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시트콤을 사랑하는 이유 [TV/드라마]

글 입력 2020.05.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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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 블랙북스, 모던패밀리, 아이티 크라우드, 데리걸스, 커뮤니티, 브루클린 나인나인…. 방금 나열한 이 이름들은 내가 적어도 3번은 ‘정주행’한 영미 드라마들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들은 모두 코미디 드라마, 즉 시트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내가 여러 종류의 시트콤을, 여러 번에 걸쳐서 볼 만큼 좋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이 글에서는 자칭 시트콤 전문가(?)인 내가 생각하는 영미권 시트콤의 매력에 관해서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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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닝타임이 짧다.



영미권 시트콤의 경우, 러닝타임이 30분 내지로 매우 짧게 구성된 경우가 많다. 짧은 시간에 한 편의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시청자가 재생 버튼을 좀 더 쉽게 누르도록 도와준다.


긴 길이의 드라마는 끝까지 다 못 볼 수도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재생 버튼을 누르기 망설여지지만, 짧은 길이의 시트콤은 그 부담감에서 다소 자유로워 밥을 먹을 때, 이동할 때 등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느슨한 스토리 라인



미란다, 아이티 클라우드, 블랙북스같은 경우 한 에피소드에서 진행되었던 내용이 다음 에피소드에서 거의 이어지지 않는 완전히 느슨한 스토리 구조로 되어 있다. 모던패밀리,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프렌즈, 브루클린 나인나인 등의 시트콤에서는 이전 에피소드에서 진행되었던 내용이 다음 에피소드에서도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드라마의 경우 중요한 하나의 사건이 극을 끌고 가는 반면, 위의 시트콤의 경우 하나의 사건은 극의 통일감을 주는 요소로 존재할 뿐 각화의 다른 에피소드가 극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시트콤의 느슨한 스토리 라인 역시 시청 부담을 줄여주는 요소이자 매력이다.


하나의 주요 스토리로 극이 진행되는 경우, 내용을 한 번 놓치면 그다음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움으로 극에 집중해야 하지만, 시트콤의 경우 이전 내용을 놓쳐도 그다음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어디를 봐도 이해하기 쉽다는 것 역시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크나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3. 개성 있는 캐릭터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드라마의 경우, 캐릭터 역시 리얼해야 한다. 다시 말해보자면, 드라마에 나오는 가상의 인물일지라도 내 주변의 사람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 성격이나 개성이 특이한 사람이 자주 등장할 경우, 시청자는 이질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일명 ‘알타리 아줌마’는 극의 재미를 더하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이 캐릭터가 극의 중요한 부분에 시도 때도 없이 등장했다면 극의 재미가 반감되거나 아예 극의 흐름이 바뀌었을 수 있다. 반면 시트콤의 경우 성격이나 개성이 독특한 사람이 극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는 오히려 극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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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의 주인공은 장난감 가게 주인이다. 미란다의 어머니는 결혼적령기인 그녀가 하루빨리 결혼하기를 애타게 바라지만 정작 그녀는 결혼보다 친구와 함께 ‘미트볼 스파게티 빨리 먹기’ 대결을 하거나, 월리처럼 입고 공항에 가서 실사판 ‘월리를 찾아라’를 하거나, 과일들을 사람처럼 꾸며놓고 과일 중창단을 만드는 등의 엉뚱한 일을 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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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크라우드에서는 아예 주요 인물들을, 괴짜를 뜻하는 ‘nerd'라고 지칭하기까지 한다. 확실히 사람보다는 컴퓨터가 편한 모스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 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로이, 그들의 직장동료인 젠 모두 일상생활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들이다.


이렇게 개성 강한 캐릭터를 처음 접할 땐 그들의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이 어디 있어? ‘하며 당황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당신은 그 캐릭터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바로 당신을 당황하게 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4. 재미



그 사전적 정의가 ‘코미디’ 드라마일 만큼 시트콤은 재미를 추구한다. 에피소드 전체를 코믹하게 구성하는 것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대화 곳곳에도 말장난을 활용하여 재미를 더한다. 에피소드가, 말장난이, 등장인물들이 재미있어 웃다가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한화를, 한 시즌을 다 봤다는 걸 깨달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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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때로 이런 재미 요소가 불편한 요소로 탈바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과거에는 재미있게 즐겼던 농담이나 개그가 사실은 소수자에 대한 희화화라거나, 성차별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던패밀리 시즌 1화에서는 좋은 아버지 캐릭터인 ‘필’이 자신의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의 몸매를 보고 눈을 못 떼는 장면이 개그 포인트로 쓰였다거나, 아이티 크라우드에서 여성으로 정체화한 트랜스 젠더를 남성처럼 힘이 세고, 맥주와 싸움을 즐기는 등의 모습으로 그려 희화화시킨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영미권 시트콤의 경우, 그들의 문화적 배경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우리들이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개그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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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트콤은 영화나 드라마와 비교해 ‘시간 낭비’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영화나 드라마보다 예술성이나 서사성이 떨어지는, 그저 킬링타임용 영상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예술성이나 서사성보다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오히려 얻게 되는 것도 있다. 바로 타 문화에 대한 이해다. 사람들이 어떤 것에 즐거워하는지 보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문화를 가졌는지 알 수 있다. 나의 경우, 시트콤을 보며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영어 회화나 은어들을 익힐 수 있었다.

 

더불어, 시간 낭비가 마냥 나쁜 것도 아니다. 많은 예술은 ‘시간 낭비’라는 오명을 쓰며 발전해왔다. 세계 최초의 시를 지은 사람도, 그림을 그린 사람도, 누군가에겐 할 일을 안 하고 시간 낭비를 하는 것으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오늘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들어가 재미있는 시트콤이 나오지 않는지 뒤적거린다. 흥미가 가는 새로운 시트콤이 나왔거나, 기존에 보던 시트콤의 새 시트콤이 나왔다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누를 것이다. 그리고 시트콤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권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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