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의 에세이를 읽으며,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도서]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한 재정립을 하다
글 입력 2020.05.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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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에세이를 쓰고 싶었다.


책을 낸다는 것은 곧 죽어도 다른 세상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조금씩 글을 써가며 나의 에세이를 완성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래서 이 책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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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미국 소설가로 세상 모든 것에 어지러움을 느끼며, ‘인생 멀미’를 달고 살지만 이를 피하고자 역설적으로 세상 속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렇기에 그가 세상을 관찰하는 방식과 이를 적어 내려가는 기법은 남들과는 확연히 다르며 획기적이다.


독특한 재능을 지닌 그의 이번 에세이 신작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는 총 다섯 가지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1)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2) 데이비드 린치, 정신머리를 유지하다

(3) 무엇의 종말인지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종말인 것은 분명한

(4) 수사학과 수학 멜로드라마

(5) 결정자가 된다는 것: 2007년 미국 최고 에세이 특별 보고서

 

 

뉴욕(동부)에서 출생했지만 유년 시절을 보내곤 했던 일리노이주(중부)에서 축제를 취재하고, 그가 오랫동안 애정했던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촬영장을 탐방하며 작성한 르포형 에세이와 미국 픽션계를 지배한 존 업다이크 소설과 수학 장르 소설에 관한 서평,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에세이의 기준을 적어 놓은 글까지 다양하다.


에세이에 관심이 있던 만큼, 특히 관심 있게 읽어낸 부분은 첫 번째와 두 번째 글들이었다. 솔직하게 초반에는 집중하기 힘들었다. 르포형 에세이라는 것을 처음 접해 보기도 하고, 월리스의 관찰자 시선으로 현장을 묘사하는 방식이다 보니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니 루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 돼지 관리인은 우리에 좀 더 많은 톱밥을 채워 넣기 위해 폴란드차이나 암퇘지를 발로 차 깨운다. (…) 이 돼지 축사에는 정확히 두 명의 동물권 보호주의자가 있음이 분명하다.'



'(…) 그다지 심오한 깨달음은 아니지만 돼지의 비명과 가쁜 숨소리 사이로 나는 이 축산 전문가들이 가축을 반려동물이나 친구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저들은 단지 무게와 고기로 환산되는 농산업의 종사자들이다. 자의식에 ‘특별하게’ 와닿는 연결의 계기인 이 축제에서조차 그들은 연결되어 있지 못하다. 왜 그럴까?'



하지만 축제를 취재하고 촬영장을 탐방하는 단순한 사건을 지나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도 하고, 그의 시각과 가치관을 그대로 투영해 표현되는 문체에 점점 정이 들기 시작했다.


가끔은 그의 솔직함에 전혀 동의할 수 없어 거부감이 들면서도 동부와 중부를 마치 표로 정리해놓은 듯 깔끔히 비교하며 중부 지역의 축제 문화에 대한 아이러니를 기막히게 포착해낸다. 평범한 일에 자신만의 신념을 투영하고 이를 깔끔하고 재미있게 표현해내기. 그에게서 얻은 에세이에 대한 첫 번째 고찰이다.


모방 없는 창작은 없다는 말이 있다. 그의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은 데이비드 린치가 영화에서 보여준 ‘진부한 일상의 아이러니’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의 영향력의 근원지를 역으로 조사하며 느껴지는 즐거움이 글에서 느껴진다. 린치의 촬영장을 둘러보며 감독의 존재 자체에 대해 흥미 있게 이해할 때, 의도하지 않더라도 독자의 몰입도까지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든 또 다른 고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에 대해 글을 작성하는 것.


*


개인의 역량이 부족한 탓인지, 취향이 차이인지 그의 매력에 빠지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던 책이었다. 하지만 그의 매력에 빠지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던 책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느꼈던 것은 그는 누군가를 보여주기 위해 책을 집필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을 지극히도 사랑하는 한 남자가 자신의 독특함을 표출하기 위한 예술의 결과물에 불과하기도 하다. 그래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다 가도 좋았다. 누군가의 이해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한 창작물임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의 영향을 받아 언젠가는 비공식적으로라도 출판될 나의 에세이를 기대해보며.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 David Foster Wallace Essays -



지은이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옮긴이 : 이다희


출판사 : 바다출판사


분야

문학>에세이 


규격

138*214mm


쪽 수 : 288쪽


발행일

2020년 04월 17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89932-53-4 (03840)


 

[박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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