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삶의 모난 부분을 어루만져주는
글 입력 2020.05.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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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전반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각박해지고 힘들어진 탓인지, 도서의 소비 트렌드도 그에 맞춰 힐링으로 바뀐 것을 느낀다. 이전의 자기계발서 붐이 사그라들고 힘든 현실을 피해 힐링 에세이를 통해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이다.


나 또한 예전에 비해, 이제는 책 속의 인물이 고난을 겪는 것을 도무지 볼 수가 없다. 그 고난과 힘든 일을 겪고 나면 분명히 나아진 상황과 삶이 있겠지만 그 순간을 보는 것이 괴롭게 느껴진다. 숨 막히는 현실 속 상황과 비슷한 순간이 투영 된 책일수록 주인공이 겪는 고통이 나에게로 옮겨져 책을 덮게 된다.


그에 반해 에세이 책들은 대체로 작가의 경험이 주가 되고, 그 경험은 내가 비슷하게 겪어본 것이 있기도 혹은 겪어보지 못한 낯선 일들이기도 하다. 또한 힐링이 주 목적인 경우에는 다루는 이야기들이 따스하여 간접적이긴 하지만 나도 그 상황 속에 빠져들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물론 에세이라는 분야를 완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유독 사랑에 관련된 에세이는 경계를 먼저 하고, 쉽사리 연애 에세이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이번에 이 책을 고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책 표지에 적힌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라는 문구가 크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면 할 수록 이전과 달리 점점 메말라가고 뾰족해져가는 나를 내가 알기에. 그래서, 그런 나에게도 가끔은 토끼가 와 주었으면해서.

 


 

#동화, 그리고 작가의 삶



편안한 책이었다.


책 속에는 작가의 이야기와 더불어 그런 상황 속에서 생각나는 동화책들의 내용을 부분부분 보여준다. 어린 시절 이후 어른이 되고 나서는 동화책의 그림과 내용이 마음에 들어도 어쩐지 내가 가져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에 손이 쉽사리 가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며 동화책을 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20살이 되면, 아직 마음이 다 자라지 않았음에도 세상에서 정한 어른이라는 틀에 갇히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게 어떤 건지 누구도 명확하게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어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양한 것에 제약이 생긴다.


특히나 조금이라도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나 물건을 사기라도 하면 어른이 되서 그런 걸 왜 하냐는 듯한 질타를 받기도 하다보니, 잘못된 일이 아님에도 숨기거나 아예 그 일에서 멀어져버리기도 한다. 어른스럽지 못한 일이라는 그 한마디에.


이 책에서는 다양한 동화책의 내용을 자신의 경험에 녹여낸다. 신선하기도 하고 멀리 거리를 두고 있던 동화책이라는 분야에 나도 조심히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는 것도 같았다. 특히나 책 제목처럼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이라는 부분의 내용이 가장 와닿았다.


힘든 상황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빈 말로 위로를 하거나 혹은 그런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한 질타를 한다. 말을 해준 이들은 나를 생각해서 한 행동이기에, 그런 말에 상처받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다. 그럴 때 그냥 조용히 곁에서 가만히 기다려주는 사람이, (혹은 토끼가) 있었으면 한다. 어려운 상황이 나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빈 말이나 질타가 아닌 그저 내가 스스로 그 상황을 잘 해결하기까지 그저 기대어 기다려주는 그런 사람.


물론, 이 부분 말고도 전체적으로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과 중간중간 들어간 그림들은 글에 나타난 동화책을 읽어보진 않았어도 그 느낌을 책을 통해 전달받는 기분이 들게 한다. 더불어 기회가 된다면 마음에 드는 동화책을 직접 읽어봐야지 싶은 생각도.


같은 책을 읽어도, 그 사람이 가진 경험이나 현재의 상황 등 여러가지 요인들에 의해 해석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책이 가진 힘, (힘든 삶에 깎여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의 모난 부분을 둥글게 닦아주는,)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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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왜 항상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


지은이 : 라문숙

출판사 : 혜다

분야
에세이
 
규격
130*188 / 올 컬러

쪽 수 : 276쪽

발행일
2020년 03월 10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967194-5-6





저자 소개

  
라문숙(필명: 단어벌레)
 
읽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단어벌레'라는 필명으로 네이버 블로그와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쓴다. 갑옷처럼 걸친 표정과 감정을 걷어내고 몸에 새겨진 것들을 글로 풀어놓으며 삶이 명징해지는 걸 경험하는 중이다. 읽고 마음에 새긴 것들이 어느 순간 자신을 드러내 삶을 환하게 비추듯, 자신의 글 또한 누군가의 마음에 빛으로 가닿기를 바란다.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을 모아 『안녕하세요』, 『전업주부입니다만』, 『깊이에 눈뜨는 시간』을 냈다. 오래 읽으며 매일 쓰고 많이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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