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1950년생 박자훈의 이야기, 연극 '민들레 홀씨'

글 입력 2020.06.0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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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1950년생 박자훈의 이야기

민들레 홀씨



"1950년 경상남도 거창에서

박자훈이라는 여자아이가 태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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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부터 현대까지, 박자훈의 이야기



본 연극은 1950년, 경상남도 거창에서 태어난 여자아이 박자훈에 대한 이야기다. '고추'를 연호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난 여자아이, 책 읽기를 좋아하던, 디자이너를 꿈꾸던, 그리고 엄마가 된, 이제 죽음을 앞둔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서사극으로 이어진 본 극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무대는 거창의 작은 시골 마을이 되었다가 공장이 되었다가 가정집이 되었다가 카페가 되었다가 다시 시골마을로 변한다. 그 공간과 시간 속에서 50년생 박자훈의 삶은 한국 사회와 딱 붙어 있다.


남자아이를 낳았어야 하는 그런 시대, 꿈이라는 말이 조금은 어색했던 시대, 공장에서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잔업을 할 수밖에 없는 노동이 보호받지 못하던 시대, 올림픽의 기쁨이 함께 했던 시대, IMF로 모든 이들이 무너졌던 시대, 다시 현대에서 노인과 어린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시대까지. 이 이야기에서 박자훈은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영향받고 그 시대에 맞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평범해서 누군가의 진짜 삶과 같이 느껴지는, 무대 위 에피소드 중 하나쯤은 내 이야기, 나의 엄마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은 그런 일상의 이야기였다. 남자아이가 아닌 자훈의 출생은 실망스러웠으며, 이름 역시 아들을 위한 이름이었고, 가족조차 응원해 주지 않았던 꿈을 위해 밤낮없이 일을 하고, 꿈을 위해 벌어놓은 돈은 부모님의 병환으로 다 보낼 수밖에 없었으며, 결혼을 하여 꿈을 포기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어 아이가 꿈 자체가 되어 버린, IMF에 망해버린 친구가 있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결국엔 자기 자신도 이 세상을 떠나가는 그 에피소드들에 하나쯤은 엄마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공연이었다.


누군가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그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삶 속의 고난과 역경을 불쌍히 여겨야 하나, 안타까워해야 하나, 성공을 기뻐해야 하나,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 그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뿐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인물이 그 삶을 살기 위해 얼마나 열심이었나를 보는 것, 삶을 지속하기 위해 그 평범한 누군가는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가, 그 오랜 세월 동안 말이다.


평범한 박자훈은 무대에서 그렇게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대 위에 올려야 할 특별한 이야기가 따로 있을까.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무대에 오를 만한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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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기계가 존재한다면?



본 극에서 가장 SF 적인 요소, 허구를 꼽아보자면 '행복 기계'일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기계, 그리고 그 기계를 통해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음을 보여준다.


누구나 바라는 것을 이루면 행복해지리라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의 박자훈은 행복할 수 없었을까. 자훈은 바라던 꿈을 가족을 위해 포기해야 했고, 엄마로 살면서는 자신의 꿈, 그러니까 바라던 것을 포기했다. 자훈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던 걸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을까. 우리는 바라던 것을 모두 얻을 수 없고, 보고 싶던 이들과 이별하기 마련이다.


자훈의 삶은 행복했으며, 동시에 불행했고, 그저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닐까. 그에 대한 증거가 행복 기계 존재 자체라고 생각한다. 원하던 것을 이뤄도 행복해질 수 없는 기계, 원하던 것을 다 얻을 수 없었던 자훈의 삶은 행복했고, 또 불행했을 것이다.


그렇게 행복 기계는 우리의 삶 속 행복은 불완전함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극의 마지막 행복 기계 속 마주한 자훈과 자훈의 엄마는 서로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 진심 어린 대화, 상대를 응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동, 그리고 그 마음 자체 그것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말이다.



보광극장이라는 무대가

더욱 좋은 극을 담아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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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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