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십자가와 왕관 - 칼릴 지브란, '예언자' 2 [문학]

2부, 사랑에 대하여
글 입력 2020.05.2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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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릴 지브란, 예언자


 

그러자 알미트라는 말했다.

사랑에 대하여 말씀해주소서.

그는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바라보았고

그들 위엔 잠시 정적이 내렸다.

이윽고 그는 목소리를 높여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오르펠레즈를 곧 떠나는, 떠나야만 하는 예언자 알무스타파에게 그의 첫 제자인 알미트라가, 모여있는 온 마을 사람들을 대표하여 가르침을 청한다. 그것은 장차, 포문이 되어준다.

 

‘사랑에 대하여 말씀해주소서.’ 이 범박한 질문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가질 수가 있는가. 그들은 무엇을 구하고 있는 것일까. 애초 사랑이 답을 구해야 하는 것이며, 구하련들 구할 수 있던 것인가. 그것은 이미 온 마음속에 들어 차있고, 각각의 영혼만이 구할 수 있으며, 그런데도 결코 완성할 수 없는 퍼즐이 아니던가.


누군들 저 가지고 있는 사랑의 추억이 있을 것이요, 즉 그것은 지금까지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퍼즐 피스, 한 조각의 근거이다. 또한, 누군들 저 가지고 있는 사랑의 기도가 있을 것이니, 그것은 이제 장차 자신이 닿고자 하는, 즉 아직 가지지 못한 나머지 퍼즐 조각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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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퍼즐인 이유는 사랑이라는 일체가 사랑함에 있어건 사랑 됨에 있어건 사랑받음에 있어건,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원히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요, 또한 한편으로 스스로는 영원히, 더욱 높고 아름다운 사랑을 원할 까닭이다. 어찌 나는, 그리 단언할 수가 있었을까. 우리가 영원한 갈증을 안고 있던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감사함으로 멈춰내야만 할 그 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랑의 추억, 그것은 제 온몸으로 겪었으므로 분명히 소유한 바이다. 그것은 ‘나의 사랑’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전부인 완전함일 수가 없다는 분명한 사실, 그러므로 내 전부인 그 사랑은 아직 하나의 조각에 불과할 것이다.


혹자는 그것으로 충분하다시며, 그것이 내가 아직 최선으로 가질 수 있는 바 전부이니라 말씀하시기도 하였다. 그것이 아직 최선이라 말씀하심이란, 분명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스스로 진정 진정으로 충분하다 여기시어, 멈추어 머물만한 곳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묘연하다. 만약 그것이, 충만함과 감사함으로 맺어낸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 교범 없는 것, 무척이나 어려운 것, 가질 수 있을는지 생각조차 잘 아니 드는 것, 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적엔 아무런 계산과 셈과 얼핏 직감조차 아니 드는 것. 다만 막연히 높은 것, 더욱 높은 것, 언제까지고 높은 것, 영원히 높아만 가는 것.


높은 것, 더욱 높고, 언제까지고 높은 것. 나는 어디에다 날개를 둔 지 혹 잃어버린 지도 몰라, 저기 아득한 공중 위 어딘가에 있을, 볼 수 없지만, 분명히 있으리라 예감하는 그것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을지부터가 까마득하고도 아연하다. 그러므로 더욱 높은 것으로서의 사랑에 대한 우리의 고개 돌림은, 두렵거나 지치는 감각의 소산일지 모른다.


‘사랑에 대하여 말씀해주소서.’ 제자 알미트라는, 어떤 최소한의 의도나 짐작을 하고선 이러한 질문을 하였을까. 또한, 그 질문을 듣고는 잠자코 기다리며, 거기 모인 뭇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나 직감이나 기대를 안고 있었을까.


예언자는 잠시의 정적 이후 입을 뗀다.

 




사랑이 그대들에게 말할 땐 그를 믿으라,

비록 북풍이 또한 저 뜰을 폐허로 만들 듯이, 

그 목소리가 그대들 꿈을 흐트러 놓을지라도. 

 

왜냐하면, 사랑이란 그대들에게 영광의 관을 씌우는 만큼 또 그대들을 괴롭히는 것, 또한 십자가에 매다는 것이기에. 사랑이란 그대들을 성숙시키고 기르는 만큼으로 또 그대들을 베어 버리기도 하는 것이기에. 


사랑은 심지어 그대들 속의 가장 높은 곳, 우듬지까지 올라가 햇빛에 떨고 있는 그대들 가장 부드러운 가지들을 껴안지만, 한편 사랑은 또 그대들 속의 뿌리로 내려가 대지에 엉켜 있는 그것들을 흔들어 대기도 하는 것이기에. 



첫 번째 대답이다. 이 무슨 새로울 것 없는 말씀이실까.


사랑조차 인간의 일이라, 양면성을 짙게 지니고 있다면… 어느 한 면, 꿀의 샘만을 받아 마실 수 없다는 것. 바람을 느끼려는 자는 동시에 그 바람의 칼날을 맞으라는 말씀이시리다. 사랑이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달콤한 것만을 알고, 또 알고자 하는 이는 결코 그것의 진상을 가져볼 수 없으리라는 말씀이란, 사실 이미 유명한 구절이다. 그러나 조금 더 나아가, 그 고통이 외려 사랑을 신봉해야 할 강렬한 이유라고 무스타파는 말한다.


‘사랑에 귀의함이란, 내게 영광의 관을 씌우는 그만큼 나를 괴롭혀 십자가에 매달고 내 육신을 베어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이 때문에 사랑이 내게 말해올 때 그를 믿어야 한다.’

 

위의 말씀을 재배치해 이어붙이면 이러하다. 즉, 나를 십자가에 매달고 육신을 베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랑을 믿어야 한단 말씀이다. 무슨 말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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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주는 고통에 오히려 골몰하라는 저 말씀, 그 까닭은 사랑이라는 기이한 속성의 상태가 우리로 하여금, 드디어 일반적인 사고 법칙을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가.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여전히 전횡하는 힘으로써 우리에게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더라. 즉, 그것을 얻곤 곧바로 우리가 그 힘에 이끌리어, 저도 모르는 인도 됨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것은 막강하되 여전히 한 개의 도구, 즉 지팡이. 우리는 그 강렬한 힘에 취하곤, 곧 다 타올라 버리면 재가 되기를 반복하였다지만, 여전히 그것은 분명 우리를 일상적 관성에서 벗어나게 하는 강렬한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 힘은 무엇이었나.

 

지금 아직,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말을 할 제, 내 떠올릴 사랑이 하나뿐이라, 즉 그는 한 여인이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마는, 사실 사랑이라 일컬어지는 것에는 그뿐만이 아님을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내가 부모의 자식에 대해 가지는 기이한 마음과 그 마음이 불러일으키는 힘인, 보다 온전한 사랑의 일체를 묘사해보기엔 티끌도 알지 못하여 또 어쩔 수가 없을 일이다. 그러나 내 어머니의 나를 향하던 눈과 손을 분명히 떠올리자면, 이제 말할 수 있는 어떤 힘이 하나 있다. 당신 모습에 깃들어 있던 그 기이한 힘인, ‘무조건’의 ‘이타성’이다. 


무조건의 이타성이었다. 

 

조건 없이 움직이는 것, 달리 말해 이유 없이 일어나는 바람은, 적어도 내 안에선 하나 발견되지 않는다. 모든 미덕조차도 대단히 회의하는 나로선 참으로 그렇게 생각되다. 그것들, 즉 목적성은 대개 당시에 가려진 따름이었으되,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눈꺼풀 위의 무명과 무지가 벗겨지고 난 뒤 다시 바라보자면, 그 모든 낱낱의 행위함, 심지어는 사고함에마저 조건과 까닭과 이유가 자리해 있었음을, 이제는 조금 알겠다.


조건 없이 움직이는 것, 달리 말해 스스로 솟아 피어나는 어떤 맹목의 이타성은 오직 사랑에서만 발견한다. 그것에조차 가끔은, 목적성이 있기도 했더랬지만, 그럼에도 내 당신에게 주고픔에는 대개 아무런 까닭이 없었다. 혹, 그 미소를 보고 싶음이었을까. 아직은 채 다 알지 못하겠다. 


물론, 여전히 나는 모든 사랑이 무조건의 이타성을 가지고 있노라 말할 수가 없다. 그것은 나의 아무도 모를 사랑에마저도, 즉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비밀히 이어붙여 보기에는 힘겨운 것, 그만큼의 막대하고 위대한 속성이기에. 그러나 이타성을 내려놓고서 일단, 무조건성만을 놓고 보자면, 글쎄, 그것은 우리 많은 사랑 속에 이미 깃들어 있던 보편 원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그 힘을 머금고선, 나는 어제와 다른 이가 되더라. 탐욕의 저울을 든 샤일록이 내 어제까지의 분명한 모습임을 나도 잘 기억하고 있기에, 이 앞에만 서면 한없이 주고픈 나는 언제까지나 낯설다.


이런 우리는 이윽고, 이 기이하고도 놀라운 사랑이란 어디에서 왔고, 무엇으로 왔는지를 궁금하게 여기게 되는 일이 있으렷다. 그리고 그 힘이 지금 여기에서 놀라우리만치 아득한 만큼으로, 그 기원과 연유는 더욱 아득하니 전설 같다. 채 이해할 수 없는, 오랜 자랑스런 역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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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처로, 사랑이 우리 영혼을 성숙시키고 기르는 만큼으로, 우리를 베어 버리는 것이라. 혹 우리는 베임으로써 성숙되는 것은 아닐지. 고통 없는 성숙도 분명 그 사랑 안에서 피어날 것이지만, 고통을 통한 성숙도 분명, 그 사랑 안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사랑 속에서 내가 빛으로 짜인 영광의 관을 받아 쓰는 만큼, 또 십자가에 달릴지어다. 어쩌면 십자가에 매달리어 기꺼운 고통을 받음으로써 내 머리 위에 드리우는, 그 왕관이 아닐지. 왕관의 대가가 십자가인지, 십자가의 대가가 왕관인지는 나로선 아직 명료히 알 수가 없다. 다만, 이 모든 것이 사랑을 이유로 하고 있다는 것, 오직 사랑만이 그 이유 될 수가 있었다는 것만을 말할 수 있겠다.

 

사랑이 일견 고통인 까닭을, 굳이 밝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랑하기에 드디어 가지는 고통들을, 우리가 이미 얼마간 겪었을 탓이다. 그 위대한 고통을 가만, 우리는 들여다보는 편이 더 좋겠다. 나를 두고 생각해보자면, 나는 내가 짊어져야 할 까닭이 없는 고통은 대면한 일이 없었고, 짊어지련들 벅찬 고통을 대면해낸 일은 적었다. 

 

우리는 베임으로써 성숙되는 것이 아닐지. 닿아있어도 더욱 닿아 가고픈 네게로 이끌리며, 내 지금의 육신과 혼의 가지는 한계를 차차 알아가다. 그것부터 벌써 고통이더라. 나는 나를 더욱 걸맞은 이로 만들기 위하여, 여태와 달리 스스로를 총체적으로 부정하고선, 그 부정을 대면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 이것이 당신이 당신도 모르게 주신 사랑스런 칼날일 것이다. 

 

우리가 지속해서 스스로를 계발해나간다고 할 때, 이것만큼이나 첨예한 계발이 없었다. 이 앞에서만이, 만약 필요하다시면 내 역량 이상의 것을 애쓸 수가 있던 탓이다. 빛으로 짜인 행복을 당신께 받는 만큼, 나는 또한 당신을 까닭으로 시험대에 매달릴지어다. 그 시험은 당신이 주신 것일 수도, 내가 스스로 떠올린 것일 수도 있겠다. 내가 모자란 만큼으로, 또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으로, 이제 격렬한 시험이 피어난다.



사랑은 마치 곡식단처럼 그대를 자기에게로 거두어들이는 것. 

사랑은 그대를 두드려 벌거벗게 하는 것.


그대를 체로 쳐 쓸데없는 모든 껍질들을 털어 버리게 하는 것. 

사랑은 그대를 갈아 순백으로 변하게 하는 것.


그대를 부드러워질 때까지 반죽하는 것. 

그리하여 신의 거룩한 향연을 위한 신성한 빵이 되도록 

자신의 성스러운 불꽃 위에 올려놓는 것. 



사랑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것 중에 최고의 기이함이요, 또한 최고 선물이라, 그 까닭은 그 맹목성에 있을 것이니. 나는 눈 감아 생각할 적에, 또 나를 들여다볼 적에, 또 나를 되돌아볼 적에, 사랑 아니고선 아무런 목적 없는 나의 마음 됨과 행위함이 있던가 질문을 한다면 늘 아니라고 하더라. 그것은 나의 계발에 있어서마저 꼭 같다. 


그 어떤 소원에도 내 영달에 대한 꿈이 숨어선 자리하고 있었으니, 사랑만은 그러나 알 수가 없더라. 순간에 확하고 달아오르는 두 볼의 온도같이, 그리고 그때 아득히 흔들리는 내 감관과 같이, 이내 내 질긴 체면마저 벗어 던지고프게 만드는 이 거대한 추동력이란. 


사랑만은 그러나 알 수가 없더라. 그 안에 어떤 영달이 자리해 있었더라면, 그를 위하는 나의 이기는 어찌하여 단 한 번도 사랑을 지어낼 수가 없었던가. 목적과 의도가 먼저 있어 의지로 피워내는 사랑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만약 누군가, 여기 지어낸 사랑이 있노라 내게 말한다면 나는 그를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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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꺼이 두드리게 두고, 벌거벗도록 두고, 나를 순백으로 하게 두고, 반죽 되게 두고, 불꽃 위로 인도하는 그 손길마저 거부하지 않고 따르도록 하는 이 맹목성과 절대성. 물론, 책에서 잠시 눈을 떼어 우리의 주변과 가까운 과거를 돌아보면, 기억하고 익히 아는 사랑들이란 반드시 이러한 손길을 따르고 있진 않았지만...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인가. 그 사랑이 아직 사랑인가, 혹은 이 말씀이 아직 말씀인가. 


그러나 뒤로 돌리어본 눈을 다시 거두고, 눈을 감아 미래를 그리어보면, 그 안에는 이 말씀의 모습이 살아계신다. 그것은 분명으로 내 바라는 사랑,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고도 미약한 두 인간이 저희를 의지하여, 제 살점과 팔다리 하나를 상대에게 얽어주는 애틋한 모습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에 맺어지고 섞이는, 어느 영혼 둘의 짜 올리는 심상. 그 영혼은 곧 다 타거나 다 불리어갈 바람과 불꽃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불꽃의 모양처럼 허적이는, 바람의 색깔이다. 곧 다 타거나 다 불리어갈 운명 앞에서, 그러나 온유하게 눈감아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사랑은 이 모든 일들을 그대들에게 행하여 

그대들로 하여 마음의 비밀을 깨닫게 하고, 

그 깨달음으로 삶의 가슴의 한 파편이 되게 하리라. 


허나 그대 오직 두려움 속에서 사랑의 평화, 

사랑의 즐거움만을 찾으려 한다면, 

차라리 그땐 그대들 알몸을 가리고 

사랑의 타작 마당을 나가는 게 좋으리라. 


계절도 없는 세계로, 

그대들 웃는다 해도 실컷 웃을 수 없고, 

운다 해도 실컷 울 수는 없는 곳으로. 



이 모든 것을 주시는 그 사랑이란, 누구신가. 사랑하는 나의 자아인가, 아니면 내 사랑하는 당신인가. 사랑하는 나의 자아가, 드디어 온순하고도 순종적으로 되어 모든 거부되는 것들마저 품어내고자는, 그 대단한 겸양을 갖게 되는가. 그 까닭은 분명 당신뿐일 것이다. 아니면 내 사랑하는 당신이신가, 이러한 복된 아픔을 선사하시는 분은? 당신에 더 걸맞은 이로 나를 만들도록 하는, 바로 당신이었던가.


 

사랑은 저 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으며, 

저 외에는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것. 

사랑은 소유하지도, 소유 당할 수도 없는 것. 


다만 사랑으로 충분할 뿐. 


사랑은 스스로를 충족시키는 것 외에 다른 욕망을 가지지 않는 것. 

그러나 그대들 사랑하면서도 또다시, 다른 숱한 욕망을 품지 않을 수 없다면, 이것이 그대들의 욕망에 되게 하라. 



녹아서 밤을 향하여 노래하며 달려가는 

시냇물처럼 되기를

 

지나친 다정함의 고통을 알게 되기를


스스로 사랑을 깨달음으로써 

그것에 상처받게 되기를

 

그리하여 기꺼이, 즐겁게 피 흘리게 되기를


날개 달린 마음으로 새벽에 일어나 

사랑의 또 하루를 감사하게 되기를

 

정오엔 쉬며 사랑의 황홀한 기쁨을 명상하고

황혼엔 감사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게 되기를


그런 다음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입술로는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잠에 들기를. 


- fin

 

 

사랑은 저 외에 아무것도 주지 않고, 저 외에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것. 참사랑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고, 다만 그뿐인 것. 나는 당신의 미소를 보고 싶기도 하였으련만, 그래도 당신에게 가는 길 중 꽃 하나를 꺾어 뒤로 숨긴 까닭에는 아무것도 없다. 다만 사랑함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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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까닭도 없이,

노래하는 줄도 모르는 채,

나는 노래하게 되기를. 

나는 그때 새와 닮아질지도 모른다.

그때 아마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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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결코, 그대 사랑의 길을 인도할 수 있다고 생각지 말라.

그대들 가치 있음을 알게 된다면, 

바로 그때 사랑이 그대들의 길을 지시할 것이므로.



더욱 높은 사랑은, 저기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안에서 가능성으로서 내게 반짝인다. 그러나 내가 그를 아무리 바란들 그것을 그 모습대로 가질 수 있으리라 믿지는 않기로 한다. 그려본 사랑은 가질 수가 없기에. 오직 그것은 주어지는 것, 더욱 높아진 내가 자연처럼 호흡처럼 또는 운명처럼 모르는 새 스치듯 지나 보내거나, 닿거나 할 일이기에. 


사랑의 전처를 알 수 없었기에, 미리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그려지는 이 사랑은 그렇담 흩어내야 옳은가. 나는 딱히 그렇게 찢어버리지도 않기로 한다. 이는 오직, 나의 지금을 들어 올리는 근거이자, 지금 내가 나아가야 하는 하나의 표지로 기능하기를. 들어 올려 장차 나아간 미래에 이 그림에 닿으리라 믿지는 아니한다. 그런데도 그것을 내가 괘의치 않고 또 않을 수 있는 까닭이란, 그곳이 여전히 높은 곳이리라 내가 단단히 믿는 까닭이다. 주어지는 사랑, 그때엔 사랑 자체가 날 찾아 날 인도하실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이 힘을 서술하련 들, 결국 글을 써내려 하는 잠력 먼저 소진되었다. 오늘도 전부 설명하는 데에 실패하였음에 조금 시무룩도 하련만 갑자기, 나는 신자 아니요, 오히려 불신자인데도 이런 말씀 하나가 떡하니 떠오르더라. 이것으로 오늘은, 그만 마쳐야겠다. 채 못다 한 것에는 응당, 다음의 기회가 올 것이니. 그것은 사랑에 대해서도, 내 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당신을 생각하며 써낸 모든 글들은, 그러므로 다음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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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왕관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린도전서 13장 4-7절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고린도전서 13장 13절

 


 


 

 

[2부, 사랑에 대하여]

 

 

그러자 알미트라는 말했다. 

사랑에 대하여 말씀해주소서. 

그는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바라보았고 

그들 위엔 잠시 정적이 내렸다. 

이윽고 그는 목소리를 높여 말하기 시작했다.


사랑이 그대들에게 말할 땐 그를 믿으라,

비록 북풍이 또한 저 뜰을 폐허로 만들 듯이, 

그 목소리가 그대들 꿈을 흐트러 놓을지라도. 

 

왜냐하면, 사랑이란 그대들에게 영광의 관을 씌우는 만큼 또 그대들을 괴롭히는 것, 또한 십자가에 매다는 것이기에. 사랑이란 그대들을 성숙시키고 기르는 만큼으로 또 그대들을 베어 버리기도 하는 것이기에. 


사랑은 심지어 그대들 속의 가장 높은 곳, 우듬지까지 올라가 햇빛에 떨고 있는 그대들 가장 부드러운 가지들을 껴안지만, 한편 사랑은 또 그대들 속의 뿌리로 내려가 대지에 엉켜 있는 그것들을 흔들어 대기도 하는 것이기에. 

 

사랑은 마치 곡식단처럼 그대를 자기에게 거둬들이는 것

사랑은 그대를 두드려 벌거벗게 하는 것


그대를 체로 쳐 쓸데없는 모든 껍질들을 털어 버리는 것

사랑은 그대를 갈아 순백으로 변하게 하는 것


그대를 부드러워질 때까지 반죽하는 것

그리하여 신의 거룩한 향연을 위한 신성한 빵이 되도록 

자신의 성스러운 불꽃 위에 올려놓는 것. 


사랑은 이 모든 일들을 그대들에게 행하여 

그대들로 하여 마음의 비밀을 깨닫게 하고, 

그 깨달음으로 삶의 가슴의 한 파편이 되게 하리라. 


그러나 그대들 오직 두려움 속에서 사랑의 평화, 

사랑의 즐거움만을 찾으려 한다면, 

차라리 그땐 그대들 알몸을 가리고 

사랑의 타작 마당을 나가는 게 좋으리라. 


계절도 없는 세계로, 

그대들 웃는다 해도 실컷 웃을 수 없고, 

운다 해도 실컷 울 수는 없는 곳으로. 

 

사랑은 저 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으며, 

저 외에는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것. 

사랑은 소유하지도, 소유 당할 수도 없는 것. 


다만 사랑으로 충분할 뿐. 


사랑은 

스스로를 충족시키는 것 외 다른 욕망을 가지지 않는 것.

 

그러나 그대들 사랑하면서도 또다시, 다른 숱한 욕망을 품지 않을 수 없다면, 

이것이 그대들의 욕망에 되게 하라.


녹아서 밤을 향해 노래하며 달려가는 시냇물처럼 되기를

지나친 다정함의 고통을 알게 되기를


스스로 사랑을 깨달음으로써 그것에 상처받게 되기를

그리하여 기꺼이, 즐겁게 피 흘리게 되기를


날개 달린 마음으로 새벽에 일어나 

사랑의 또 하루를 감사하게 되기를

정오에는 쉬며 사랑의 황홀한 기쁨을 명상하기를

황혼엔 감사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게 되기를 


그런 다음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입술로는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잠에 들기를.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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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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