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위대한 놀이'로 기억될 전쟁의 모습 - 연극 '위대한 놀이' [공연]

아이들의 눈에 비친 전쟁은 놀이다.
글 입력 2020.06.07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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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란 무엇인가,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시대의 나에게는 교과서 속에서나 보았던 개념이다. 어쩌면 평생 ‘전쟁’이 의미하는 바를 생생히 몸으로 알게 되지는 못할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나에게조차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끔찍하고 두려운 무언가로 기억되고 있다.

 

전세계는 지금 암묵적으로 전쟁의 참상을 숨기고 잊으려 하고 있다. 당시의 끔찍한 참상과 누군가의 희생 위에 지금의 표면적인 평화가 형성되었고, 세계는 이제 전쟁의 위험에서 어느정도 비켜서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참히 희생되어간 그때 그 시절들이다.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을, 누군가의 인생 전체를 묻어 버린 전쟁의 참상을 기억해야한다.

 

아프고 힘든, 그래서 기억하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일을 왜 굳이 다시 반추해야 하느냐고 묻는 다면, 그 답은 뻔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에 있다. 우리는 모두 어느정도 전쟁에 무뎌져 있다.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직접 그 시대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일 테니까.

 

그렇게 전쟁의 참상을 잊고 교과서 위의 문자로만 전쟁이 남게 된다면, 그리하여 누구도 전쟁의 그 참혹한 장면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전쟁은 반드시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 고통을 잊은 이들은 또다시 욕심에 눈이 멀어 똑 같은 참상을 일으킬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파도 기억해야한다. 전쟁이 만들어낸 참혹한 현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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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맥락에서, 6월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올릴 연극 <위대한 놀이>는 큰 의미를 지닌다. 연극 <위대한 놀이>는 소설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베스트 셀러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속의 쌍둥이 형제의 작문노트에 주목하여 만들어진 연극이다. 그 작문 노트에는 소년들의 순수한 시선 속에 포착된 전쟁의 맨 얼굴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로서 기록된다.

 

어린 나이에 전쟁을 겪었던 쌍둥이 형제들이 기억하는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참 잔혹한 일이다. 친구들과 숨바꼭질과 같은 쓸데 없지만 순진한 놀이를 즐겨야 마땅할 아이들의 앞에 펼쳐진 것은 총탄과 대포 소리가 오가고, 사람들이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참상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쌍둥이 형제들은 이것을 일종의 ‘놀이’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전쟁은 이 순수한 아이들에게서 ‘놀이’를 빼앗아 갔다. 당시에는 아이들과 함께 하며 정서 발달에 도움을 주고, 커서는 추억이 될, 소중한 그 시간을 빼앗아 갔다. 대신, 그 자리에는 잔혹한 전쟁의 기억만이 남았다. 국경지역 할머니 집에 맡겨져 하루 하루의 생계가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살았을 그들의 눈에 비친 ‘전쟁’이라는 또다른 놀이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기록 되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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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위대한 놀이>는 이러한 소설 속 내용을 쌍둥이들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테이프’를 사용한 놀이적 방식을 통해 풀어낸다. 그들은 테이프를 이용하여 가상의 구역을 만들어내거나 없앤다. 이것은 전쟁이 일어나던 시기의 국경, 분리, 민족 등을 구분 짓는 경계선일 것이다. 배우들은 장식 없는 텅 빈 무대에서 오로지 ‘테이프’만을 이용해 당시의 상황을 재연한다.

 

테이프를 통한 놀이라니, 이보다 전쟁의 참혹함을 아이러니하게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 어디있을까. 어린 시절 자주 하던 ‘땅따먹기’놀이가 기억난다. 오로지 돌 만을 이용한 이 놀이는 돌로 바닥에 ‘땅’을 그리고 한발로 뛰어다니며 땅을 차지하는 놀이이다. 이 연극이 풀어내는 것처럼, 어쩌면 전쟁은 전세계가 참여한 ‘땅따먹기 현실판’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천진한 놀이처럼 보이는 이 순진한 구성 속에서 우리는 아이러니 하게도 전쟁의 참혹함을 가장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 땅따먹기의 룰처럼, 가장 많은 땅을 차지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단순한 욕심에 이끌려 그 당시 치루었던 수많은 참상과 가혹한 풍경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위대한 놀이’와 같은 모습을 통해 우리는 전쟁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
 
<위대한 놀이>는 대도시의 공습을 피해 국경지역 할머니 집에 맡겨진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이다.
 
국경지역 소도시 할머니 집에 남겨진 쌍둥이는 전쟁터 한복판에서 매일매일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운다. 이미 학교는 문 닫았고 성당의 사제도 굶주리고 있다. 이 소도시에는 유태인 학살의 임시 수용소가 있으며 매일매일 거리에는 독일 군인과 끌려가는 유태인 행렬이 가득하다.
 
술집에는 팔과 다리가 잘린 군인들이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쌍둥이들은 자신들만의 생존법으로 어른들의 전쟁터에서 살아남는다. 전쟁이 끝나고 '해방군'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군인들이 들어오고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할머니의 집과 재산이 몰수된다. 쌍둥이들의 생존은 또다시 문제가 된다.
 
그리고 전쟁터에 나갔던 아버지가 돌아온다. 그는 전쟁포로였다가 풀려났지만 해방된 조국에서도 여전히 쫓기는 몸이다. 아버지는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가고자 한다. 쌍둥이는 아버지를 돕기로 한다.
  





위대한 놀이
- 2020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선정작 -


일자 : 2020.06.18 ~ 2020.06.28

시간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 3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극단 하땅세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만 14세 이상

공연시간
8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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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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