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차가운 당신에게 따뜻한 와인같은 음악을 - 브루노 메이저 Bruno Major [음악]

두 번째 정규 앨범, To Let A Good Thing Die
글 입력 2020.06.0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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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는 악기다.


발라드나 밴드가 사람들을 휘어잡던 시절에 사람의 목소리는 가장 중요한 멜로디 라인이었다. 반면에 나름 음악 전공을 하려고도 생각했던 내가 좋아했던 장르는 재즈나 알앤비였다. 모든 악기들이 비슷한 음량을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드 재즈는 목소리가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목소리가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보다는, 소리들이 뒤섞인 음악 자체가 보물이라서, 내 시공간을 꽉 채워 주길 바랐다.


턴테이블을 갖게 된다면, 어두운 커튼으로 햇빛을 살짝 가리고 그런 음악들을 온종일 틀어 놓고 싶다. 요즘 무엇보다 그런 소원을 부추기는 건 영국의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브루노 메이저(Bruno Major)의 음악이다.

LP의 단점(이자 장점)은 좋아하는 곡들의 플레이리스트 대신 앨범 전곡을 들어야 한다는 건데 재즈 뮤지션이기도 했던 이 싱어송라이터는 2000년대 이후의 앨범 중에 이러한 LP와 제일 잘 어울린다고 말하고 싶다(그걸 아는지 바이닐을 꾸준히 발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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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o Major by Juan Ortiz Arenas

 


뭉글뭉글한 구름을 손으로 헤집다 보면 저 아래에서 무지개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제일 간단한 단어들로 제일 로맨틱한 장면을 그린다. 결코 요란하지 않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속삭인다. 사랑스럽다고 불러도 좋다. 차가운 종이컵에 담긴 따뜻한 와인 같기도 하다(Bruno Major – Second Time 가사 중).

이 세상의 모든 순간에 브루노 메이저의 노래가 흐른다면 일상이, 일상이 아닌 순간이 된다. 브루노는 부드러운 힘을 가지고 있다. 강한 메세지를 강압적인 분위기를 벗어나서 하는 방법을 확실하게 아는 아티스트이다. 알앤비와 재즈 코드 진행이 묘하게 맞춰진 퍼즐은 안정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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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o Major by Juan Ortiz Arenas

 

 

 

두 번째 정규앨범,

To Let A Good Thing Die, 손에 쥔 것들을 놓아주세요.


 


여러분들에게 32분 간의 온기를 줄 이 앨범이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You will find 32 minutes of warmth. I am really, really proud of this album.)


- 브루노 메이저 Bruno Major



곡들의 템포처럼 꾸준한 속도로 브루노는 새 곡을 보여주는데(이 또한 로맨틱의 정수다!), 바로 어제(2020.06.05), 3월부터 팬들을 기다리게 했던 두 번째 정규앨범 를 발표했다. 총 열 곡 중 새로 발표된 곡은 네 곡이다.

04 Regent’s Park - 첫 문장부터 나는 이미 이 앨범을 사랑하기로 했다. “네가 나를 향해 웃을 때마다 나는 400조각의 시를 보냈어.” 가끔 너무 좋은 것들을 마주하면 화가 날 때가 있는데, 이 곡이 나에게 그랬다. 가사만 좋던가, 음악만 좋던가! 브루노 메이저의 곡은 ‘아, 이게 인생곡이다.’ 싶으면 또 나에게 꿀밤을 먹이곤 한다. 브루노 음악의 정석.

06 She Chose Me - 쳇 베이커(Chet Baker)의 재즈를 공부하던 브루노는 거주지를 런던으로 옮기면서 지금의 음악 색을 가지게 됐다. 이 시기에 랜디 뉴먼(Randy Newman – 한국에서는 토이스토리 작곡가로 유명하다)은 브루노의 작곡 영웅(songwriting hero)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영향을 주었다. 랜디 뉴먼이 쓴 곡이 아닐까 싶은 곡들이 꽤 있을 정도다. 결국 이번 앨범에서 뉴먼의 곡을 커버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왜 나를 골랐는지 모르겠어”

09 I’ll Sleep When I’m Older - 이 곡은 작년 공연에서 먼저 공개했다. 자아(self)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이 곡은 기존 브루노의 노선과는 달라 당황했다. 자기 자신에게 강하게 말하면서도 기타의 선율로 자신을 감싸주고 있다. 샘 스미스(Sam Smith)의 세계 투어에 함께 다니며 했던 생각들이지 않을까 한다.  “잠깐 반짝인 불씨가 아니라, 불꽃이 될 거야”

10 To Let A Good Thing Die - 이번 앨범을 그동안 강렬했던 순간들의 모음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이 트랙은 9개의 트랙을 거치면서 점점 넓어진 시야로 결국 모든 것을 품어 안는다. “가끔은, 좋았던 것들도 보내줘야 할 시간이 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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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o Major by Juan Ortiz Arenas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가는 지친 사람들을 전부 붙잡고 브루노가 작곡한 모든 곡들을 들어보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게다가 그가 말한대로 그는 점점 진화한다. 분명 기존의 곡들과 이번 앨범 앞쪽의 트랙들은 한 사람을 위한 보물이라고 생각했다. 후반부의 트랙들이 앨범을 마무리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모두에게, 모두에게 로맨틱한 이번 앨범을 추천한다. 다정한 시간과 공간이 부족하다고, 쓸쓸하다고 느낀다면, 브루노 메이저(Bruno Major)에게 32분만 먼저 내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결국 이 아티스트의 모든 곡들로부터 위로받고 싶어질 것이다.
 
 
참고
Vinylmnky. New Artist Spotlight-Artist Interview-Bruno Major. 2020.06.05.
V2benelux. News Represented Labels - Bruno Major Releases New Album (To Let A Good Thing Die). 2020.06.05.
Instagram Account @mrbrunomajor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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