들이 있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분노하거나, 슬퍼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고, 나는 남에게 나의 감정을 들키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경향이 있기에, 애초에 그럴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슬프고 눈물이 날 것 같은데. 눈 꼭 감고 눈물을 쏟고 올 것인지, 여느 때처럼 외면할지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포스터 속 까만 강아지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고, 예고편에서 느껴지는 작화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게다가 제작 국가가 프랑스인 것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이유였다. 결국, 눈물길이 예정된 시간을 선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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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마로나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자신의 '견생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의 초반부터 차에 치여 희미해져가는 마로나의 모습으로부터,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며, 눈물 흘릴 준비를 하라는 나지막한 메시지를 받았다. 덕분에 처음부터 '마로나가 죽는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전체적인 줄거리를 짐작할 수 있었기에 마로나의 감정 표현, 영화 속 그림 표현에 대해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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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나의 견생은 파란만장하다. 가난한 곡예사 마놀의 품에서 행복해하다 마놀의 꿈을 위해 멀리 달아나기도 하고, 따뜻한 이스트반을 만나 '좋은 인간의 냄새'를 맡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인간의 상황'에 따라 마로나는 떠돌이 삶을 다시 시작하게 되고, 결국 마지막 주인인 솔랑주를 맞이하게 된다.

 

모든 것은 마로나의 시점으로 서술되는데, 시종일관 나긋나긋하게 내레이션 되는 마로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강아지라는 생명체를 키울 만한 자격이 되는지 계속 반문하게 된다.

 

인간이 자신을 두고 갔을 때 사방의 벽이 좁아지는 느낌을 받는 것, 잠을 자는 인간을 지키는 것을 행복해하는 것, 가난한 곡예사의 지하방에서 자리 잡고 있지만 가장 부유하다고 느끼는 것, 배변을 하기 위해 밖에 나가자고 누군가에게 알리는 것, 이 모든 것은 오로지 강아지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과연 나는 이렇게나 인간을 사랑하고, 의지하는 생명체에게 그만큼의 사랑을 주고 있었는지 돌이켜보게 한다.

 

자신을 거둬준 주인을 사랑하고, 그들과의 생활을 행복해한다. 버려지거나 떠돌이 생활을 할 때에도, 그간 만난 주인들을 탓하지 않는다. 마치 '인간'이라는 것을 살아가는데 자신과 관계를 맺고 끊고 이어가는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그 소중함에 상응하는 인간일지 다시금 묻게 된다. 나 또한 똑같이 마로나를 사랑으로 거둘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을지 말이다.

 

 

 

03


 

마로나의 이야기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영화의 작화에 있다. 빨려 들어갈듯한 그림체와 강렬하고 환상적인 색채, 예민할 정도로 세세한 움직임을 보며, 행복한 강아지 마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정성껏 담아내려고 하는 제작진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등장인물의 유연하고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은 마치 아티스트들의 마구 뛰어들어 꽃밭을 그리고 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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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느낌은 내가 좋아하는 '레이첼 로즈'라는 아티스트의 영상에서도 느껴볼 수 있다. <환상의 마로나>의 예고편을 보자마자 떠올랐던 영상이기도 하고, 이 아티스트의 영상 또한 동물의 모습을 부드럽고 생동감 있게 표현한 작품이기에, 귀여운 생명체와 환상적인 아트웍의 만남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작가의 영상을 함께 감상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스틸컷을 공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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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 Valley (still), 2016. AR December 2017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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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관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필히 관람을 권하고 싶다. (나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영화를 통해 견주로서의 자신의 마음가짐을 돌이켜보고, 반려견과의 정서 교감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반려견을 이제 막 키우려는 사람에게도 관람을 권하고 싶다. 강아지를 예뻐해 주고 사랑해 줄 마음가짐을 넘어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을 때, 책임감을 가지고 생명체를 키워낼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는지 한 번 더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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