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차와 함께 떠나는 여정 -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

글 입력 2020.06.01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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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애호가라면 알아야 할 역사 이야기라는 부재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고요한 표지로 먼저 다가온다.


차의 역사라고 하면 어쩐지 차분하고 잔잔한 이야기가 떠오르지만 서로 간의 이익 다툼과 전쟁, 그리고 정치적 상황이 이리저리 얽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나는 보이차 애호가는 아니다. 사실 보이차를 마셔본 적도 없고, 기억하는 바로는 실제로 본 적도 없다. 내게 보이차라고 한다면 둥글넓적한, 짙은 색의 찻잎이 뭉쳐진 덩어리가 먼저 떠오르고 그 다음으론 아주 비싼 차라는 인식이 뒤따른다.


그런 가벼운 지식과 얕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책의 마지막까지 빠르게 읽어내릴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차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더하여 차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하기에 그렇다.


*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는 차나무의 원산지인 운남에서 시작된 보이차가 중국 차의 인기 아이템이 되기까지의 역사적 과정을 다룬다.


이화여대에서 중문학을 전공하고, 운남농업대학교 다학과에서 차의 역사와 화학 성분을 공부한 저자 신정현은 보이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블로그 ‘구름의 남쪽’을 운영하는 보이차 전문가이다. 그는 전작 <보이차의 매혹>에 이어 보이차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다.


그 시작은 운남 사람들의 전설에서부터 출발한다. 전설에 따르면 운남 사람들은 차나무의 후손이다. 인간 세상에 내려온 차나무의 요정이 조각나 태어난 것이 바로 운남의 사람들이다.


적절한 비교일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나라의 단군신화를 연달아 떠올려보니 운남사람들의 차 사랑이 단박에 이해가 갔다.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된 곰의 후손인 우리들도 마늘을 무진장 좋아하고 많이 먹으니까. 어쩌면 조금은 비슷한 의미를 갖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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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료였으면서 마시는 골동품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기까지. 보이차에 관련한 숱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보이차가 보이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게 된 사연, 그리고 어쩌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그란 덩어리 모양을 갖추게 되었는지도. 그 긴 역사 속에서 보이차는 이런 모습이었다가, 저런 모습이었다가 한다. 보이차란 이름 안에서도 참 다종다양하다. 같은 보이차인데 만든 사람과 시기와 지역에 따라 맛도 다르고 발효 방식도 다르다.

 

그렇다면 대체 보이차란 게 뭘까? ‘보이차란 운남성 일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운남 대엽종 차나무 잎으로 만든 쇄청모차를 원료로, 운남 일부 지역에서 가공된 숙산차, 긴압한 생차, 긴압한 숙차‘다. 2008년에 제정한 기준에 따르면 그렇다.


정의하자면 그런데 일상의 차, 연구되는 차, 돈이 되는 차, 그로 인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짜 차 소동까지, 긴 역사 속에서 사람들에게 보이차는 또 여러 모습이다.

 

*


내게 일상의 음료는 커피다. 차는 그에 비하면 조금은 먼데, 언젠가 대만에 여행 갔을 때 그곳의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음료는 차라는 걸 여실히 느꼈다.


여행의 일 순위를 먹는 것으로 생각하는터라, 아무튼 어떻게든 현지 사람들이 많이 가면서도 맛있는 맛집을 방문하는 것으로 최대 목표로 삼았었는데, 더듬더듬 찾아간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가게들에 비치 된 정수기에서 물 대신 차가 나왔던 기억들이 선명하다.


우육면과 잘 어울렸던 달착지근한 냉차와 기름진 딤섬과 잘 어울렸던 뜨거운 차들은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고 맛도 좋았다. 왜 식사와 함께 차를 마시는지 십분 이해가 가는 순간들이었고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새삼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역사의 여정 속에서 저마다의 특별한 이야기를 갖는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이 책의 제목에 ‘경제사’라는 단어가 붙는 것이 어울리도록 자본의 흐름과는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사람들 곁의 보이차의 여정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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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
- 보이차, 역사의 무대로 -


지은이 : 신정현

출판사 : 나무발전소

분야
요리 - 역사/에세이

규격
신국판(152*215)

쪽 수 : 368쪽

발행일
2020년 04월 20일

정가 : 20,000원

ISBN
979-11-86536-68-1 (13590)





저자 소개


신정현
 
이화여대에서 중문학을 전공했다. 녹차에서 시작해 청차, 홍차를 마시다 보이차의 매력에 빠진 후에는 운남농업대학교 다학과에 진학해 차의 역사와 화학성분 등을 공부했다. 중국차 수입업체 '죽로재'를 운영하며 봄마다 차산으로 들어가 현지 농민들과 함께 보이차를 직접 만들어 왔다. 지은 책으로 <보이차의 매혹>, 번역한 책으로 <보이차 과학>, <고궁의 미-옛물건>, <고궁의 미-옛그림>이 있다. 네이버 블로그(구름의 남쪽)에 차에 관한 포스팅을 계속해 오고 있다.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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