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찻잎 타고 떠나는 여행 -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 [도서]

글 입력 2020.06.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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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를 전공하면서 오랜 세월 흙을 만져 오신 분들 혹은 차를 즐겨 오신 분들로부터 줄곧 ‘차를 필히 마셔야 한다.’는 말씀을 듣곤 했다. ‘도예’와 ‘다도’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일 것이고 차를 마셔본 적 없는 이가 다기를 빚을 순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무관심했던 것에 취미를 붙인다는 것이 내겐 부담스러운 의무처럼 다가왔기에,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던 와중 도서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를 접하게 되었다. 사실, 경제사라는 문구는 읽히지도 않았다. 단순히 ‘처음 읽는’과 ‘보이차’라는 키워드에 꽂혀 이 책으로 차에 입문하면 되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던 것 같다.

 

*

 

‘도예’와 ‘차’. 흙으로부터 나오고 나무로부터 나온다. 어쩌면 가장 원초적이고 자연적인 것들이 아닐까. 우린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늘 자연을 가까이 들여놓길 원하고 또 그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 또한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창을 열여 바깥 공기를 들이고 지난날 사 온 꽃향기를 맡으며 물을 갈고 제철 과일로 늦은 아침을 먹곤 한다. 또한, 낮 동안은 되도록 인위적인 형광등이 아닌 햇빛으로 생활하기를 즐긴다. 이처럼 사소한 순간순간에도 끊임없이 자연을 그리워하고 회귀하고자 함은 우리가 모두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전에 살아있는 인간이 태고의 자연 속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감각’의 문을 활짝 여는 것이라는 말을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다. 이는 아마 흙을 캐어 빚고, 찻잎을 따고 우려내어 마시는 것과 같이 세상의 근원을 경험하는 것을 의미했으리라.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가 무슨 수로 세상의 근원까지 경험케 할 수 있겠냐며 반문할 수도 있지만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의 독서를 끝마친 나는 차나무 잎을 타고 2,000년 전 중국부터 17세기 유럽, 1900년대 홍콩과 2000년대 대만까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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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장에서 중국 운남에 사는 소수민족의 창세신화를 소개하며 보이차 로드의 시작을 알린다. 찻잎의 요정들이 요괴와의 전쟁 끝에 만물을 만들고, 인간을 낳고 세상을 구했다는 내용의 신화를 읽으면 그들에게 ‘차’란 어떤 존재인지 실감할 수 있다.

 

운남 차에 대한 기록은 당나라 때 번작의 <만서> 와 송나라 때 이석의 <속박물지>를 통해 알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차는 여러 산에서 나오며 수시로 거두고 찻잎을 따는 법이나 차를 만드는 법이 없으며 산초, 계피, 생강과 함께 끓여 마셨다고 한다.

 

운남은 원나라에 의해 중국에 편입되었는데, 원나라 황제가 운남에 세운 행정구역 가운데 보일부 라는 곳이 후에 보이로 바뀌고 이 지명으로부터 보이차의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차 맛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물을 마시는 것보다 조금 나았다고 하니 말이다.

 

2장에서는 변방의 보이차가 청나라 때 갑자기 유명해져 역사 무대로 등장한다. 이때의 운남 차는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의 차마호시 제안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티베트에 들어간다. 또한 청나라 강희 황제 때부터 청나라 말까지는 보이차가 황실에 진상되었으며 외국 사신에게 선물하는 고급차가 되었다. 후에 전란으로 티베트로의 운송과 판매가 막히자 상인들은 라오스와 베트남으로 보이차를 가져갔고, 보이차는 그곳에서 홍콩, 마카오, 동남아의 화교들에게 성공적으로 팔려 나간다. 뿐만 아니라 완제품 차를 만들고 운송까지 하는 사업체인 개인 차장들이 등장하고 전성시대를 맞는다.


3장에서는 티베트로 통하는 신루트가 개발되면서 한족들이 맹해 지역으로 몰려 맹해차의 전성시대를 비춘다. 낙후되었던 맹해는 맹해-미얀마-인도-티베트 루트가 개발됨에 따라 보이차의 중심지가 되었다. 특히 소규모 차장들이 가입하여 만든 조합 ‘불해다업연합무역공사’ 가 맹해 차 산업 성장을 촉발시켰다.

 

4장에서는 신중국이 건국되고 공산당이 집권하게 되면서 변화하게 된 차 산업을 이야기한다.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신중국은 개인 차장을 모두 국가로 합병할 장기적인 계획을 단계적으로 실행했다. 또한 개인 차장을 운영했던 이들을 자본가로 분류하고 사상개조와 노동개조를 받게 했다.

 

한편, 이 시기에 홍콩 사람들은 운남에서 온 차를 찜통에 쪄서 부드럽게 숙성된 차맛으로, 자기네 입맛에 맞추어 먹기 시작했다. 후에, 숙차의 아버지라 불리는 노주훈이라는 인물로부터 광동에서 발효 보이차를 선보였고 이는 광동성의 주요 수출품이 되었다.

 

5장에서는 보이차의 가치에 눈뜨기 시작한 대만 사람들이 등장한다. 대만 사람들은 오랫동안 생활차로 마시던 보이차에 화려하고 현란한 문화의 옷을 입혔다. 오래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차, ‘마실 수 있는 골동품’이라 불릴 수 있는, 투자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투기 세력이 빠져나갔지만, 보이차 시장은 무너지지 않고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며 귀환했고 아직까지 고급 차 대접을 받고 있다.

 

 

이 책의 진짜 목적은 보이차와 보이차가 떠났던 모험에 가득 찬 여행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처음에 보이차는 가난한 집에 태어난 소년 같았다. 조금 자라 고향을 떠났고 멀고 낯선 세계를 주유하며 어른이 되고 인생을 배웠다. 그리고 서리가 내린 머리와 완숙한 얼굴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보이차의 그 여정을 따라가 볼 것이다.

 

작가의 시작하는 말 p.10

 

 

역사와 차의 흐름에 어두운 내게 그리 쉽게 읽힌 책은 아니었지만, 작가가 이끌어주는 방향으로 천천히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그 모험에 가득 찬 여행을 함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만족스러웠던 여행 덕분에 작가의 전작 <보이차의 매혹>도 읽어 볼 예정이다.

 

마셔본 적 없는 보이차에 이제는 괜스레 친근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앞으로 보이차를 마시게 되거나 구매하게 된다면 작가가 준 팁들을 참고할 생각이다.

 

여러분도 여정에 함께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

- 보이차, 역사의 무대로 -



지은이 : 신정현


출판사 : 나무발전소


분야

요리 - 역사/에세이


규격

신국판(152*215)


쪽 수 : 368쪽


발행일

2020년 04월 20일


정가 : 20,000원


ISBN

979-11-86536-68-1 (13590)

 

 



[강안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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