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이라는 개념의 가시화 - 몸의 언어 [도서]

좋았든 나빴든 나의 지나간 사랑은 모두 나의 일부
글 입력 2020.05.06 00:4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사랑이 저에게 언제나 중요했음에도, 그것이 건네주는 마음을 정리해 본 적은 없었어요. 어느 날 문득 직접 겪었던 사랑을 되짚고, 그동안 내면에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어졌습니다. 마음은 종이에 잡아두지 않으면 금세 흘러가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니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라는 개념을 가시화하고, 사랑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그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어리석고 애달프고 또 소중한지를 <몸의 언어>에 쓰고 그려냈습니다.


 

지난 사랑을 되짚고, 그동안 내면에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었다던 작가의 말이 신선하게 여겨졌다. 생각해 볼 만한 화두거리이다. 나는 지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나?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ㅁㅇㅇㅇ2.jpg

 

 

사랑이라는 것은 두 사람 간의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다. 주변 사람들이 이 두 주연의 이야기의 내막을 깊게 알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두 사람간의 사랑이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 지도 않는다. ‘헤어졌대’라는 말로 끝맺어져 버린다.

 

자칫 시간과 함께 흩어질 수 있는 사랑이라는 개념을 가시화하고, 사랑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끝나는 지점까지를 그려낸 것이 <몸의 언어>이다.

 


저는 깊고 진한 스킨십은 그 자체로 어떤 메시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애매하든 몸을 마주하는 이들 사이에 흐르는 어떤 언어가 있다고요. 눈만 마주치고 있어도 사랑에 사무칠 수 있고, 키스하면서도 미워할 수 있는 것이 사람만이 나누는 복잡한 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그런 문장이 있다. 따로 생각할 필요 없이 읽는 동시에 온전히 마음에 와닿는 문장. 말 한마디 오가지 않는 포옹만으로도 진한 위로를 받을 수 있고, 서로 눈만 마주하고 있어도 이별을 고할 수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글과 일러스트가 있다. 내가 어렵지 않다고 표현한 이유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한 번이라도 느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는 어려운 묘사나 함축으로 문장을 굳이 포장하지 않았다.

 

 

ㅁㅇㅇㅇ3.jpg

 

 

하지만 글의 분량이나 표현과 달리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다.


어떤 글은 쭉 읽고 다음 페이지로 넘길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글은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나 인물이 나를 막아섰다. 기억 속 어딘가에 꼭꼭 숨겨놓은 추억이 갑자기 떠올라 당황한 적도 있고, 예고 없는 감정 기복에 한동안 심취해 그 감정의 엄청난 생명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유기


우리는 서로를 유기했다.

애당초 갖지 말 걸 그랬어.

버릴 일도 버려질 일도 없게.


 

그리고 조금 엉뚱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래서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가가 유행했구나.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더니 사랑도 비슷하구나.

 

어떤 경험이든 가시화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먹은 음식이나 체중 등의 일상을 매일 기록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사랑을 기록해 본 적은 없다. 그저 그 상황에 충실하는 것이 나의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때 충분히 최선을 다했으므로, 그건 이미 지나간 과거이므로. 특히 끝난 사랑 같은 경우는 차라리 어서 어디론가 흘러가 버리기를 기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흘려보내지 만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언급한 것처럼 겪어도 겪어도 잘 모르겠는 것이 사랑이지만, 좋았든 나빴든 나의 지나간 사랑은 모두 나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몸의언어표지목업.jpg

 




 
몸의 언어
- 보통의 연애 -


지은이 : 나른

출판사 : 플로베르

분야
에세이

규격
165×210mm

쪽 수 : 184쪽

발행일
2020년 04월 10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962227-7-2 (03810)





저자 소개
     
  
나른
 
글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그리는 일만큼이나 쓰는 걸 좋아합니다. '사랑'이라는 테마를 때로는 직설적이면서도 낭만적으로, 때로는 귀여운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몸의 언어』가 그에 해당하는 첫 책입니다. 이 책이 사랑의 시작과 끝 사이의 어느 지점, 혹은 사랑의 외부 어느 곳을 배회 중일 우리 모두에게 한 조각 위로를 건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혜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