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몸으로 듣는 네 이야기, 도서 '몸의 언어'

가장 개인적이며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
글 입력 2020.05.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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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영원함을 꿈꾼다. 진시황은 불사의 몸을 갖길 바랐고, 기득권층은 자신의 권력이 영원하길 기대하며, 연인은 이별이 오지 않기를 소원한다. 그러나 불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탄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얻을 때가 있으면 빼앗길 때가 있으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모든 순간은 새로운 변화를 향한다.
 
드라마나 영화, 만화의 로맨틱한 사랑은 대부분 순간을 보여준다. 가장 풋풋하고 설레는, 사귀기 전부터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순간을 촬영한다. 이런 허구의 사랑은 인간관계에 불가피하게 존재하는 싸움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을 놓치게 한다.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살았고, 다른 습관과 버릇, 가치관을 가진다. 하다못해 형제끼리도 말이 안 통해 싸우는데, 연인이라고 늘 화목할 리는 없다. 사랑이라는 이름에 얽매여 무조건 서로에게 맞춰준다면 오히려 독이 된다.

 

 

어떤 분들에게는 굳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표현해야 했을까 싶은 장면도 있을 테지만, 저는 깊고 진한 스킨십은 그 자체로 어떤 메시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애매하든 몸을 마주하는 이들 사이에 흐르는 어떤 언어가 있다고요. 눈을 마주치고만 있어도 사랑에 사무칠 수 있고, 키스하면서도 미워할 수 있는 것이 사람만이 나누는 복잡한 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모든 이가 겪는 평범한 사랑의 모습이라고도 여겼기에, 그 사랑을 때로는 아주 직설적인 일러스트로 담아냈습니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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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몸의 언어”는 이런 사랑의 유동성을 말한다. 순차 또한 사랑의 흐름을 따른다. 처음 사귈 때의 풋풋한 마음부터, 친구처럼 편안하게 지속하는 연애, 말싸움과 다툼, 권태로운 시기와 이별까지 차례대로 풀어나간다. 때론 뜨겁게, 때론 편안하게 작가가 자신의 연애담을 적어낸다. 지나치게 직설적이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솔직하고 담백하다.

 

 

사랑하는 이에게 더 다정해지고 타인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명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뚜렷하게 다른 인격을 보이는 이는 빠르게 바닥이 드러난다는 것을, 연인을 대하는 태도는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관성처럼 사람은 결국 원래로 돌아가는 법인 것을 꽤 보았으니까.


- P. 86

 

 

책은 두 세션으로 나뉜다. 오른쪽은 일러스트가 수록되어있고, 왼쪽은 일러스트와 어울리는 구절이 적혀 있다.
 
일러스트는 “몸의 언어”라는 제목에 걸맞게 주로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의 스킨십 위주로 구성되어있다. 때론 말 한마디보다 눈빛 하나가 주는 감정이 더 정확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때보다 손을 잡는 게 더 확실하게 와 닿을 때가 있듯이. 일러스트는 입을 통하지 않은 언어를 표현해낸다. 그러면서도 가벼운 포옹이나 손잡는 편안한 모습에서부터 어딘지 위태로워 보이는 분위기까지 사랑에 따르는 다양한 감정을 캐치한다.
 
일러스트에 딸린 구절은 사랑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다. 비단 연인과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사랑과 거기 딸린 불안함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갈등은 사랑의 반의어가 아니라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는 사랑해서 기대하고, 기대해서 갈등한다.


- P. 102

 

 

관계는 한 번 정립되었다 해서 절대 굳건하지 않다. 매번 갈등이 일어난다. 기대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상대를 신뢰하지 않고, 의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대한다고 꼭 사랑하는 것은 아니나, 사랑하면 자연스럽게 기대를 하게 된다. 날 사랑해주리라는 기대. 그리고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말을 들어주리라는 기대. 이는 인간관계에서 존중받고 싶다는 당연한 도리와 다소 차이가 있다.

기다리는 걸 싫어하는 상대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 기꺼이 같이 줄을 서주길 바라는 심리에 더 가깝다. 사소하거나 커다란 기대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대가 엇나갈 때마다 싸움이 일어난다. 사소한 싸움을 반복하며 관계 사이에 암묵적인 규칙이 생긴다. 이런 부분은 포기하고, 저런 부분은 맞춰나가며 서서히 편안한 관계로 진입한다.

 

 

이별의 고통이 무시무시한 까닭은 자아가 뒤틀리고 깨지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들 막아보려 미뤄보려 애쓰는 것일 테지. 잃은 것이 너 하나뿐이라면 이렇게 아프진 않았을 텐데.


- P.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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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별이 아픈 이유를 잘 설명한다. 적혀 있는 것과 같이, 이별이 어려운 이유는 사람 한 명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별이 찾아오면 다시는 예전과 돌아갈 수 없는데 과거는 반복해서 떠오른다. 이별은 한 번뿐이지만 이별을 실감하는 순간은 무척이나 길다. 추억이란 왜 항상 미화되어 더 큰 고통을 줄까. 과거를 보는 시선은 누구도 객관적이지 못하다.

부정적인 기억과 감정이 중화되어 긍정적인 감정만 남으면 더 그렇다. 그때는 별거 아니었던 일도 지나고 보면 좋았고, 그때는 화나던 일도 지금보면 행복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괜히 내가 더 잘못한 거 같고, 미안해진다. 그렇게 이별은 자신을 갉아먹는다. 종종 과거가 그리워 다시 만난 연인은 결국 같은 이유로 헤어진다. 과거는 과거에 두고, 미련과 후회를 버릴 때야 건강한 이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두렵고 떨리는 시도가 되었으면 좋겠다. 관계 맺는 일을 얕잡아보지 않는 마음으로 행하면 좋겠다. 사랑이 반드시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쉽지도 않으면 좋겠다. 이제는 어느 날 나타나 나를 구원해줄 단 한 사람을 믿지 않는다. 나는 사랑을 믿는다. 사랑이 지닌 고상하고 순진하고 아름다운 본래의 가치를.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을 애쓰는 나 자신을 믿으려 한다.


- P. 157

 

 

다소 진부하지만, 모든 사랑의 끝은 자기 자신이다. 누구도 인간을 구원해주지 못한다. 서로 의지를 하고 용기를 얻는 건강한 관계라면 다행이지만, 한쪽만 일방적으로 의지한다면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타인은 삶을 대신 살아주진 않는다. 타인을 사랑해 행복하다면 무척 기쁜 일이다. 하지만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남을 사랑하다 보면 결과가 좋지 않기 일쑤다. 자존감이 떨어져 괴롭거나, 상처를 주게 된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책에 적힌 구절처럼 어느 날 나타나 나를 구원해줄 단 한 사람을 믿지 않는 게 좋은 방법이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알아가고, 기뻐하는 것과 증오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사랑이란 명목으로 다가온 타인에게 휩쓸리지 않도록. 취향이 바뀔 수는 있으나 꼭 상대가 좋아하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될 필요는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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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타인을 통해 우리를 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세상에 태어나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 사실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 에필로그

 

 

글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연인이 주고받는 몸의 언어에서 시작해 자아 탐구로 끝을 맺는다. 사랑하는 이유는 어쩌면 자신을 더 잘 알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면 그 안의 자신이 비친다. 정확하게 나 자신이라고 칭하긴 힘들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을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면 상대를 닮아간다.


가족, 친구, 연인끼리도 조금씩 말 습관이나 행동, 버릇이 옮는다. 찰흙을 조금씩 떼어 나라는 인간이 만들어진다.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살았고, 다른 습관과 버릇, 가치관을 가진다. 하다못해 형제끼리도 말이 안 통해 싸우는데, 연인이라고 늘 화목할 리는 없다. 그런데도 사랑을 하는 이유를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타인을 아끼고, 소중함을 느끼며 나를 아끼고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때문이며, 이별 후에는 나 자신을 알게 되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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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언어
- 보통의 연애 -


지은이 : 나른

출판사 : 플로베르

분야
에세이

규격
165×210mm

쪽 수 : 184쪽

발행일
2020년 04월 10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962227-7-2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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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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