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캐릭터 창조 가이드 - 트라우마 사전 [도서]

글 입력 2020.06.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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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중심, 캐릭터


 

 

맥락은 우리의 인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 그 예가 바로 ‘맥락’이며, 사람들이 이야기 속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21)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 얻고자 한다.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실제 삶에는 없는' 맥락이다. 삶을 통해 알지 못했던 맥락을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다면, 우리는 어쩌면 이를 삶에 적용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해하지 못했던 삶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결국엔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마음 깊은 곳에 망가진 한 부분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는다.

 

이 과정은 독자가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공감하고 동일시하지 못한다면 불가능하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마치 현실에 정말로 존재할 것만 같은, 그래서 독자가 쉽게 빠져들 수 있는.

 

똑같은 상황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조건으로 구축된 캐릭터를 보면 독자는 더 쉽게 캐릭터와 자기를 동일시하며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가지고 더 잘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의 배경, 트라우마


  

 

캐릭터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장애물에 대처하는 자세는 그 캐릭터의 과거와 맞닿아 있으며 특히 트라우마는 가장 강력한 기제다. (14)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이 책에서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핵심 기제는 ‘트라우마’라고 말한다. 왜 캐릭터의 정수를 결정하는 것이 행복과 기쁨이 아닌 하필 상흔일까? 이유는 아마 삶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삶에는 늘 다양한 방식의 각자의 고통이 있고, 사람은 행복이 아닌 고난으로부터 배우고 성장한다.

 

 

트라우마는 끔찍한 경험이다. 하지만 그 운명의 잔인한 장난보다 더 캐릭터를 괴롭히는 것은 트라우마 안에 숨어 있는 잘못된 믿음이다. … 잘못된 믿음은 제한적 신념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 믿음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캐릭터를 자기 파멸의 길로 안내한다. (25)

 

  

트라우마는 특정한 순간이 아닌,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무너뜨리는 어떤 힘으로 이해하는 편이 낫다. 트라우마로 인해 믿음을 ‘잘못 갖게 된’ 캐릭터에게 불안과 자기 의심이 증식된다. 이때 캐릭터는 ‘감정 갑옷’이라는 보호막을 입는데, 이마저도 최후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 감정 갑옷은 두려움을 해결하는 수단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회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감정의 요새를 쌓고,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며 인간관계가 흔들리게 되는 2차적 문제를 불러온다.

 

 

치명적인 결함이란 부정적인 속성, 편견, 혹은 특정한 행동 방식으로, 캐릭터는 마침내 잘못된 믿음을 거부하고 스스로 성장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75)

 

  

그러니 방법은 하나다. 바로, 자아관을 바꿔 새로운 통찰을 얻는 것. 작가는 이 과정을 그리면서 캐릭터의 성장, 곧 이야기의 주제를 말할 수 있다.

 

 

 

트라우마에 집중하기


   

 

당신의 캐릭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면 과거에 입은 감정적 상처를 잘 검토해 보아야 한다. 당신의 캐릭터가 그 끔찍한 상황에서 지키려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다시 한 번 그것을 빼앗기느니 차라리 그것 없이 살겠다고 할 정도로 깊은 상실감을 준 것은 무엇이었는가? 캐릭터는 지금 무엇을 희생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33)

 

이야기에서는 트라우마가 된 사건, 특히 캐릭터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캐릭터가 무엇을 놓치고 있고 두려워하는지, 그리고 트라우마가 캐릭터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줄 수 있다. (95)

  

 

“영화는 지루한 것이 잘려 나간 인생”이라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말처럼, 이야기도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은 트라우마에 집중하는 것이다.

 

모든 캐릭터의 배경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까진 없지만, 상처의 내용이 자세할수록 캐릭터 행동의 이유와 이야기의 구조는 탄탄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제안하는 한 방식은 ‘브레인스토밍’인데 예를 들어 다음의 여러 항목에 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과거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 / 불쾌한 기억 / 성격 결함 / 두려움 / 결핍된 욕구 / 비밀 / 불안 / 편견 / 과잉 보상 / 문제 행동

 

  

이 외에도 배신이나 범죄피해, 실패 등을 통해 상처의 내용을 정해볼 수 있다. 캐릭터는 행동을 통해 상처를 드러내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있다면, 캐릭터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줌으로써 더 풍부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

 

 

 

다양하고 구체적인 트라우마의 예시


  

약 100쪽에 걸친 서문을 지나면, 나머지 400쪽에 가까운 분량은 아주 다양하고 구체적인 트라우마의 예시를 볼 수 있다. 책 이름이 <트라우마 사전>인 이유다. 아래와 같은 공통적인 항목에 따라 트라우마의 내용이 소개되어있다.

 

 

일러두기 – 구체적 상황 – 훼손 당하는 욕구 – 생길 수 있는 잘못된 믿음 – 가질 수 있는 두려움 – 가능한 반응과 결과들 – 형성될 수 있는 성격 특성 – 상처가 악화할 수 있는 계기 – 상처를 직면하고 극복할 기회

 

  

읽으면서 특히 마지막 두 항목, ‘상처가 악화할 수 있는 계기', '상처를 직면하고 극복할 기회’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상처가 악화할 수 있는 계기는 트라우마와 아주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라는 설명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상처를 직면하고 극복할 기회에 제시된 상황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라는 점이 의외이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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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괴롭힘'을 예로 첨부한다. 두 항목에서 첫 번째 사례는 각각 '과거에 괴롭힘당하는 사람을 보는 것'과 '집단에서 똑같은 일을 당한다'이다. 비슷한 경험이 반복되는 사례이며, 다른 트라우마의 예에서도 이 두 항목 내용은 비슷한 느낌으로 나열된 걸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상처가 악화되는 계기와 극복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같은' 걸까?

 

이때 결과에 차이를 불러오는 결정적인 요소는 캐릭터의 태도라 이해했다. 유사한 상황을 그저 다시 겪기만 한다면 상처가 악화되겠지만, 그 상황에서 무언가 깨닫거나 전과는 다른 행동을 하려는 의지를 들인다면 극복할 기회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한 번 일어났다, 그러면 그것은 다음에 반드시 또 일어난다. 트라우마는 이 단순한 논리로, 그러나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오랫동안 캐릭터를 괴롭히고 꾸준히 무너뜨린다. 그런데 이 힘에 맞서는 열쇠도 어찌 보면 참 단순한 것 같다.

 

한 번 일어났고 그러면 그것은 다음에 반드시 또 일어난다. 그런데 한 번은, 그 상황에 대처하는 캐릭터의 생각이, 가치관이, 태도가 달라졌다고 기회를 주자. 그렇다면 결과는 다를 것이다. 작가는 이 모든 가능성을 살피고 선정하고 준비하고 주물러야 한다. 흥미로운 방식으로, 가장 적절한 때에.

   

*

 

독자는 '유사하게' 반복되는 악몽에 달라질 결과를 꿈꾸는 사람들일까. 자신의 망가진 부분을 그대로 들여다볼 줄 아는 용기를 넘어, 변화를 도모하는 더 큰 용기를 발휘하는 자들에게 이야기라는 선물이 주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라면, 어쩌면 단 한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울리는 이야기도 좋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쓰는 이야기가 나의 마음을 먼저 울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을 친절히 그리고 재미있게 탐험해보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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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사전

작가를 위한 캐릭터 창조 가이드



지은이: 안젤라 애커만, 베카 푸글리시 | 옮긴이 임상훈

 

분  야: 글쓰기, 창작 작법

 

펴낸곳: 윌북

 

발행일: 2020년 4월 20일

 

면  수: 508 | 판  형 152 * 220   

 

정  가: 22,000원 |  ISBN  979-11-5581-266-2[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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