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하여 - 책 '몸의 언어'

글 입력 2020.05.0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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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몸의 언어'

- 너와 내가 나누는 비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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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 내가 나누는 비밀 이야기



‘몸의 언어’를 집필한 글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나른’은 연인의 일상적인 어떤 순간을 장면으로 포착해 그림으로 담아냈다. 가벼운 일상에서 더 나아가 그들만의 비밀스럽고 섹슈얼한 순간까지도 과감하게 그려냈다. 부드러운 선들과 색을 이용해 그 순간의 생각, 분위기, 감정들을 함께 포함하고 있어 지난날의 추억을 기록해둔 그림 일기장 같기도 했다. 진한 스킨십의 순간을 담아낸 그림은 굉장히 직설적이지만 감정이 묻어있어 따뜻함도 함께 느껴진다.

 

일러스트 그림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그림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짧은 글이었다. 순간의감정들을 유려한 글로 풀어낸 글은 따뜻한 그림체와 같이 포근한 느낌이 들게 했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읽는 동안 그 순간을 부드러운 단어들로 연결하여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어 ‘함께여서 행복했던 그때가 아름답게 미화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감정들은 덜어내고 딱 필요한 감정들에 집중해 담담하게 쓰인 글은 사랑과 이별까지도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감하게 그려냈던 섹슈얼한 그림만큼 글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면 어땠을지 궁금증이 들었다. 행복했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을 돌려 말하는 것이 아닌 그때 떠올랐던 단어를 날 것 그대로 담아냈다면 색다른 느낌의 내용으로 느껴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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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인 것, 사랑이 아닌 것


 


우리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내가 하는 것이 너를 사랑하는 것인지, 나를 사랑하는 것인지,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인지. 우리가 하는 것이 사랑인지, 사랑이 아닌지. - p122



글 속에서는 사랑이란 말은 교묘해서 헷갈리게 하고 꽤 많이 속여왔다고 말한다.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행해 왔던 것들이 진짜 사랑인지. 그저 사랑이라는 말로 다른 감정을 덮어왔던 것이지 한 번쯤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무엇이고 어떤 감정인지 그 누구도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사실 나에게 이 책은 공감보다는 타인의 감정을 공유받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것은 아마 내가 ‘사랑한다’는 감정을 정확히 경험해보지 못한 이유였을 것이다. 누군가를 열렬히 짝사랑했던 적도 없었고, 누군가와 깊은 감정을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 나는 혼자인 내 삶이 편했고 만족스러웠으며 외롭지도 않았다.

 

언젠가 타인이 나에게 다가왔을 때, 내 삶에 깊게 관여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잔잔하고 평온했던 내 삶에 갑작스럽게 등장해 파도를 만들어냈지만, 오히려 그것은 설렘이 아닌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그 이후로 누군가 내 삶 깊숙이까지 파고드는 것이 불편해 연애에 크게 관심을 두고 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궁금증은 지워지지 않았다. 대체 어떠한 감정이기에 평범한 일상이 드라마틱해지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우다가도 내일이면 또 함께 있는지. 그리고 또 깊은 스킨십이 그들 관계에 어떠한 유대감을 가지고 오는지 등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대한 궁금증은 끊임없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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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새로운


 


혼자인 삶도 충분히 아름답고 충만하다. 특히 건강하지 않은 연애를 하는 삶보다 홀로의 삶이 훨씬 행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사랑에 빠진다. 그것은 분명 두려우면서도 근사한 일일 테니까. - p.23



사랑이 두렵고 떨리는 시도가 되었으면 좋겠다. 관계 맺은 일을 얕잡아보지 않는 마음으로 행하면 좋겠다. 사랑이 반드시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쉽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 이제는, 어느 날 나타나 나를 구원해줄 단 한 사람을 믿지 않는다. 나는 사랑을 믿는다. 사랑이 지닌, 고상하고 순전하고 아름다운 본래의 가치를.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을 애쓰는 나 자신을 믿으려 한다. - p.157


 

처음 연애를 시작하고, 그다음의 연애를 시작하는 그때의 감정을 담은 구절이다.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사랑의 시작을 얘기하지만 한 가지는 공통으로 얘기하고 있다. “사랑은 쉽지 않고, 두려운 일이지만 분명 근사하고 아름다운 일이다.”라는 것. 시작 그리고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얘기하는 느낌이었다.

 

혼자가 편하고, 타인이 내 삶에 깊게 관여하는 것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한 번쯤은 나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편안한 일상을 깨뜨려도 괜찮으며, 힘들어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관계. 그 관계 속에서 배우는 많은 것들. 이렇듯 책을 읽는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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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이런 말을 한다.

 

“깊고 진한 스킨십은 그 자체로 어떤 메시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애매하든 몸을 마주하는 이들 사이에 흐르는 어떤 언어가 있다고요.”

 

아마 이 내용이 작가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요 메시지일 것이다. 관계 속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방식의 스킨십은 말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것들을 전해줄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단순히 연인 관계에 한정을 두고 생각하지 않았다. 관계 속에서 우리는 말 대신 몸으로 마음을 전달하기도 한다. 힘이 들고 의지가 필요할 때 어깨를 기대기도 하고, 눈을 맞추며 상대방을 응원하면서.

 

우리는 이렇듯 다양하게 몸으로 메시지를 전하고는 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 ‘몸의 언어’를 연인에 집중해 직설적이면서도 과감하게 담아내고 있다. 사랑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아주 큰 공감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몸의 언어
- 보통의 연애 -


지은이 : 나른

출판사 : 플로베르

분야
에세이

규격
165×210mm

쪽 수 : 184쪽

발행일
2020년 04월 10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962227-7-2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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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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