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더 높은 현실을 향한 갈망에서 예술은 탄생한다 - 예술과 나날의 마음 [도서]

글 입력 2020.05.04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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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누구와 만나 얘기를 나누거나, 어느 도시의 거리를 걷고 그 골목을 기웃거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모두, 조금씩 종류는 단 채로, 하나의 풍경, 즉 내가 모르는 세상의 다른 풍경을 만나는 일이다”

 

- 프롤로그, 세상의 다른 풍경을 만나다


 

문광훈의 미학에세이 『예술과 나날의 마음』은 예술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저자는 예술이 우리의 생활과 마음속에 자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로 더 넓고 깊은 삶으로 나아가야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의도에 맞게, 『예술과 나날의 마음』은 단순히 여러 작품을 나열하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예술 작품을 보고, 독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나 또한 예술대학을 재학한 사람으로, 작품을 창작할 때면 소재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온종일 고민했다. 더 나은 소재를 찾다가 마감 직전에 글을 갈아엎고 다시 쓰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감당하기 힘든 압박이 부담스러워 지쳤고 이 길뿐일까, 하는 의문이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결국 휴학을 선택했지만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예술과 나날의 마음』을 읽고서는 확신이 들었다. 여전히 계속 예술을 사랑한다.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가벼워졌다. 저자의 말처럼 예술을 하면서 나는 더 높은 현실을 갈망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룬 작품을 모두 소개하고 싶지만, 두 작품을 골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카라바조 「성 마태오의 부름」


 

내가 카라바조를 처음 접한 날은, 예술 교양 수업에서였다. <다윗과 골리앗> 그림을 보고 느낀 강렬함은 여전히 생생하다. 수업이 끝나고도 카라바조의 작품을 계속 찾아보게 되었다.


그의 작품에 반해서가 아니라 그의 최후가 놀라워서였다. 카라바조는 교황에게 자신의 죄에 용서를 구하기 위해 로마에 가다가 쓰러져 열병으로 홀로 죽었다고 전해진다. 죽음까지 카라바조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생애는 하나의 잘 짜인 이야기처럼 끝난다.

 

 

[크기변환]성마태오.JPG

 

 

예수의 손짓에 마태오는 이렇게 묻는다.


“나 말인가요?”

“너 말고 누가 또 있느냐?”


 

탁자 중앙의 베레모를 쓴 수염 난 인물이 ‘마태오’로 알려져 있다. 그림에서 묘사되는 사건의 중심에는 오직 돈을 세는 일이 있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마태오와 맨 왼쪽의 청년이다. 성격에 따르면, 이 호명이 일어난 곳은 세무서였다. 맨 오른편에 서 있는 이는 예수지만 그림 속 가구는 궁색해 보인다. 이 사건은 신의 이야기로 보이지 않고 일상적인 삶으로 느껴지게 한다. 「성 마태오의 부름」은 신에 대한 기적이 인간의 일상과 이어지게 한다.

 

신이 부르는 존재는 마태오이자, 우리이다. “너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묻지만 우리는 똑바로 대답할 수 없다. 과거 신의 존재는 절대적이며 현실과는 섞일 수 없는 성스러운 영역으로만 여겼던 것과는 대비된다. 신과 이어지는 인간은 그 당시 사람들에게 충격이자 거부감으로 다가왔다.


「성 마태오의 부름」이 400년 전의 그림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불쾌감을 주는 이유도 비슷하다. 우리는 여전히 돈을 세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카라바조의 생생한 표현과 함께하는 지독한 현실주의는 우리를 겨냥한다.

 

 

 

눈먼 호메로스를 쓰다듬다


 

저자는 문학에서의 글쓰기를 푸코와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와 호메로스를 그린 램브란트의 그림을 빌려 말한다. 시인은 언어로 그 감정과 상황을 서술한다. 우리는 그 서술을 읽고 삶을 다시 바라본다. 또한 삶을 비추고 돌아보면서, 이를 사소한 것에게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조작해나간다.

 

그러나 이것을 새롭게 조작하기란 쉽지 않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면 그 순간 그 족쇄에 이끌려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첫 문장을 쓰고 지우면서 절망에 빠질 뿐이다.


저자는 반성적 구성을 하려면 일단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멈추고 앉고 돌아보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자신과의 관계를 어떻게 더 나은 수준에서 조직할 것인가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이를 본성에 따라 관조적인 삶을 산다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크기변환]호메로스.JPG

 

 

램브란트의 「호메로스의 흉상을 바라보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의 관조의 순간을 보도록 하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선 채로 오른손을 들어 호메로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호메로스의 흉상을 쓰다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얼굴은 슬픔과 연민, 갈망과 우울함이 담겨 있다. 죽은 시인은 불멸의 흉상으로, 시인을 위로하는 철학자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세속의 영광에도 불구하고 불멸을 추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모순된 갈망을 보여준다. 모순된 모습을 멈추고 돌아보는 것이 관조의 힘이다.

 

일전 문예 미학 수업을 수강하면서 들은 말이 있다. “이상을 추구하면서 예술은 탄생한다.”와,“사고가 지연되면서 문제의식이 나타난다.” 단 두 문장이지만 창작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나는 이 문장의 의미를 『예술과 나날의 마음』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예술을 향한 내 태도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되돌아 나가기엔 너무 깊이 들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전히 이상을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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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나날의 마음
- 예술로 삶을 사랑하는 방식 -


지은이 : 문광훈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인문
미학/예술철학

규격
148*210mm 양장

쪽 수 : 344쪽

발행일
2020년 02월 28일

정가 : 19,000원

ISBN
978-89-356-6338-5 (03600)





저자 소개

  
문광훈
 
고려대 독문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페터 바이스의 소설 '저항의 미학'에 나타난 아방가르드주의, 정치 그리고 문화의미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충북대 독문학과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한길사에서 펴낸 『가면들의 병기창』 『렘브란트의 웃음』 『시적 마음의 동심원: 김우창의 인문주의』 『심미적 인문성의 옹호: 아도르노와 김우창의 예술문화론』이 있고, 그밖에 『미학 수업』 『비극과 심미적 형성』 『스스로 생각하기의 전통』 『숨은 조화』 『구체적 보편성의 모험: 김우창 읽기』 『시의 희생자 김수영』 『세 개의 동그라미: 마음·이데아·지각』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 『요제프 수덱』 등이 있다.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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