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슬기로운 거리두기를 위해 알아두면 좋은 공간심리학 - 공간의 심리학 [도서]

<공간의 심리학> 리뷰
글 입력 2020.05.2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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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공간의 비밀

 

같은 공간에서도 나이, 성별, 지위, 처한 상황 등에 따라 심리적 반응은 제각각이다. 공간심리학은 행동으로 나타나는 심리적 반응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적절히 공간을 벗어나거나, 다른 공간을 선택하게끔 도와준다. 공간심리학적인 관점으로 타인의 행동을 관찰한다면 그에 맞게 배려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공간의 비밀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해보고 자기 삶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공간의 심리학-입체(수정).jpg

 

 

 

거리두기와 ‘공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새롭게 떠오른 단어, 바로 ‘거리두기’다.


낯선 사람 간, 혹은 친밀한 사람 간에도 암묵적인 예의로만 여겨졌던 거리두기는 이제 감염병 예방이라는 건강에 대한 문제와 직결되며 예의를 넘어 의무가 되었다.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은 유명인들이 곤욕을 치르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거리두기를 지켜달라는 안내문자가 오는 것을 보면 쉽게 사그라들 문제는 아님에 틀림없다.

 

이처럼 거리두기가 화두로 떠오른 요즘,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피해갈 수 없다. 이전에는 당연하게 드나들었던 공간 출입을 자제해야만 하고, 하물며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다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해야 할 내 집에서조차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공간을 공유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면 말이다. 그러니 공간에 대한 갈망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 우리는 모든 순간 우리를 둘러싸는 이 ‘공간’이라는 것을 오랜 세월 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겨왔기에, 그만큼 공간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왔다. 하지만 끊임없이 흘러가며 삶을 움직이게 만드는 시간과 더불어, 그 시간 속에 몸을 뉘게 만드는 공간 또한 삶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늘 같은 공간 속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듯, 공간이 우리의 인지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생존’과 직결된 공간


 

이 책은 진화심리학과 행동과학으로 50가지 공간 심리에 관해 밝히고 있다. 그중에는 자연과 도시 등 다양한 사람들이 밀집하는 거대 공간도 있고, 영화관, 기차, 화장실 등 소소하지만 인간이라면 반드시 가게 되는 공간도 있다. 모든 심리학 연구 결과가 그렇듯 동의할 수도,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이토록 다양한 공간심리학 속에서 공통되는 요소를 찾으라면, 바로 어떠한 공간이든 그 공간을 대하는 태도, 인식 등은 모두 원시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현대적인 공간에 대한 심리를 다루는데 갑자기 원시로 돌아가자니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생존’을 가장 최고로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원시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원초적인 욕구가 곧 삶의 목적이었던 시대였다. 그만큼 그들이 머무르고 방문하는 공간을 대하는 인식 또한 생존과 직결되었다. 위험으로부터 스스로와 아이를 보호하고 외부상황을 경계하며 내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욕구, 그것이 공간에 고스란히 스며들어간 것이다.

 


그러니까 이는 과거로부터의 유산이다. 무턱대고 엄호물을 빠져나가 허허벌판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상황은 우리 선조들에게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어슬렁거리던 맹수나 적에게 날 잡아 잡수시라고 광고하는 격이었다. 그러니 일단 멈추고 바깥의 위험을 확인해야 했다. p.243


 

물론 요즘이야 집을 나와 외출을 한다면 미세먼지와 바이러스가 위험하지, 길거리에서 맹수를 만날까봐 두려워하지는 않는다(저 머나먼 밀림 속에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럼에도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습관은 여전히 인간들이 떨쳐내지 못하는 고질병이다.

 

구내식당에서는 늘 앉던 자리에 앉아야 마음이 편하고(영역 수호), 영화관이나 기차 등에서 빈자리가 많음에도 예매한 좌석에 앉는 고집을 부리며(내 공간이라는 인식), 침대는 문으로부터 대각선의 위치에 배치하곤 한다(침입 대비).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구석자리가 가장 인기가 많으며(시야 확보와 위험 보완), 상사의 사무실은 언제나 ‘올라가야’ 한다(위엄 과시). 구석구석 숨겨진 공간적 비밀이 모두 진화의 유산인 셈이다.


 

 

‘더불어 사는’ 공간을 위해


 

다시 거리두기로 돌아온다면, ‘더불어 살기’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적 거리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만원 버스나 지하철의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불쾌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기에, 어렵지 않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살 만한 인생이 될 수 있는 것은 적당한 거리, 다시 말해 ‘예의’ 덕분이라고 그(쇼펜하우어)는 보았다. 서로를 자극하다 결국은 동족끼리 머리를 깨부수는 사태까지 가지 않으려면 사람들 사이에 어느 정도의 거리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p.33


 

지금이야 앞서 말했듯 감염병 예방을 위해 거리두기가 예의를 넘어 의무처럼 번져나갔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앞으로도 ‘예의 있는’ 거리두기가 시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 않을까? 공간을 대한다는 것은 곧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을 살펴보았듯이, 서로 거리를 지킨다는 것은 무엇보다 민감한 문제임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고, 이제야 자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늘 그렇듯 큰 사건을 겪고서야 깨닫는지도 모른다.

 

추가적으로, ‘밀접영역’이라는 키워드도 빼놓을 수 없다. 누군가가 나의 밀접영역에 들어온다는 건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켜주고 안정감을 주는 ‘내 공간’을 침범 받는 것, 즉 누군가가 나와의 거리를 지키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비즈니스적 관계와 연인 관계에서 거리의 차이를 두는 것처럼, 친밀도에 따라 서로의 밀접영역을 얼마나 허용하는가는 이미 너무 유명한 이야기다. 슬기로운 거리두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밀접영역을 꼭 존중해야만 한다.


 

[크기변환]유미.jpg



(네이버 웹툰 <유미와 세포들> 中. 연인 간 입술이 맞닿을 만큼 가까워진 거리(밀접영역)를 ‘이산화탄소 구역’이라고 재미나게 표현하였다. 누군가와 사이가 가까워진다는 것은 두 사람 사이에 놓인 공간적 거리를 줄여나간다는 것과 동의어인 셈이다.)

 

*

 

공간이란 마치 공기처럼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다. ‘나만의 공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지나가고 접하는 모든 공간에 신경을 쏟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내 공간만큼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보는 건 어떨까. 공간 속에 숨겨진 심리학은 그 공간 속 당신이 취하는 모든 행동에 대한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공간의 심리학

 

지은이 : 발터 슈미트 | 옮긴이 : 문항심

 

가격 : 15,000원

 

판형 : 140*210 | 쪽수 : 304쪽

 

발행일 : 2020년 5월 7일

 

분야 : 인문>인문심리

 

ISBN 979-11-90467-53-7 0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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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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