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브제 뒤에는 또 다른 오브제가 있다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시]

글 입력 2020.05.2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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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우리는 흔히 마그리트를 초현실주의 화가로 알고 있다.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품으로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과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을 떠올릴 것이다. 같은 초현실주의자라도 마그리트와 달리의 작품을 보면 미묘한 차이를 느낄 것이다.

 

프랑스 초현실주의는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의 발간으로 공식적으로 탄생했다. 앙드레 브르통과 살바도르 달리 등의 화가는 꿈의 세계에 주목하여 무의식을 연구했다.


그러나 마그리트와 같은 벨기에의 초현실주의자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무의식이 아닌 현실과 현실의 인식을 주목했다. 그들은 상식을 깨트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르네 마그리트 - 상식의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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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세상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 르네 마그리트


 

전시회에 들어가면, 세상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라 말했던 마그리트를 먼저 만나게 된다. 그의 말에 걸맞게 마그리트의 작품은 상식을 깨부순다. 그의 작품 <선택적 친화력>을 보면, 새장과 그 새장을 가득 채우는 하얀 알이 그려져 있다. 새장 속에 새가 아닌 알이 있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그림은 어느 날 마그리트는 아침에 일어나 새장 안에서 자고 있는 새를 알로 착각하면서 그려졌다. 자신의 착각을 통해 마그리트는 새를 가두는 새장과 새를 품고 있는 알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호한 효과에 흥미를 느꼈다.


비슷한 그림으로 그는 유리잔 안에 기린이 담긴 것처럼 보이게 그린 <컷글라스 욕조>가 있다. 유리잔에 담긴 기린은 일상생활에서는 떠올리기 힘든 조합이다. 마그리트의 작품에 담긴 도전을 통해 우리는 상식의 파괴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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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소설 표지로도 유명한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시리즈는 하나의 이미지에서 낮과 밤이라는 대조적인 소재를 조화롭게 결합하였다. 전시회에서 보여주는 빛의 제국 공간은 낮과 밤의 대비를 잘 보여준다.


영상 매체를 통해 우리는 빛의 제국 세계로 들어간다. 이어진 작품에서 어둠에 덮인 집은 불이 깜박거리기도, 바람에 숲이 흔들리기도 한다. 그림 위 구름이 떠다니는 맑은 하늘과 대조되는 어둠으로 덮인 집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반과 낮이 함께 공존하는 풍경으로부터 우리는 경이롭고 매혹적인 힘을 느끼게 한다. 마그리트는 이 감상의 힘을 “시”라고 불렀다.

 

전시회는 마그리트의 삶과 시대 속 그의 작품을 보여준다. 마그리트를 초현질주의, 혹은 “데페이즈망” 기법을 사용하는 작가라고만 알던 사람이라면 그의 의외성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기존의 부드럽고 생생한 묘사법만 알던 사람이라면 그의 인상파의 강한 스타일과 밝은 색감의 작품을 보면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는 상당히 다작을 한 작가로 유머스럽고 천박하기도 한 그림도 30여 점 있다. 전시회에 다룬 16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의 작품 세계를 더욱 더 자세히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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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전시


 

작가의 실제 작품이 없는 전시라니. 그게 가능할까 싶지만 오히려 멀티미디어 전시를 통해 사람들은 작가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아트픽 어플로 AR증강현실로 그의 작품을 즐길 수도 있다. 점점 손 안의 예술이 확장되는 것이다. 그의 작품 속 오브제를 모형으로 전시하여 우리는 마치 그 작품 속에 함께 있는 인물이 된 것만 같다.


거대한 사과 옆에 서서, 그의 작품 <셰헤라제데>의 눈과 입술을 자신의 눈과 입술로 넣으면서 우리는 그의 작품을 느끼는 주체가 된다. 우주에는 달이 한 개뿐이지만,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달을 본다는 말처럼 마그리트의 작품을 보면서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에 몰입한다. 거대한 파이프와 사과 옆에 서서 그 오브제 뒤에는 또 다른 오브제가 있는지 의심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초현실공간 체험이었다. 방 전체가 노란빛에 쌓인 공간에서 우리가 알던 색은 사라진다. 모든 색이 사라지면서 함께 전시를 즐기던 사람들이 흑백으로 보이고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무슨 색인지 눈으로 보면서도 알 수 없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고 했던 <이미지의 배반>처럼 우리의 감각에 배신을 당한다. 우리가 직접 보고 느낀 초현실적 공간의 체험을 통해 함께 상식을 깨고 사고의 일탈로 향한다.

 

마그리트의 작품을 체험하며 끊임없이 상식을 의심하도록 하자. 점차 사고가 지연될수록 예술이 탄생하니까 말이다.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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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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