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생긴 일] 드라마 '인간수업'과 학교, 그리고 범죄

글 입력 2020.05.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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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인간수업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을 봤다. 미성년자 성매매, 학교 폭력, 랜덤채팅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기도 하고, 시기가 시기인 만큼 시청할까 말까를 고민했지만, 이 드라마가 결코 범죄를 옹호하고 있지는 않다는 말에 우선 보고 판단해보기로 했다.


범죄에 가담한 주인공에게 과도하게 서사를 부여하지도 않고, 그들이 발을 들여놓은 일에서 쉽게 빠져나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탄탄한 줄거리가 인상적이었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범죄자라는 의심을 간단히 피하는 것 같지만, 결국 모두가 저지른 일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처벌할 법안이 마련되고 있고, 주동자들을 색출해내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드라마의 결론처럼 비상식적인 불법행위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는 것은 범죄 사실뿐만 아니라 이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도 있다. 범죄의 심각성이나 처벌에 집중해야 하는데, 범죄자 개개인을 부각하고, 마치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양 ‘악마’ 등의 수식어를 붙여 떠받들어주는 식의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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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학교에서 보여주었던 그들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자꾸만 파헤쳐 보여주는데, 이는 범죄자가 가장 바라는 자신의 신화화나 영웅화일 것이고, 범죄가 개인의 일탈에 불과하다는 것을 부각하는 일일 뿐이다.


물론 범죄에 가담하는 것에는 개인의 책임이 있지만, 수많은 피해자가 생기기까지 범죄가 드러나지 않았던 데에는 제도와 사회의 책임도 적지 않다. N번방 사건뿐만이 아니다. 어느 수의대생이 운영하던 동물 유튜브 채널이 동물 학대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고, 유명인의 과거 학교폭력 논란까지, 학교와 제도는 피해자들을 보호하지도 못했고, 가해자들을 사전에 찾아내지도 못했다.


사안이 중하고, 이렇게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경우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학교의 폐쇄성으로 숨겨진 수많은 사건이 있을 것이다. 학교 울타리 안의 학교 폭력 문제, 학교 내 권력형 성폭력 문제도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그 심각성이 드러나기 시작했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


<인간수업>에서는 학교 안에서 나름대로 ‘창조경제’를 꾸려나가는 학생들이 나온다. 주인공인 오지수는 성매매를 알선하면서 ‘진상 손님’에 대비해 보디가드를 붙여주는 일을 하고, 다른 주인공인 배규리는 훔친 물건으로 비싼 가격에 중고거래를 하며, 누군가는 숙제를, 누군가는 담배공장에서 빼돌린 담배를 판다.


학교 전담 경찰관은 이들에게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 선생님들에게만 좋은 평판을 유지하면, 조직적인 학교 폭력까지도 들키지 않는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현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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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를 보며 걱정되는 점은 언론이 취하는 태도를 보며 걱정했던 것과 같다. 아무리 청소년 관람 불가의 드라마라지만, 넷플릭스의 특성상 이 드라마를 청소년들이 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알만한 배우들이 나오고 인기 유튜버들을 통해 광고하는 이 드라마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과연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겉으로 보이는 자극적인 표현에 주목하고, 주인공을 영웅처럼 생각하게 되지는 않을지는 의문이다.


<인간수업>이 여태까지 학교를 배경으로 만든 드라마 중에서 가장 현재 10대의 말투를 잘 살리고, 학교 안의 권력관계를 현실적으로 잘 살려냈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다. 드라마 속 사건에 공감하고 몰입하기는 쉽지만, 그만큼 드라마 속 장면을 현실에서 재현해내기도 쉽기 때문이다. 드라마 한 회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라고 나오는 문구만으로는 극의 폭력성이 정당화될 수 없다.


최근의 이슈를 이용하고 범죄를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도 시청자와 제작자 모두 여전히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다. 소재는 차치하더라도 과연 이 정도 수위의 폭력이 꼭 나와야만 하는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한편으로는 현실의 사건이 이 드라마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떤 방향으로든, 부디 영원히 숨길 수 있는 범죄란 없음을 깨닫고, 잘못된 행동의 대가를 치러야 할 사람들이 드러나기를 바란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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