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 그 순간도 청춘이지 않았을까

글 입력 2020.05.18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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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얘기해-리뷰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만-이 책을 읽는게 나는 너무 어려웠다. 우선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호흡이 너무 길어 답답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초반에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던건 묘사가 굉장히 섬세한 점, 글을 읽는데 글의 배경이 그림 그리듯이 그려진다는 점. (그런데 그렇게 그려져도 뭘 얘기하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책 소개를 읽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더라.

 


월리스는 세상 거의 온갖 것에 '어지러움'을 느꼈던 사람이다. '인생 멀미'를 달고 사는 통에 곧잘 창백한 얼굴이 되어 현기증을 호소하지만, 그가 유일하게 이 멀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그 멀미를 유발하는 세상 속으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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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치 한 땀 한 땀 수 놓아진 큰 그림을 처음부터 빠짐없이 보고있단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인생 멀미 때문에 역설적으로 세상 속에 집요하게 파고들어 덩어리가 아닌 세부적으로 하나하나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독자들도 멀미를 일으키려고 한 것인가..?)


본인이 느낀 경험을 글로 적는데 이 정도라면, 실제로 생활할 때에는 얼마나 어지러웠을까.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 덕분에 독자들이 그의 책을 읽고 감탄할 수 있던걸지도.


그리고 그의 멀미가 나는 듯한 표현은 단순히 직접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 느낌은 책의 목차 중 하나인 '무엇의 종말인지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종말인 것만은 분명한'에서 잘 나타났다. 하나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표현해내는 것 역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 한권의 서평을 쓰는데도 나는 이렇게 짤막하게 밖에 쓰지 못 하는데 어떻게 그런 길고 세세하게 적어 내려갈 수 있을까. 어쩌면 작가이기도 하지만 철학자의 기질도 가지신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작가의 이력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실제로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사실 그저 '멀미난다'가 표현하기 좋을 뿐이지, 작가의 필력은 그런 저급한게 아니라 오히려 뛰어나다고 보는 편이 맞는 것 같다.

 


크레인 조종칸의 금발 남자가 레버에 소을 올리려는 순간, 군중이 숨을 들이쉬는 순간, 바로 그 순간 나는 용기를 잃는다. 축제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어린 시절, 자칫하면 완전한 원을 이룰 것 같은 원호의 모양으로 매달리거나 그런 모양을 그리는 무언가에 세차게 맞는 악몽을 수차례 꾸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나는 목격자에 지나치 않을지언정 이런 것의 일부가 되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마지막 순간에야 나는 어린 시절 꾸었던 또 다른 최악의 악몽을 기억해내고 이것이야말로 모든 것을 지워버릴 수 있음을 기억한다. 이어서 태양과 하늘과 추락하는 여피가 모두 불 꺼지듯 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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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누군가의 경험담, 실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니 에세이 책에 적힌 이야기는 조금 과장되었을 순 있더라도 어쨌든 진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의 -누군가의 떠나감이나 아픔과 같이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는 제외한- 이야기를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항상 그 청춘이 부럽다고 생각했다.


10대 때부터 학교-학원-집만을 반복해 다니며 수능을 치르고나서 대학교에 간 나는, 마땅히 청춘이라할 대학 생활은 그다지 누리지 못 하고 10대 처럼 학교-집만을 반복했다. 4년 동안. 조금 쉬고자 해서 중간에 1년 정도 휴학을 했지만서도 평일 5일 내내 알바의 나날이었다. 유일하게 휴학 생활동안 의미있게 했던 것이라곤 내돈으로 친구와 일본 여행을 가고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했던 것 정도?


그렇게 이렇다할 추억거리 크게 만들지 못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두 달동안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현재는 직장을 구해 일을 하고 있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는 있지만 반복되는 일상이 지치고 지겹기만 하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지만 시간도, 체력도, 그리고 일을 함에도 필수적으로 나가야 하는 돈 때문에 금전적으로도 부족한 상태이다. 요새 회의감이 든 그런 나에게, 글을 읽고 조금은 인생을 불타오르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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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이 나에게는 아직 너무 어려웠지만-글의 흐름을 따라 읽는 것이 조금 벅찼다는 표현이 맞을지도-이런 느낌의 에세이 소설은 처음 읽는 거라 나중에는 흥미로웠다. 나중에 시간을 들여서 다시 한 번 천천히, 정독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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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 David Foster Wallace Essays -


지은이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옮긴이
이다희

출판사
바다출판사

분야
문학>에세이

규격
138*214mm

쪽 수
288쪽

발행일
2020년 04월 17일

정가
15,000원

ISBN
979-11-89932-53-4 (03840)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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