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움직이는 예술, 대중성과 결부한 '키네틱 아트'가 주는 메시지 [시각예술]

글 입력 2020.05.0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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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틱 아트는 움직이는 예술로, '움직임'을 지칭하는 그리스어 '키네시스(Kinesis)'에 어원을 두고 있다. 또한 키네틱은 '모빌(mobile)'을 의미한다. 이는 작품 자체의 움직임을 본질로 삼고, 직접적인 동세를 드러냄으로써 움직이지 않은 채 고정된 시점에만 머물러있던 전통적인 조각의 개념과 그에 따른 감상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최초의 키네틱 작품은, 마르셀 뒤샹이 1913년 제작한 자전거바퀴다. 이후 '키네틱'이라는 용어는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을 본 마르셀 뒤샹이 '모빌'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하였다. 특히 예술의 장르로 자리 잡은 키네틱 아트는 더 나아가 예술의 대중화에도 이바지하며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현시대에 필요한 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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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보로프스키 <망치질하는 사람>, 2002

 


키네틱 아트의 대중성은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망치질하는 사람>에서 먼저 살펴볼 수 있다. <망치질하는 사람>은 세계 11대 도시에 설치된 철제 키네틱 연작이며, 35초에 한 번씩 움직이면서 망치질을 선보이는 조각 작품이다. 이는 22m의 높이와 50톤에 달하는 무게를 지닌 대작으로 빌딩 앞에 설치돼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도 충분하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작품은 해머링 맨 연작 중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것으로, 흥국생명빌딩 앞에 설치된 그의 2002년 작이다. 멀리서 보아도 한 눈에 들어올만큼 큰 조형물이기에 일명 광화문의 랜드마크라 불리며, 바삐 돌아가는 현대사회의 한복판에 자리해있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하다.

 

해머링 맨 연작은 1979년 미국 뉴욕에서 3.4m 높이로 처음 세워진 후,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바젤, 미국 시애틀과 캘리포니아 등을 비롯한 여러 곳에 설치되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위 작품이 유일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높이를 지닌 대작이다.

 

해머링 맨을 통해 노동과 삶의 가치를 전해주려 한 작가는, 매일같이 노동을 해야 하는 전 세계의 현대인들을 위로하고자 했다. 망치질을 한 번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5초로, 손에 들린 망치가 대지로 내려가다 다시 하늘로 향할 때 우리는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 공간에 자리 잡은 <망치질하는 사람>이 선사해주는 미학적 가치는 키네틱 아트의 산물이다.

 

재미있는 건, 해머링 맨의 동작이 평일에만 작동할 뿐 주말에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노동을 가치 있는 행위라 생각한 작가의 생각에서 나온 결과이다. 조나단 보로프스키는 어느 날, 구두 수선공이 열심히 망치질하고 있는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어 '노동에 대한 숭고한 가치'를 표상하는 해머링 맨을 제작했다고 한다. 본인도 예상치 못했던 번뜩이는 예술적 아이디어가 바로 이러한 대중적인 키네틱 아트를 창조해낸 것이다.


 

 

능동적인 움직임을 통한 대중성의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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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얀센 <아니마리스 우메루스>, 2009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테오 얀센의 2009년 작, <아니마리스 우메루스>에서도 키네틱 아트의 대중성이 돋보인다. 그는 생명체의 대표적 특성인 '움직임'을 무생물에 적용시킴으로써 생명을 불어넣는 키네틱 작업의 매력을 보다 섬세히 구현해낸다. 특히 그는 친환경 소재를 이용하고, 바람을 원동력으로 사용함으로써 작품으로 하여금 능동적인 움직임을 부여한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태어난 테오 얀센은, 키네틱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에 주력해오다 1990년부터 스스로 걸을 수 있고 진화할 수 있는,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인 해변동물 시리즈를 창조해내는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연작의 재료는 뼈대를 제작하기 위한 플라스틱 튜브와 나일론 끈, 그리고 이를 받쳐줄 고무링과 페트병이 전부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을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에너지는 바람이다. 플라스틱을 이용하지만 바람을 동력으로 이용한 친환경적인 작업을 통해 그는 2009년 9월,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제정한 '에코 아트 어워드'의 수상자가 되었다.

 

테오 얀센이 이때 동안 선보인 모든 작품의 연작에는 'Animaris(아니마리스)'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라틴어로 Ani(동물)과 Maris(바다)를 의미하는 합성어이다. 이처럼 자연과 생명을 존중하는 그의 작품 철학은 국내 미술계, 건축계, 환경계 등 다방면의 분야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을 창안해내며 키네틱 아트의 대중성을 확립하였다.


 

 

올림픽 정신의 메시지를 형상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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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하위 <리우올림픽 성화대>, 2016

 


가장 영향력 있는 키네틱 아트를 구현한 미국의 조각가 안토니 하위는, 2016년 개막한 리우올림픽의 성화대 제작을 맡았다. 빛을 뿜어내는 태양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어 자연물을 재창조한 작가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없다'라는 올림픽 정신의 메시지를 형상화했다.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 무대에 결부된 대중적인 키네틱 아트의 위력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보다 가치 있게 전하며 예술이 지닌 위상을 밝게 비추었다.


 

 

 

 

키네틱 아트 : 사회적인 예술의 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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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에서 시작돼 대중적인 위치로까지 자리 잡은 키네틱 아트는 빛, 영상, 예술의 전반에서 활약하며 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미디어와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들이 키네틱 아트로써 등장하고 있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다양한 분야와 접목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는 키네틱 아트는 사회적인 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할 예술의 장르임이 분명하다. 대중들과의 소통으로부터 확립해온 사회적 가치와 더불어 키네틱 아트가 앞으로도 펼쳐나갈 무한한 예술적 잠재력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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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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